[인천유나이티드 인터뷰] "제 목표가 사라졌다고요?"
역대 최고 경기당 득점률 0.79, 국내 선수 최연소 23세 득점왕, 최소 경기 20골 돌파.
올 시즌 '쏘나타 K리그 2010' 28경기서 22골을 성공시키며 인천 유나이티드 역사상 최초의 득점왕이 된 유병수를 대표하는 수식어다.
유병수는 프로 2년차에 공격수로서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득점왕에 등극했다. 올 시즌 초반 7경기째 골을 못 넣고 있을 때 그는 이렇게 화려한 시즌 마무리를 예상했을까? 또, ‘너무 이른 나이에 목표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를 어떻게 생각할까? 과연 유병수는 인천을 떠날까? 아시안 게임을 지켜보는 속마음은 또 어떨까?
‘목표란 이룰수록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계속 더 크게 변할 뿐’이라는 ‘나이만 어린’ 유병수와 함께 2010 시즌을 되돌아본다.
28경기 22골 경기당 득점률 0.79로 득점왕에 등극했어요. 경기당 득점률로만 따지면 K리그 역사상 최고의 기록이죠. 시즌 중에 지금의 골 행진이 대단한 기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올 시즌 몇 골까지 가능했다고 생각하나요?
=처음에는 몰랐어요. 20골 넣고 나니깐 그때부터 언론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알게 되었죠. (기록에 대한 욕심이 낫죠?) 사실20골 넣은 것만해도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20골을 넘게 되니깐 어차피 경기당 한 골인 28골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2골만 더 넣어서 경기당 최고 득점률을 기록하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진짜로 두 골을 더 넣고 대기록을 쓰게 되었죠.
주위에 득점왕이 되면 뭘 하겠다는 약속 같은 걸 했나요? 지금쯤 한턱 쏘라는 이야기 많이 들을 것 같은데 부담스럽진 않은지?
=득점왕 이후에 평소에 연락 안 오던 사람들까지 연락 와서 한턱 쏘라고 난리예요. (웃음) 득점왕 상금 받으면 아마 저에게는 10원도 안 남을 것 같아요. 오히려 마이너스죠. 그래도 부모님께 필요한 것부터 해드리고 싶어요.
지금까지 프로에 와서 2년 동안 36골을 넣었습니다. 골 잘 넣는 비결이라도 있나요? 그 중 최고의 한 골을 뽑는다면?
=전 골 넣으면 항상 다 좋아요. 그래도 한 골을 꼽으라면 올해 포항전 프리킥골이 저에게는 최고의 골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골은 지난해 경남과 경기에서 운 좋게 들어간 태클슛(?)이 기억에 남아요. 비결이라기 보다는 공격수로서 골을 넣어야겠다는 집념과 집착이 강한 것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훈련할 때도 실전처럼 무조건 어떻게든 골을 넣겠다는 생각으로 해요. 그게 골 넣는 비결이라면 비결일까요?
시즌 초 유병수가 단 한 골도 넣지 못할 때 사람들은 유병수 역시 2년차 징크스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어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초반에는 작년만큼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몇 경기 골을 못 넣으니깐 정말 답답했어요. 평소에는 들어갈 슛도 안 들어가더라고요. 혼자 계속 답답해 하다 보니 의욕이 점점 없어졌어요. 경기 때도 잘 안되니깐 자신감이 계속 떨어져서 쉬운 상황에서도 공도 자주 뺏기고 힘들었죠. 두 달 정도 힘들었는데 주위에서는 계속 괜찮다 한 번 들어가기 시작하면 계속 잘될 것이다. 걱정 말라는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올해는 잘 안 되려나?’ 이런 생각까지 했었는데 계속 움직임도 다르게 해보고 생각도 바꿔보고 하니깐 결과적으로 잘 풀렸어요. 첫 골이 들어갈 때 까지는 일부로 하늘에서 기회를 안준 것 같아요.
올 시즌을 이야기 할 때, 포항전 4골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날 골을 넣을 것이라고 예감했나요? 네 골이나 넣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뭐죠?
