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르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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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의 역할
  • 김선 시민기자
  • 승인 2020.03.1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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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방인-⑫증인과 경청자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Jacob 김선(춤추는 철학자),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서정혜(의류디자이너), 소순길(목사), 이광남(명상활동가)’ 등이 원서와 함께 번역본을 읽어 내려가며 삶의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두 번째 고전읽기- 알베르 카뮈(김화영 역), 이방인 L’Etranger, 민음사.

: Jacob 김 선

 

J’ai accepté de lui servir de témoin.

나는 그의 증인이 되기를 승낙했다.

 

  누워 있는 뫼르소의 방으로 레몽이 들어온다. 뭔가 부탁이 있는 눈치다. 그는 말없이 한동안 침대 가에 앉아 있다. 분위기를 돌리려고 뫼르소는 레몽에게 그의 여자 일이 어찌 되었는지 묻는다. 레몽은 자신의 계획대로 했는데 여자가 따귀를 때리기에 두들겨 패 준 것이라고 말한다. 레몽스런 방식이다. 레몽을 조금 안다고 생각해서 여자가 혼이 났을 테니 만족하겠다고 뫼르소가 말하니 레몽도 그렇다고 말한다. 레몽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제아무리 순경이 뭐라 해도 여자가 이미 맞은 매를 어떻게 할 수 없으리라는 점이다. 그는 순경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지 레몽 스스로는 확신이 없는 듯하다.

  순경이 따귀를 올려붙인 것에 자기가 응수하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는지 레몽은 뫼르소에게 묻는다. 뫼르소는 솔직히 아무 기대도 않했다고 대답하고 자신도 순경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뭔가 확신이 없었던 레몽은 매우 만족해 하며 함께 나가자고 한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뫼르소는 머리를 빗기 시작하는데 레몽이 자신의 증인이 되어 달라고 말한다. 레몽이 이 방에 온 목적이다. 뫼르소는 상관없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다. 상관하고 있으면서도 아닌 척 하는 뫼르소가 안쓰럽다. 레몽은 여자가 자신에게 버릇없이 굴었다고 말하기만 하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뫼르소는 그의 증인이 되기를 승낙한다. 누군가의 증인이 되는 일은 요즘 정말 어려운 일이다.

출처: 뉴스앤조이
출처: 뉴스앤조이

 

  그런데 신의 확실한 증인이고자 나선 이들이 있다. 그래서 세상은 시끄럽다. 증인의 역사도 길다. 그러니 세상은 항상 시끄러웠던 것이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간다. 레몽은 브랜디를 한 잔 사주고는 당구를 한 판 치는데 뫼르소가 근소하게 진다. 브랜디의 기운이 뫼르소에게 더 크게 작용했나 보다. 다음은 갈보 집에 가자고 하나 뫼르소는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여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온다. 뫼르소의 성적 취향과 타이밍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을 레몽은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 자기 얘기만 하는 것이리라. 돌아오면서 레몽은 정부를 혼내 주는데 성공한 것을 얼마나 만족해 했는지 계속말한다. 이러한 레몽을 보며 뫼르소는 레몽이 자신에게 다정스럽게 대해 주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별로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이날은 분명 뫼르소에게는 즐거운 한때였던 것이다.

  방으로 가는 통로에서 뫼르소는 문간에 서 있는 살라마노 영감을 보았다. 그는 개를 데리고 있지 않았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고 빙글빙글 돌고 두서없이 말을 중얼거리며 충혈된 눈으로 길을 훑어보고 있었다. 불안해 보인다. 성미 급한 레몽이 영감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도 영감은 대답이 없다. 빌어먹을 놈이라는 소리만 어렴풋이 들린다. 노인은 계속 어쩔 줄 모르고 서성거린다. 뫼르소가 개는 어디 있는지 영감에게 다시 물으니 달아나 버렸다고 대답한다. 그러더니 영감은 갑자기 개를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수다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얘기를 들어 줄 사람을 기다렸던 것이다.

  레몽은 영감에게 개가 길을 잃어버렸으나 언젠가는 돌아 올 것이라고 말하며 그런 사례를 들어 보였다. 안심시키려고 예의상 한 말이다. 그러나 영감은 더욱 흥분하면서 개는 잡혀갈 것이라며 길러줄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상태도 아니라서 순경들이 잡아가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그를 진정시키려고 뫼르소는 경찰서 동물 보호소로 가 보는 것이 좋을 것이며 약간의 수수료를 내면 찾을 수 있을 가라고 말한다. 수수료가 얼마인지 영감이 물어보자 뫼르소는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자 영감은 개 때문에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에 잃어버린 개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한다. 영감은 자신에게 화가 나서 더 그런 것 같다.

  레몽은 웃으며 방으로 들어간다. 뫼르소도 방으로 들어간다. 조금 뒤 영감이 뫼르소의 방문을 두드린다. 그냥 갈 영감이 아니다. 문을 열어 주니 영감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의 마음을 안 뫼르소는 영감을 들어오라고 권하나 영감은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영감은 구두코만 내려다보고 있는데 딱지 투성이인 손은 떨고 있었다. 미안함과 불안함이 가득한 모습이다.영감은 뫼르소를 쳐다보지도 않고 개를 잃어버려 영영 누군가에게 빼앗길가봐 불안한 질문들을 한다.

출처: 영화 플란다스의 개, 봉준호감독, 2000.
출처: 영화 플란다스의 개, 봉준호감독, 2000.

 

  영감의 불안감이 더욱 심해진다면 봉준호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처럼 환청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영감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듯이 뫼르소는 찾아 올 수 있는 시간이 사흘이라고 담백하지만 위로하듯 알려 주었다. 행방을 모르는 개를 찾아 나서는 영감은 아무 말 없이 뫼르소를 쳐다 본다. 고마워서 그럴 것이다. 그러다가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말하고 자신의 방으로 간다.

  뫼르소는 영감이 자신의 방에서 왔다갔다 하는 소리,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벽을 통해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로 영감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감의 울음소리에 뫼르소는 엄마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모른다. 그 이튿날 일찍 일어나야 하기에, 그리고 배는 고프지 않기에 저녁도 먹지 않고 잔다.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알 수 없는 이유를 잊기 위해 자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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