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가 떨어질 줄 모르는 가운데 생활협동조합(생협)과 친환경 농산물 매장이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조합이 운영하는 이들 매장은 중간 유통과정을 없앤 산지 직거래 방식으로 농·축·수산물을 공급받고 판매해 수급 상황과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소비자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 95개 매장을 운영하는 아이쿱생협의 조합원 수는 1월 현재 12만3천251명으로, 작년 12월보다 4천427명(3.7%) 늘었으며 작년 1월보다는 4만2천554명(52.7%)이나 늘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생협인 한살림 역시 1월 현재 조합원 수 25만900명으로 한 달 전보다 3천806명(1.1%), 1년 전보다 4만1천318명(19.7%)이 증가했다.
'배추 파동'이 일어난 작년 10월~11월의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하나 한 달에 새로운 조합원 3천~5천명이 꾸준히 늘어 산지 직거래 친환경 농산물을 향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생협과 친환경 매장의 인기는 일반 시장이나 마트, 슈퍼보다 가격 변동폭이 적으며 일반 신선식품의 값이 치솟으면서 친환경 유기농 신선식품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 대형마트에서 참조기는 1마리(110g)당 2천280원으로 작년보다 2배 이상 올랐지만, 한살림에서는 5마리(400g)에 8천800원으로 작년보다 33%가량 올라 상승폭이 훨씬 적었다.
또 친환경 전문매장인 초록마을은 참조기(100g)를 일반 소매점보다 싼 1천480원에 팔고 있다.
계란 역시 일반 시장과 소매점 평균 가격(농수산물유통공사 가격정보)이 10개당 2천원으로 1년새 17.9% 뛰어올라, 아이쿱생협의 유정란(10개)이 2천850원으로 5.6% 오른 것보다 상승폭이 컸다.
돼지고기 도매가는 구제역 발생 이전보다 60% 가량 가격이 뛰었으나 초록마을은 삼겹살 가격은 100g당 2천800원, 목살은 100g당 2천200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거래 물량과 가격이 널뛰기를 하는 일반 시장 상황과 달리 생협이나 친환경 매장은 중간 유통과정을 없앰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안정적인 직거래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한살림 관계자는 "'생산자들이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가', '소비자들이 충분히 소비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가격과 공급량을 정한다"며 "책임 생산과 책임 소비를 이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물가가 뛸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도 있다.
아이쿱생협은 조합 운영비로 '가격안정기금'을 적립해 갑자기 일부 품목의 값이 뛰면 소비자에 대한 판매 가격에 이를 바로 반영하지 않으면서도 기금으로 생산자들에 대한 납품 가격 인상분을 충당한다.
이와 함께 가축 질병 확산이나 먹을거리 파동이 발생하면 생산자와 직접 거래하거나 친환경 생산을 고집하는 생협과 친환경 매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강점으로 작용한다.
구제역 발생 이전인 작년 8~10월 초록마을에서 한우 판매량은 평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구제역이 발생한 작년 11월부터는 18% 이상 상승했다.
초록마을 관계자는 "식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안으로 무항생제 인증 축산물을 비롯한 친환경 농축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