=경기전에 4골이나 넣을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죠. 그런데 그전부터 몸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건 느꼈어요. 막상 경기하다 보니 한 두골은 넣을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왔어요. 또 왠지 모르게 그동안 포항이랑만 하면 골도 넣고 좋은 모습을 보여와서 더 자신이 있었어요. 첫 골 들어간 순간은 아무 생각도 없었고, ‘이제야 들어갔구나. 드디어 넣었다.’ 란 생각만 들었어요. 두 달 동안 계속 힘들어하고 고생했던 것이 생각났죠.
특히 그날은 멋진 프리킥 골도 넣었는데 이후에는 그런 모습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경기 중 프리킥 찬스가 오면 누가 찬다라는 게 팀에서 정해져 있나요?
= 그 뒤로는 정혁형이 워낙 프리킥을 잘 차서 혁이형에게 많이 양보했어요. 프리킥이야 언제든 또 기회가 오는 것이라 큰 욕심은 없어요. 그런데 사실 프리킥으로 두 골 정도 넣고 난 다음에는 프리킥 찰 때 안이한 마음도 좀 있었어요. 그래서 너무 쉽게 찼던 것 같아요. 다음에는 좀더 집중해서 차려고요. 프리킥 키커는 딱히 정해진 건 아니고 어느 위치냐에 따라 자신 있는 사람이 서로 이야기하면서 알아서 처리해요.
올 시즌 유독 몰아넣기에 능한 모습이었어요. 공격수로서 한 골을 넣으면 일종의 ‘밥값은 했다’는 안도감이 들지 않나요?
=그게 작년에 그랬죠. 신인때는 공격포인트라도 하나 하고 나면 만족하는 게 있었어요. ‘내가 이 어려운 프로에 와서 포인트를 올렸는데 뭘 더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좀 있었죠. 그런데 올해는 체력적으로도 더 좋아져서 후반전에도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경기 중 골 목표가 더 커졌어요. 작년에는 두 골 넣은 게 한 경기뿐이었죠.
올 시즌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다고 생각하나?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어떤 경기였나요?
= 초반 두 달 정도 골이 없을 때가 큰 고비였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 기간이 길어졌다면 슬럼프에 빠져서 오랫동안 못 나왔을지도 몰라요. 그때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해서 빠져 나온 게 참 다행이에요. 이기고 있다가 비기거나 진 경기는 다 너무너무 아쉬워요.
k리그 팬들에게 유병수는 거친 선수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건 보는 사람들 입장이기 때문에 제가 뭐라고 말할 수는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다만,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제 자신도 그런 모습을 줄이고 자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그러나 일단은 공격수가 골을 넣고 상대편에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절대 사람들을 해치려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도 이해하는 거고요. 또, 그런 악착 같은 플레이가 있었기에 득점왕에 오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인천을 막기 위해서 상대팀은 유병수 선수를 집중마크해요 . 그 결과 유병수 선수가 올 시즌 28경기에서 가장 많은 102개의 반칙을 당했고요. 반칙으로 자신을 제어하려는 수비수들을 만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 그걸 사람들이 몰라주네요. (웃음) 경기 중에 상대가 거칠게 수비해도 거기에 대해서는 저는 아무 감정이 없어요. 저는 골을 넣어야 되고 상대수비는 저를 막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제가 골을 많이 넣고 있고 위협적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런 거친 수비도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맘 편해요.
지난해 신인으로서 14골과 소속팀의 6강PO진출을 이끄는 좋은 활약을 하고도 강원FC 김영후 선수에게 밀려 신인왕을 타지 못했어요. 신인왕을 타지 못한 한이 지금도 남아 있나요?
= 결과적으로 그게 약이 되었죠. 물론 그런 것이 크게 작용하는 건 아니지만 지난해 시상식장가서 상도 못 받고 창피했던 기억이 있는데, 솔직히 올해는 당당하게 혼자 시상식대에 올라가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 것들이 운동하는데 동기부여가 되긴 했죠.
아시안 게임 축구 대표팀의 경기는 보고 있나요? 아시안 게임 대표에 들지 못했는데 아쉬움은 없는지?
=매 경기 보고 있어요. 아쉽긴 하지만 어차피 안된 거 아쉬워도 이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항상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어요. 그래야 제게도 나중에 또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K리그에서 2년동안 36골을 넣었어요. 올 시즌만 해도 경기당 득점률 0.79에 해당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고요. K리그 득점왕이라면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라는 뜻이 되는데 아시안 게임도 그렇고 K리그 올스타전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줄곧 외면을 받았어요. 섭섭하지 않나요?
