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마을공동체가 해가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시·군·구 모두 합쳐 650여 개의 마을이 활동하고 있고 향후 인천시의 마을정책과 만나면 더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마을활동의 내용은 ‘배우고 학습하는' 내용이 주요하게 차지하고 있다. 마을의 어린이부터 어른,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에 걸쳐 일어나는 학습은 한 개인을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결국엔 함께 배우고 서로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 관계를 만드는 주요한 매개가 되기도 한다.
즉, 개인의 학습욕구가 마을을 만나게 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만들어지는데 마을학습 모임이 많아질수록 개인의 행복감은 물론 마을변화의 동기를 만드는 공동체성의 켜가 쌓이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개인의 욕구로부터 출발한 학습이 커뮤니티 안에서 해결해야 할 공동의 관심사로 옮겨가고 마을활동의 주체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과정은 반드시 '시민성' 향상으로 연결된다. 마을에서 평생학습이 있는 이유이다.
마을에서 학습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려면 우선 갖추어야할 전제조건이 있다. 주민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문턱 없고 자유로운 마을의 '장소'가 필요하다. 인천 마을공동체가 해마다 확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이 모일 장소는 턱없이 부족하다.
공간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다. 아무리 학습내용이 좋고 학습주체의 의지가 굳다고 할지라도 다양하게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면 지속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책 한 권을 읽든, 혹은 학습 주체들 사이에 토론을 하든 주민을 담는 아름답고 자유로운 학습공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학습플랫폼이든, 시민플랫폼이든, 공공카페이든, 마을도서관이든 명칭은 상관없다. 공간은 사람을 담고 사람이 공간을 완성한다.
주민자치센터 연구를 하느라 일본의 공민관을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생애학습시설인 공민관은 마을에서 커뮤니티공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보았던 점은 공민관의 공간이었다. 조명이 아늑한 카페, 푹신한 소파가 자리하고 있는 작은 도서관, 다양한 소모임 공간 등 주민의 욕구에 맞게 공간이 배치되어 있고 주민들은 편안하고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원구에 있는 <한내 지혜의 숲>을 설계한 장윤규 건축가는 '여러 사람이 모여 서로의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한내 지혜의 숲을 규정하고 있다. 건축가는 주민들이 생각하고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 내부의 성격에 건축 초점을 두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 매력적인 공간을 수시로 찾기 시작했고, 이 멋진 건축물을 마을의 긍지로 삼고 있다. 이런 공간이 마을에 있다고 상상해보라.
인천의 경우 주민자치센터, 공공도서관, 마을의 작은 도서관 등에서 학습주체들이 모이고는 하는데 그중에서도 원도심의 주민자치센터 공간은 주민을 담는 '공간'의 의미를 가지기가 어렵다. 이미 짜놓은 프로그램이 고정되어 있어 주민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학습의 주체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공공 공간이 마을에 필요하다.
다행히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으로 2013년부터 원도심에 커뮤니티공간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영성마을, 박문마을, 만부마을, 염전골 등은 주민들이 설계에 참여하여 주민의 목소리를 담은 커뮤니티센터를 만들었다. 여러 가지 운영의 어려움이 따르기는 하지만 원도심의 커뮤니티센터는 주민의 자유로운 학습공간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영성마을은 커뮤니티센터 외에도 마더센터를 운영하면서 마을의 학습동아리를 발굴하고 운영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공간이 인천에 얼마나 있는지 조사하고 학습주체들과 연결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을의 사람, 공간, 콘텐츠. 이 세가지 요소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평생학습은 이 연결구조 안에서 있을 때 일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