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와 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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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와 ETS
  • 조강희
  • 승인 2019.06.20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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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조강희 / 한국환경공단 기후대기본부장

최근 한국의 남성 7인조 그룹인 방탄소년단 BTS가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영국 웸블덤 경기장 등에서 수십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세계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미국에서는 21세기의 비틀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이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BTS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칼군무라고 표현되는 절제되고 새련된 춤과 다양한 장르의 노래, 유튜브 등 영상을 통해 보여준 화려한 뮤직비디오와 화려한 외모등등.

그리고 또하나 다른 아이돌그룹과 차별성은 BTS 노래가 담고 있는 내용이라 판단된다. 첫 번째 앨범인 'Love yourself'와 최근 앨범인 'Map of the soul' 등의 앨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BTS 노래가 담고자 하는 내용은 젊은 세대의 시대적 아픔을 치유하고, 대안으로서 자신을 사랑하고, 나아가 자신의 내면적 성찰을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과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이런 시대흐름을 노래하는 BTS를 보호하겠다며 세계적으로 수를 알 수 없을 만큼 많은 아미(Army)라는 팬들도 생겨날 수 있었다. BTS의 또 다른 의미가 Beyond The Scene라고도 불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렇게 BTS 성공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추진 중인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Emission Trading Scheme, ETS), 영어 약자의 이름도 유사한 ETS의 성공의 요소를 찾기 위해서다. 참고로 지난 6월 초 싱가포르에서 세계은행이가 공동 주최했던 'Innovate 4 Climate 2019' 행사에서 한국환경공단은 한국의 ETS제도에 대한 홍보 부스를 마련했는데 많은 참여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어떻게 기업을 설득했냐부터 실제 어느 정도 감축효과가 발생하고 있느냐는 등 포럼 발표 현장의 열기가 뜨거웠다. 이는 EU의 ETS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단위의 ETS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갇힌 인천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한 지난 1월 14일 정오 문학산에서 내려다 본 송도신도시(사진 위)와 연수동 아파트단지(사진 아래).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은 전 세계의 최대 화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은 2015년 기후변화총회를 통해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파리협약을 체결했다. 각국은 UN에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하였는데, 한국은 2030년의 배출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자발적 목표를 국제사회에 공표한 바 있다. 이러한 감축을 위해서 주요하게 선택한 수단이 2015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다.

이 제도는 정부가 일정 규모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배출허용총량(Cap)을 할당하고, 그 대상 기업들은 정해진 배출허용범위 내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는 제도로,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허용배출량보다 더 많은 배출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사야하고, 정부로부터 받은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하는 기업은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한마디로 기업들 사이에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배출권 가격은 주식가격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사이에서 결정된다. 즉,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방식이 아니라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이루어내고자 도입된 제도다. 현재 이 제도에 참여하는 기업의 배출 총량은 한국의 전체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의 약 70% 정도이고, 간접배출량의 약 84%를 차지하고 있어, ETS의 성공 여부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의 성공을 결정한다.

물론 한국의 ETS 제도에 많은 허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행된 지 20년이 넘어가고 있는 EU의 ETS에 비해 한국은 이제 채 4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은 더 많은 제도의 보완을 요구한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정부의 배출권 이월제한 규정 변경이 그것인데, 정부는 최소한의 시장 유동성 확보를 위하여 계획기간 내 이행연도 간 배출권 이월의 일부를 제한하는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변경을 확정해 고시한 바 있다. 이런 조치는 기업들이 잉여 배출권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월을 위해 시장에 배출권을 내놓지 않아 배출권 가격이 계속 인위적으로 상승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러한 규정 변경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과 도리어 감축에 노력해온 기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정부의 개입을 가능한 최소화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EU의 ETS 경우처럼 제도의 안정성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초기의 제도 보완은 불가피하다.

한편 이 조치 이외에도 온실가스 상쇄제도 중 하나인 외부 감축사업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상쇄제도를 통해 배출권 거래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은 외부 감축사업으로 새로운 사업과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이외에도 시장조성자제도 운영, 파생상품 도입, 해외 배출권 시장과의 연계 등은 2021년부터 진행되는 3기 배출권거래제도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사전에 충분히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노력은 ETS 제도의 불확실성을 해소시키고, 파리협정에 마지막 남은 제 6조 탄소시장의 세부 규정의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지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6월 하숭에 들어서면서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작년에 이어 이번 여름에도 폭염이 올 것은 자명하다. 물론 이러한 폭염의 원인은 지구온난화 문제와 연관이 깊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고 현재를 살아가는 당면 과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라는 용어는 이제 ‘기후위기‘, ‘기후붕괴’ 라고 변경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지구온난화‘ 라는 표현도 ‘지구가열’로 변경하는 것이 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여 시급한 대응방안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공포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로 확인되고 있지만, 아직도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에 사회적 합의가 많이 부족하다. 이런 이유는 공유지의 비극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무임승차자의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국민을 교육시키고 계몽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탄소세 등 정부의 규제를 통한 세금정책도 검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한국에서 추진 중인 ETS 제도의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설계와 보완이다. BTS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하고 있듯이 한국의 ETS도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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