=감독님들은 제가 골은 잘 넣는데 다른 부분들이 대표팀에 들어가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물론 그런 점들을 보완하려고 하고 있고요. 한-일전도 한 번 갔었는데 앞으로는 계속 대표팀에 들어가고 싶어요. 일단 목표는 아시안 컵이에요. 실력도 지난해 보다는 좋아졌다고 생각하고요. 아시안컵에서 살아남는 게 지금의 제 목표예요.
조광래호 출범 이후에 2개월간 외면 끝에 한일전에 출장했어요. 당시 경기가 공식적인 A매치 데뷔전 이었는데 무엇을 느꼈나요? 조광래 감독이 특별히 유병수 선수에게 주문한 것은 무엇인가요?
= 경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경기에 투입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기에 뛴 것만으로도 너무 즐겁고 재밌었어요. 9분은 뭔가 보여주기에는 적은 시간이긴 하지만 그 안에 제가 뭔가를 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뛸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죠.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주문한 것은 없는데 대표팀에 소집됐을 때 조광래 감독님이 절보고 ‘전 경기에서3골 넣었다며? 여기 와서도 골 넣어야지’란 말씀만 하셨어요.
유병수 선수에게 대표팀은 어떤 의미인가요?
= 23년 살면서 항상 한 번도 머릿속에서 놓지 않았던 것, 단 한번도 생각을 내려 놓지 않았던 것, 언제나 꿈꾸던 것이죠. 축구를 하기 전 그냥 막연히 좋아할 때부터 꿈꾸던 것이에요. ‘나도 나중에 꼭 국가대표가 돼야지’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어요. 한 일전을 뛴 유니폼은 숙소에 잘 보관 하고 있어요. 첫 경기를 했던 유니폼이기 때문에 아주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죠.
올 시즌 5번의 PK 기회에서 2번이나 실축했는 데 왜 이렇게 PK에 약한가요?
=솔직히 예전에는 PK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원래는 골키퍼를 보고 정확히 차는 스타일이었죠. 그런데 작년에 2번 못 넣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졌어요.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차면 꼭 실축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실패의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이제는 자신 있어요. (가장 아쉬웠던 실축은?) 유난히 아쉬웠던 PK는 허정무 감독님의 데뷔전이었던 부산전이에요. 차는 순간 잘못 찼다는 느낌이 왔죠. 감독님께 죄송스러웠고 특히 형들에게 미안했어요. 형들이 만들어서 저에게 기회를 준 PK 였거든요.
그런데 FC 서울의 데얀이 '유병수는 페널티킥골이 많아서 득점왕이 됐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어떤 선수든 어떤 의견이든 자신의 생각을 말 할 수 있는 거죠. 전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제가 올 시즌 PK 5개 중 3개를 넣었어요. 그 중 3개는 제가 만든 PK이고요. 제가 얻어서 제가 찬 것이고 공격수라면 PK골도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PK골 빼도 넣은 골은 많으니깐 신경 쓰지 않아요(웃음)
올 시즌 도중 인천의 감독이 페트코비치 감독에서 허정무 감독으로 바뀌었어요.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을 맡고 있을 때 유병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기에 혹자는 악연이라고도 평했는데?
= 처음에는 사실 긴장했죠. 그런데 짧은 시간에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대표팀과는 다르게 프로는 운동하면서 감독님 스타일을 알아갈 수 있고 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느낀 감독님 스타일은 열심히 하고 성실한 선수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거기에 축구도 잘하면 더 좋지만, 활동적이고 말 많이 하고 웃으면서 하는 선수를 특히 좋아하세요.
허정무 감독은 부임 초 ‘다른 대표팀 감독들이 왜 너를 뽑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땠나요? 허정무 감독님께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저도 사실 그건 그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스스로 보완된 모습을 못 보여드리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감독님이 오셔서 직접 말씀해주시니 ‘더 해내야겠다. 꼭 고쳐야겠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옆에서 계속 말씀해주시니 동기부여가 안될 수가 없었죠. 현재는 감독님의 요구에 백퍼센트는 아니어도 반 이상은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특히 활동적인 부분, 골을 넣을 수 있는 확실한 움직임, 수비 가담하는 부분, 골을 넣기 위한 문전에서의 움직임 같은 거요.
