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숲, 비좁아지는 인천의 하늘과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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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숲, 비좁아지는 인천의 하늘과 땅
  • 박병상
  • 승인 2019.03.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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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동양화학 해체 후>

 
연수구에서 미추홀구 용현동의 한 환경교육 시설로 오후에 걸었다. 미세먼지가 지독해 흔쾌하지 않아도 만보를 채우려고 회의 시작보다 많이 앞선 시각에 집을 나섰는데 오랜만이라 그런가? 동양화학 공장 자리를 지나는데 분위기가 달라졌다. 철제 펜스가 두른 넓은 부지의 공장은 모두 헐렸다. ‘용현지구’로, 머지않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모양이다. 오랜 공장을 하나라도 살려 지역 젊은이를 위한 문화와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이제 유효할 수 없으리라.

수인선 해당 지역에 용현역을 만들어놓았으니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기정사실이더라도 내심 아쉬웠다. 지역의 유서 깊은 대학과 가까우니 새로운 전통과 문화 창조의 등용문이 되면 지역 정서에 긍정적으로 자리매김했을 텐데, 머지않아 철근콘크리트로 가득하겠지. 그것도 초고층으로 삭막하게. 요즘 신축 아파트는 한결같이 40층을 넘나든다. 50층이 넘으면 안전 규제가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라는데, 49층 이하면 괜찮다는 겐가? 아무튼, 같은 길을 다음에 걸을 즈음, 공장 냄새는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겠지. 시끄러운 공사판에서 초고층 빌딩숲으로 화려하게 변모하겠군.

일제의 수탈용이던 수인선은 복선 표준궤로 복원된 뒤 지하와 지상구간을 달리며 승객만 운송한다. 중국산 석탄을 수송하지 않으니 연수구민에게 다행인데, 출퇴근 시간마다 용현역부터 북새통을 이루는 건 아닐까? 명칭과 달리 인천역에서 아직 수원 근처의 노선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오이도역에서 갈아타면 안산과 서울 복판을 지나 노원으로 연결되므로. 하지만 수인선만으로 늘어날 인파는 감당하기 어려울 거 같다. 벌써부터 정체된 제2고속도로는 민원의 대상으로 등극하겠지.

10여 년 전까지 대기업의 공장과 석유비축기지였던 인하대학교 주변은 이미 고층아파트로 빼곡히 점령되었다. 새로 올라온 아파트 단지에 입주한 시민 대부분은 어디로 출퇴근할까? 인천 지역일까? 인천을 벗어나야 할까? 도로에 승용차가 무척 늘었겠다. 청년 중 일부를 제외하면 통학을 위해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테니 아침은 교통지옥이겠지. 동양화학 자리마저 초고층으로 메운다면? 상상하기 두렵다. 연수구도 복잡한데, 그 지역으로 이사해야 하는 불행이 없기를 기대하면서 걸었다. 초미세먼지 90% 이상 거른다는 마스크 때문에 가슴이 답답한 게 아니다. 하늘은 아직 연수구보다 넓지만, 곧 비좁아지겠지.

국제도시라는 걸 앞세우길 좋아하는 청라 아파트단지의 주민들은 지역의 문화행사에 관심을 기울이기 어려워한다. 마음이 없기보다 출퇴근에 몸이 지치지 때문이다. 퇴근 이후 마음 맞는 이웃과 이따금 살가운 시간을 갖더라도 금방 일어나야 한다. 직장이 인천이 아니므로 이어지는 술자리를 서둘러 마쳐야 하는데, 용현동은 어떨까? 인천시 곳곳에 아파트가 초고층으로 다닥다닥, 경쟁하듯 늘어나지만, 그에 발맞춰 일자리가 확보되는 건 아니다. 더욱 비좁아지는 도시에서 시민들은 피곤하다. 부쩍부쩍 늘어나는 인구는 제가 사는 지역에 자긍심을 만들기 어렵다. 지방세를 아깝게 생각하겠다.

하늘 비좁게 올라서는 아파트마다 전기와 수도, 가스와 통신을 요구하고 그만큼 하수와 쓰레기를 추가로 내놓을 것이다. 초미세먼지 펑펑 쏟아내는 화력으로 생산하는 전기 이외에 인천이 제공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전기도 인천시가 능동적으로 공급하는 건 아니다.

음식은 어떤가? 강화와 옹진군이 같은 광역시 권내에 있지만 아파트단지와 거리가 멀다. 갯벌을 잃었을 뿐 아니라 바닷모래를 빼앗기는 인천 앞바다는 어획고의 대부분을 벌써 잃었다. 자급 가능한 강화의 쌀이 인천의 아파트 단지에 쌓이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이 20%에 그치니 대부분 수입산일 것이다. 그만큼 석유를 낭비한다.

일본 생활협동조합 운동을 이끄는 우치하시 가츠토(內橋克人)는 “FEC자급권”을 주창한다. 식량(food), 에너지(energy), 그리고 돌봄(care)는 지역에서 어떡해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인데, 그 점에서 인천은 낙제다. 지속 가능할 수 없는 만큼 온실가스는 넘치고, 정주의식은 낮아지겠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들끓는 만큼 한시바삐 인천을 떠나고 싶을 것이다. 시민의 행복보다 지방세 증가를 먼저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사업자에게 도시계획을 맡기는 행정은 제발 중단해야 옳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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