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된 지하상가 제도개선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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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 된 지하상가 제도개선 공청회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9.05.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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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법 근거로 권리금 등 보호책 제시 없어 상인들 감정 격화

인천시가 추진 중인 지하상가 사용료 인상을 놓고 지하상가 상인들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면 시가 업무상 배임죄에 적용된다는 법률자문까지 언급됐음에도 상인들이 요지부동의 자세를 취하면서, 해결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2일 부평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지하도상가의 안정된 제도 마련을 위한 시민 공청회’를 열었다. 상위법(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하 공물법) 위반 지적을 받는 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개정을 앞두고 의견 수렴 명목으로 마련했다.
 
현행 인천시 조례는 사용료 부과를 위한 재산평정가격을 부지는 감정평가액 전액이 아닌 2분의 1, 건물은 시가표준액이 아닌 감정평가액을 적용토록 한 부분이 상위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미 시가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조례 개정 권고를 받고 있었음에도 의회에서 조례 개정작업이 늦어지는 등의 이유로 시는 개정을 미루어 왔다.
 
결국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감사원으로부터 해당 현안에 대해 감사를 받았고 그 결과 감사원은 “임차인의 전대차계약 및 임차권 양도·양수를 통해 연간 460억 원의 부당이득이 있었고, 개·보수공사와 관련해 임차인들의 부당 특혜가 있었으며 15개 지하도상가 대부료를 법령 기준보다 적게 부과했다”는 등의 지적을 했다.
 
이날 시는 그간의 조례 주요 사항들이 위법한 내용임에도 이를 근거로 지하도상가를 관리 운영해 왔지만 법률자문결과 ‘업무상 배임죄’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끌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채기병 시 건설심사과장은 “법에서는 어떻게든 허용을 안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개정은 불가피한데, 위법하지 않은 범위에서 기존 상인들을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방안 및 활성화 방안까지 개정될 조례에 함께 담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상인들의 반박으로 이어졌다. 권리금 등을 포함해 일반적인 전형의 임대차 계약을 했을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상위법을 따라 조례를 개정했을 때 입을 피해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이날 시 관계자가 “현행 조례로 인한 문제가 예전부터 있었다. 잘못(상위법 위반)된 조례로는 상인들을 보호하거나 할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그런 발언이 나올 때마다 “듣기 싫다”, “그만 둬라” 등의 반박이 이어졌다.
 


시 관계자의 주제발표 도중 반박 발언이 이어지면서 장내가 소란해져 결국 시민들이 단상으로 올라오는 등 상황까지 연출됐다. ⓒ배영수

 

결국 시 관계자의 주제발표는 진행이 아예 중단됐다. 이어진 토론순서에서도 사전에 정해진 지정토론 주제가 ‘상가 활성화’였던 인천연구원 관계자가 원활한 발언을 하지 못하는 등 공청회 자체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부평역지하상가법인 측 관계자의 지정토론 순서에서 “시는 위법이라고만 말하지만 다른 법률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모두 불가하다고 하면 안 된다, 조례를 따른 임차인들이 무슨 잘못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장내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는 등 토론의 분위기는 전혀 형성되지 못했다.
 
다만 ‘공유재산’에 해당되는 지하상가의 경우 ‘공유재산은 사유화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논리에 따라 공물법은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권리금 및 대부료를 개인 비용으로 투입한 상인들이 보호를 받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크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만든 데에는 인천시의 잘못도 없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권리금 등에 대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인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에 대해서 전혀 답을 주지 않았던 데다, 조례 개정의 과정에서 ‘소통의 부재’ 등도 지적됐기 때문이다.
 
신은호 인천시의원은 “감사원이 지적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상위법과 상충되는 조례를 손보지 않는 등 분명 과정에 대한 문제가 있고, 이는 공직자들도 책임이 있는 부분”이라며 “상인들 중에서는 전 재산을 투입해 생존권 문제에 직면한 당사자들도 있을 텐데, 그런 충돌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지 않으면 사회적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 의원은 “임대료 부분 인상안 등에 대해 시의회와 상의한 바가 없고 심지어 공청회 일정 등도 의회에서 상의한 적이 없다는 점은 지적 대상”이라며 “정부가 임대료를 5%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부분도 있는데 이 부분도 적용 여부를 가늠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중립적이고 법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창과방패’의 최선애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상위법에 위반되는 조례는 효력이 없다는 판례가 있고 관련 내용을 검토해본 결과 조례가 유효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면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례를 만들 수는 없다, 내용과 적용 시기 등을 어떻게 할 거냐 등에 대한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보호받을 부분의 필요성 등도 언급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직접 현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 조례가)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계속 갈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애당초 인정될 수 없는 권리금이 적용된 것으로 설명이 될 텐데, 그렇다면 권리금을 지불한 상인들이 지불을 받은 주체(시 혹은 해당 법인 등)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지하상가 상인들이 조례개정 반대 피켓을 꺼내들고 있다. ⓒ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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