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이병기 기자
"건축은 건축가가 망치고, 도시계획은 도시계획가가 망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차라리 주민들이 스스로 올망졸망 집을 짓고 사는 게 낫습니다." - 윤석윤 인천시 행정부시장
윤석윤 행정부시장이 인천 구도심 재생사업과 관련해 지역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제기한 인천대 부지 판자촌 주민 토지점유료 문제나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 문제 등 지역현안에 대해선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81차 인천시민사회포럼 '인천 구도심 재생, 행정부시장으로부터 듣는다' 강연이 17일 전교조 인천지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윤 부시장의 도시재생, 도시디자인, 도시개발, 도시계획 관련 발표에 이어 시민사회 관계자들과의 질의 답변시간으로 진행됐다.
윤 부시장은 "오늘 강연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참석하게 됐다"면서 "(기존 도시재생과 관련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이런 일들이 생기면 안 된다는 것과, 행정부 입장에서 지역사회에 설명하기 위해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택적', '필지별', '결합', '입체', '환지', '순환', '관주도' 등 7가지 방식을 설명하면서 이를 결합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부시장은 "역세권 등 핵심지역을 선정한 고밀도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동인천역과 제물포역, 도화역, 백운역 등 역세권을 우선 사업대상지구로 선정하고, 인근 주변과 배후지역을 순차적으로 정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천시가 우선 사업대상지구의 시행주체(도개공 위탁)로 돼 212개 지구에 대한 사업추진여부 등 관주도 설문(서면) 조사와 지구단위계획, 도시정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고밀도 지역의 개발이익으로 기존 시가지내 중저밀도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주차장이나 녹지 등 주민 편의시설 확충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여한 최미경 도화주민대책위 대표는 "도화동 인천대 부지에 거주하는 판자촌 주민들이 인천대의 토지점유료 부과로 거리로 쫓겨날 판"이라며 주민들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윤 부시장은 "이는 개별적 사안이고, 지금은 주민과의 대화시간이 아니다"면서 "담당 과장과 얘기하지 않았느냐"라고 답변을 꺼렸다.
오봉구 사람과 터전(준) 현장팀장은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와 관련해 2009년에 인천시 담당국장은 지하화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종합건설본부에서는 사업비가 많아 할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2010년 송영길 시장은 배다리를 역사문화마을로 만들겠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웠는데, 현재 인천시의 확실한 입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윤 부시장은 "배다리 문제는 파괴보다는 '보존' 내지 '복원'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오봉구 팀장은 "역세권마다 공영이나 민영, 지구지정 제척 등 주민들의 의견이 분분한데, 인천시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주민 간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면서 "도개공은 자금유동성 문제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LH 등도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차라리 모든 지구지정을 해제하고 민영개발을 원하는 곳은 다시 지정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윤 부시장은 "인천시에서 공모를 거쳐 4월 말까지 관내 도시계획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영빈 인천신문 정치부 부국장은 "지역의 212개 사업지구나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고밀도 개발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똑같은 방식이 아니냐"면서 "사업성이 없더라도 열악한 달동네 지역이나 도화지구 등을 먼저 진행해야 하지 않냐"라고 물었다.
윤 부시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동인천이나 백운역 등 이미 저질러 놨는데, 이때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냐"면서 "그러나 역세권에 주차장을 짓는 것보다 서민을 위해 아파트를 짓는 등 이미 벌인 사업은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빈 부국장은 "인천시가 정비기금을 적립한다고 했는데, 서울 1조9천억원에 비해 인천은 167억여원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어려운 지역의 기반시설 지원을 위해서도 기금을 조성해야 하는게 아니냐"라고 물었다.
윤 부시장은 "요즘 금리에 기금이 필요하겠느냐"면서 "(기금 조성이 아니라)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이도형 인천시의회 의원은 "구도심을 개발하겠다는 송영길 시장 공약 때문에 인천시가 성급하게 진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2025년 도시기본계획도 인구가 부풀려진 상태기 때문에 계획 재정비 이후로 속도를 조절해 다시 추진해야 하지 않냐"라고 물었다.
윤 부시장은 "이미 저질러진 지역을 수습하겠다는 것"이라며 "급하게 갈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