페트코비치 감독과 허정무 감독은 유병수 선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페트코비치 감독님은 저에게 프로선수로서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분이죠. 저에게 항상 자신감을 주셨어요. 그런 부분이 프로선수가 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죠. 페트코비치 감독님의 소식은 통역을 담당하시는 구단 직원분이 한번씩 전해줘요. 감독님과는 말이 안 통하니깐 연락은 못하죠. 그래도 ‘병수 축하한다.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 마다 감사해요. 허감독님은 저를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는 선수가 되게 해주시는 분이에요. 항상 아직 저의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을 가다듬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유병수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 아직까지는 가장 중요한 건 축구인 것 같아요. 축구 이외에는 부모님과 가족이고요. (축구를 하는 이유는요?) 재밌어서요. 제가 골을 넣으면 경기장의 팬들이 좋아해주시고, 다른 선수들과 지도자 분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
그런데, 그럴 일은 없겠지만 감독님이 수비수를 보라고 하시면 어떡하죠?
= 물론 봐야죠. 수비수는 수비수 나름대로 공 뺏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가끔씩 올라가서 골 넣으면 되죠. (혹시 골 넣는 본능으로 자책골을 넣는 것 아닌가요?) 아직까지 축구 하면서 자책골은 넣어 본적이 없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 중 보여주고 싶은 점이 있나요?
= 사람들이 제가 어시스트가 없어서 패스를 못한데요. 유병수는 무조건 공 잡으면 드리블하고 연계플레이를 못한다는 글도 많이 봤어요. 크게 신경쓰는 건 아닌데 사실 저는 패스플레이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패스미스가 많아도 전 항상 논스톱으로 연결하려고 해요. 오죽하면 선생님들이 저보고 공 좀 잡고 있으라고 하세요. 그런데 저는 축구에서 빠른 템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빠르게 논스톱으로 연결하려고 하고요. 대표팀 가서도 많은 사람들이 볼 때 제가 패스도 잘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럼,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 중 꼭 풀고 싶은 오해는 어떤 걸까요?
= 많은 분들이 운동장에서 저를 보시고 싸가지가 없을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그런데 그건 정말 아니거든요. 전 경기장 밖에서는 정말 깍듯하게 선후배 관계 존중 하려고 노력해요. 다만, 경기장안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뿐이죠. 모든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가면 상대방을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선수가 있을까요? 운동장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거칠고 무서운 선수가 되고 싶죠. 그래야 수비가 함부로 드리블이나 패스를 못한다고 동료 수비수들도 말해줬어요. 저도 그게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운동장에서의 모습은 거기서 만의 모습이에요. 절대 상대 선수를 고의적으로 다치게 하려고 하지도 않고요. 그리고 가끔, 경기 중에 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상대선수들이 저에게 욕을 많이 해요. 그래서 제가 ‘게임하다 보면 그럴 수 있잖아요. 욕은 하지 마세요’라고 말씀 드려요. 그래도 계속 하실 땐 그냥 혼잣말로 화를 풀죠. 그런데 TV에 비쳐지는 모습은 수비수의 반칙으로 경기가 중단 됐을 때이기 때문에 제가 화내고 이런 모습만 나오죠. 그래서 K리그 팬 분들도 저를 예의 없다고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내년이면 인천과의 계약이 끝나는 유병수 선수의 거취에 대해 팬들의 궁금증이 상당해요. 인천이 아닌 K리그 다른 팀으로도 갈 생각이 있나요?
= 아직 이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계약이란 게 저 혼자 생각으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구단의 입장도 있고 다른 여러 조건이 맞아야 되니까요. 그러나 인천에 있을 수 있으면 더 있고 싶어요. 아직까지는 다른 구단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진짜 어쩔 수 없이 이적을 한다면 다른 구단 보다 해외로 나가고 싶어요. K리그의 다른 팀 소속으로 인천에 원정와서 골 넣으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제주와의 최종전에서 인천 서퍼터즈들이’Don't sell my YOO’라는 응원가를 불렀어요. 경기 중 이 사실을 알았나요?
