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크라시와 동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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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크라시와 동량
  • 김현
  • 승인 2019.07.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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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상과 조사에 관하여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에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서정혜(의류디자이너)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전읽기 연재는 대화체로 서술하였는데요, ‘이스트체’ 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이’,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스’, 김일형은 칸트의 ‘트’, 김경선은 니체의 ‘체’, 서정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베’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9장
 
“ 사상에 관한 것은 수사학에서 말한 것을 전제로 하기로 하자. 등장인물의 사상은 그들의 언어에 의하여 성취되는 모든 것-증명, 반박, 여러 감정의 환기, 및 과대평가와 과소평가-중에 나타난다. 그들의 행동도 만약 그것이 애련 혹은 공포를 환기하거나 혹은 중대한 것이나 개연적인 것 인상을 주기를 원한다면 언어의 경우와 같은 법칙에 따라야 함은 명백한 일이다.” 127쪽

 
체: 플롯과 성격에 관한 논의 이후에 사상과 조사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먼저 사상에 관해서 수사학에서 말한 것을 전제로 하고 있네요.
 
스: 수사학이 설득을 위한 말하기 기술이라고 보면 사상은 말하기를 통해 즉 언어를 통해 나타날 수밖에 없잖아요.
 
트: 말속에 다양한 감정과 논리 그리고 그 이상이 혼재되어 있어서 말하는 사람의 의도까지 잘 파악해야만 온전히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베: 정치를 보면 말싸움의 격전장 같아요. 동일한 사건에 대해 어쩌면 그렇게 극과 극의 논평들이 나오는지 흥미로워요. 세월호 사건, 국정교과서, 5.18 광주민주화 운동, 최저임금 등을 바라보는 극명한 시각차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체: 정치적 문제에 관하여 청중의 행복을 목적으로 하여 독려 또는 만류하는 경우라든지 법정에서 정의를 목적으로 하여 고소 또는 변론하는 경우라든지 표창할 때의 연설에서 찬사를 진술할 경우에 될 수 있는 한 청중의 찬성을 얻도록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수사학의 목적이라 언급된 부분을 참조하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자신의 지지 세력에게 전폭적 찬성을 얻고자 나름의 논리로 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은 모두 거부하는 극단적인 파당정치를 하는 것 같아요. 거부라는 뜻의 ‘비토(veto)’와 정치체제를 뜻의 ‘크라시(cracy)’를 합성한 비토크라시가 한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거죠.

 

 '비토크라시'에 꽁꽁 묶였다 <출처: 매일경제>


스: 정치인들의 수사학이 저급한 비토크라시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라고 봅니다.
 
트: 말속에 집단의 사상이 묻어나기 때문에 이념갈등이 심한 우리 정치판은 여러 감정의 환기가 자주 일어나는 듯해요.
 
베: 사상이라는 것이 성격과 더불어 인격을 형성하는 한 요소로서 말이나 행동에 나타나는 지적 능력이라고 하는데 정치영역에 있는 분들은 지적 능력이 누구보다도 뛰어난 집단이라고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말하는 묘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체: 자신의 존재감을 말을 통해 하다보니 인상적이면서도 자극적이어야만 언론에 노출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함량미달의 정치인들이 참으로 많죠.
 
베: 그런 정치인들을 뽑은 것에 대해 우리가 감내해야 할 몫도 있다고 봐요. 먹고 사는 문제의 시작이 정치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 왜곡된 정치관념, 극단적 이념논쟁 등 여러 요인들을 재생산하는 언론에 대한 무비판적인 우리의 의식의 길었던 혼수상태를 인정해야 한다고 봐요.
 
체: 정치얘기 하다보니 끝이 없군요. 다음으로 언급한 조사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죠.

 
“조사에 관한 사항 중 한 연구 주제는 발언할 때의 어조의 문제, 예컨대 명령, 기도, 단순한 진술, 위협, 질문, 답변 등의 차이를 나타내는 어조의 문제인데, 이와 같은 연구는 웅변술 및 그와 같은 동량적인 기술의 소유자에 속한다.” 128쪽


 
스: 여기서 말하는 ‘조사’라는 말을 찾아보니 운율의 배열이라고 하는데 운율의 배열에 따라 드러나는 어조의 문제를 살짝 언급한 것을 보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듯 보이는데요.
 
체: 아리스토텔레스는 어조의 문제에 대해 시인에게 그렇게 큰 문제로 보고 있지는 아닌 것 같아요. 호메로스가 원망을 표현하려고 하면서 명령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비난 할 사람이 없다고 하는 걸 보면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네요.
 
트: ‘동량적인 기술’의 소유자가 호메로스라서 그런 것 같은데 ‘동량적인 기술’이 뭔가요?
 
체: 동량적인 기술이란 하위의 기술에 대한 상위의 기술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예컨대 수사학은 웅변술에 대해 동량적 기술인데 수사학은 어떠한 효과를 나타내야 하느냐를 결정하고 웅변술은 그와 같은 효과를 어떻게 하면 거둘 수 있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각주에 나와 있네요.
 
베: 의사의 기술은 약제사의 기술에 대해 동량적 기술이며 승마술은 마구 제조 기술에 대해 동량적 기술이라고 보는 것과 같다고도 하네요.
 
스: 한자로 표현되어서 좀 어렵네요. 동량이는 것이 어렸을 때 ‘동량질’ 하는 거지를 보고 그렇게 부르곤 했는데 여기서는 다른 뜻이네요.
 
체: ‘동량(棟梁)’의 사전적 의미는 기둥과 들보로 쓸만한 인재를 뜻하는데 지금 우리사회에 필요한 인물인 거죠.

 
 한옥의 기둥과 대들보
 

급작스럽긴 하지만 그런 인물을 고대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할께요.
 
정리: 이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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