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묵고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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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묵고살래?"
  • 은옥주
  • 승인 2020.01.1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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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은옥주 / 공감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 때 많이 듣던 말이다.

뭐 묵고 살래?”

우째 묵고 살끼고?”

 

이 말은 먹고 사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었다.

그때는 전쟁 후유증으로 사방에서 사람이 굶어 죽었다는 소식을 종종 들었다.

입하나 덜겠다고 밥만 먹여주면 남의 집 머슴살이 식모살이(가정부)도 마다하지 않았다.

밥상머리에서 아버지의 밥알하나 남기지 말고 싹싹 긁어먹으라는 지엄한 명령을 나는 한 번도 거역한 적

이 없었다그 후 살아오는 동안 배가 고프면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음식 타박을 하는 것은 큰 죄라도 짓는 것처럼 철저히 교육받았던 것 때문이었다. 다행히 수더분한 입맛을 가져서 무었이던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 때는 아이들이 반찬 투정을 한다든가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저 쌀밥

한번 배불리 먹어보는게 소원인 아이도 많았던 것 같다.

 

 

내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주려고 했지만 많이 애쓰거나 배우지는 않았다.

한꺼번에 영양가 있는 재료를 모두 넣어 간단히 요리할 수 있는 음식을 주로 만들어 주었다.

냉장고에는 고기, 감자, 당근, 양파, 버섯 등을 항상 준비해두고 그것으로 모든 음식을 요리했다.

카레라이스, 하이라이스, 햄버거, 볶음밥 등등 심지어 된장찌개에도 같은 재료를 넣어 이웃들에게

이 집은 퓨전 음식만 해.” 라는 소리를 들었다.

입이 짧아 반찬투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밖에 먹지않는 큰 아이를 위해 김밥을 매일 싼 적이 많다.

김밥의 영양을 생각해서 멸치볶음을 넣어 주었더니 친구들이 하나씩 먹어보고는 다시는 김밥 달라는 소

리를 안했다고 하던가!

아무튼 맛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더구나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낭비라고 느꼈다.

이웃들이 하는 요리비법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고 TV에서 먹방이 나오면 저렇게 야단스럽게 먹는 것

에 집중해야할까 하는 생각에 얼른 채널을 돌렸다.

늘 시간에 쫒겨 좁은 차안에서 햄버거나 김밥을 한입 베어물고 허겁지겁 먹다가 신호가 바뀌면 먹으며

운전하는 시간이 꽤 길었던 것 같다.

그렇게 살다가 나이가 들었다. 이것저것 잔병도 생겼고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선생님이 요즘 뭘 먹고 사

는지를 꼼꼼히 물었다

그런데 나는 당황스러웠다.

딱히 뭘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때가되면 먹긴 먹었지만 영양가와 칼로리를 생각지 않고 먹었고 그것이 내 건강과 상관이 없는 질문 같이

느껴졌다건강이 조금씩 나빠지면서 이제는 뭘 먹고 살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뭐 묵고 살래?”의 의미가 바뀐 것이다.

건강한 식재료를 어떤 방법으로 요리해서 맛있게 먹으면서 살 것인지로 말이다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생존욕구를 해결하는 단계, 2단계는 안전의 욕구를 위해 노력하는 단계이다.

이런 하위단계의 살아가는데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욕구들을 해결해야만 또 다른 상위단계로의 이행이 가능하다는 욕구위계설을 주장했다.

3단계는 사랑과 소속감의 욕구, 4단계는 인정의 욕구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정신적이고 고차원적인

욕구이며 자기가 가장 자기다운 삶을 살기위한 욕구로써 이행은 단계적이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우리나라는 1,2단계의 욕구를 해결하기에도 급급했었지만 이제는 사회적 환경이 많이 달라졌

. 뭘 먹고 살까보다 어떻게 맛있게 먹으면서 건강해지고 행복하게 살까를 고민하는 단계에 와있다.

나는 이제까지 자아실현의 욕구를 위해 노력하며 산 것 같은데 먹는 것에 대해서는 1,2단계에 머물러 있

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2단계에서 3,4,5단계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묘안을 난생처음 요리교실에 등록한 것이다.

건강한 먹거리로 만족과 안전을 책임져주고 밥상머리에서 같이 맛있게 먹으며 사랑을 나눈다.

, 요리솜씨를 뽐내며 가족들의 인정을 받고 내 유전자를 물려받은 가족들과 나 자신을 건강하고 행복하

게 해주어서 자아실현의 욕구도 해결한다.

어떤가? 이런 묘수가!

하루아침에 실력이 쑥쑥 늘어날리도 없겠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실력으로 노력

하면 뭘 그리 어려운 일일까?’ 하는 생각이다.

어릴 때 자주듣던 뭐 묵고 살래?”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대충 먹고살래.”가 아닌

잘 먹고 살래.”로 바꿔가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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