= 사실 못 들었어요. 경기 중에 다같이 합창하면 사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워요. 나중에 기사보고 알았죠. 그때 심정은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저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시고 그런 노래까지 해주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정말 감동스러웠어요.
최근 인천 서포터즈들이 많이 줄어든 모습이에요. 경기장의 관중도 예년만 못한데 왜 라고 생각하나요?
= 팬분들이 많으면 당연히 좋지만 아직까지는 그 수가 적더라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행복해요. 전 골 넣으면 반은 서포터즈에게 달려가요. 팬분들을 보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경기장에 와서 우리 팀을 응원해주시고 저를 응원해준다는 게 너무 감사해요. 프리미어리그처럼 관중석과 경기장이 가까웠다면 맨날 그 속으로 뛰어들어 갔을 거예요. (숭의구장 가면 그런 분위기가 나겠죠?) 그럼 정말 좋겠어요.
공격수로서 어린 나이에 득점왕을 이루었는데 목표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요? 내년 시즌에 대한 동기부여가 지난해 보단 약할 것 같은데?
= 우리나라 리그에서 득점왕 두 번 한 선수가 있나요? 제가 알기로는 없는 것 같은데. 절대 목표는 없어지지 않아요. 무엇인가를 이루고 나면 더 큰 목표가 생기죠. 학교에서는 대학을 가는 게 목표였죠. 대학에서는 프로였고요. 프로에서는 게임을 뛰겠다. 또 국가대표가 되겠다로 목표가 더욱 크게 변해갔죠. 목표는 사라지는 게 아니고 점점 크게 변해가는 것 같아요. 목표가 사라진다면 그건 아마 은퇴할 때쯤 이겠죠. 그런데 그때도 이제 축구가 아닌 사회에서 해야 할 다른 목표가 생기는 거겠죠.
인터넷에서 팬들이 추신수, 지소연, 김영후 선수가 유병수 선수와 닮았다고 해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닮은꼴은 누구인가요?
=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곰곰히 저 분들을 봤는데 얼굴 광대뼈랑 머리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아요. 누굴 꼽을 수는 없고 사실 전 안 닮았다고 생각해요 안 닮았는데 닮았다고 자꾸 그러네요(웃음) 저번 한일전 끝나고 대표팀 해산하려고 하는데 여자대표팀이 오더라고요. 그때 지소연 선수가 주변의 여자선수들에게 ‘저 오빠 나랑 닮았다고 사람들이 그러던데’ 하면서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때 대화를 좀 나눠볼까 하다가 그냥 말았어요.
요즘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걸 그룹은? 내년 시즌 22골 이상 넣겠다고 구단에 약속한다면 구단에서 하프타임행사로 불러주지 않을까요?
= 요즘 노래가 뭐가 있고 누가 뭘 부르는지도 모르겠어요. 요즘엔 슈퍼스타K만 봤어요. 사람들 나와서 그렇게 노래하는 게 좋아요. 본방을 못 보면 다운받아서라도 다 챙겨볼 정도였죠. 걸그룹보다는 이분들을 더 보고 싶어요. 돈이 들어가야 되는 문제니깐 구단에 불러달라고는 못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허각씨가 와서 노래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허각씨도 인천사람이고 우리도 인천팀 이잖아요. 제 컬러링도 허각씨 노래에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 처음에 입단했을 때 한 명이든 두 명이든 그 사람들을 위해 축구를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지금도 항상 그 마음을 갖고 하고 있고요. 저희가 재밌고 골도 많이 넣고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면 자연스럽게 관중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그런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올해는 제가 트위터에도 글을 남겼지만, 팀이 맨날 지고 웃을 일이 없었는데 제가 득점왕이라도 해서 인천 팬분들께 웃을 일을 만들어 드린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해요. 내년에는 개인 욕심 보다는 골을 못 넣어도 팀이 이길 수 있게 노력하고 싶어요. 그래서 결승까지 가고 싶고 인천이 12월까지 남는 팀이 되게 노력하고 싶어요.
/글= 김재진 UTD기자 (jaejin44@empal.com)
/사진=김지혜 UTD기자 (hide5-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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