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책을 읽고,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들
일상 속의 문화, 문화 속의 일상을 위하여
물리적 거리두기
예년 같았으면 새로운 활동 준비로 분주했을 봄이었다. 이 기획도 그렇게 기지개를 켜는 문화 오아시스 활동 공간을 찾아가서 운영자들과 인사도 나누고, 공간 구경도 하고, 활동 이야기도 들으며 내 마음에 들어오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코로나 때문에 ‘물리적 거리두기’하자는 상황에서 2-3곳 연락을 취했지만 다음에 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적지 않은 이들이 감염의 염려를 가지고 있었고, 그걸 탓할 수도 없었다. 서면 인터뷰를 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눈으로 보고, 냄새맡고, 만져보고, 들으며 공간과 사람의 느낌을 가지고 쓰는 방식이라 자신이 없어 다음으로 미루고 나니 마땅이 방법이 없었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게 참 귀한 일이었다.
일상이 멈췄다, 그래서 보이는 것들
코로나19로 인해 생각보다 많이 밀접하게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급속한 전염 속도에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일상이 멈췄다. 필수라고 믿었던 일상생활– 등하교, 출퇴근, 사적+공적 만남, 쇼핑, 여행, 각종 모임, 각종 상업활동, 생산활동 등등 ... -로 인해 번지는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며 이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 물리적 거리두기'가 제안되었다. 다양한 일상을 단순화 시키며, 물리적 관계를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생계조차 어려운 상황이 드러나고, 상상하기 어려웠던 국민기본소득의 한 형태인 재난기본소득이 다양한 방식으로 언급되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 접할 수 없는 최소한의 활동과 최소한의 비용으로 살아보는 강제적 경험을 하고 있다.
사회 다양한 곳에 어려움이 드러나는데 문화예술영역은 의식주의 필수영역이 아니다보니 흔히 보는 뉴스도 공연 전시가 무산된 정도의 뉴스가 전부였다. MBC<놀면 뭐하니?>에서 각종 공연이 진행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며 '물리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답답해 하는 시민들에게 <방구석 콘서트>를 진행하며 위로를 주고 있다. tvN <유퀴즈온더블럭>에서는 코로나와 다양한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과 시민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울었다.
그 이면에는 현장의 각종 활동으로 먹고사는 문화예술인들, 유명한 예능인들을 제외하면 앙상블(뮤지컬의 코러스 등을 맡는 배우들)이나 스텝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있음을 추즉할 수 있다. 월급이 없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문화예술인들은 가히 '생계형 일자리'에서 '생존의 일자리'에 이르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은 더더구나 말을 할 수도 없고...
누군가 죽을만큼 힘들다며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면 하면 지금은 그런 시기라고, 모두다 어렵다고 짜증섞인 질타도 하고, 투정부리지 말고 견뎌보자고, 버텨보자고 위로와 격려를 한다.
확진자가 늘기 시작한 외국 여러 나라들은 전시체제를 선언하는 상황이다. 우리 시민들도 이미 그 상황을 격어내며 다들 고통을 나누고 있는 상황에서 4.15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가관으로 이제와 다를바가 없어 할 말이 없고, 27만명이 회원이라는 n번방 성착취 동영상 공유 사이트는 500만이 넘는 사람들이 크게 죄를 물으라며 코로나 19를 덮을 기세로 공분을 사고있다.
문화예술계 상황은 어떤지 검색해봤다. 대부분 공연 전시 중심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위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었다. 문화예술인복지재단에서 코로나 19의 실질적인 피해를 증명하면 예술인생활안정자금융자가 저렴한 이율로 가능하다고 하는 정도의 내용뿐이었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특별히 드러나는 내용은 거의 없다.
이 기사가 실리는 인천in에도 코로나 발생 이후 문화기사는 한 손에 꼽히고, 다른 신문들이나 인터넷 상에서도 문화예술 관련 기사는 코로나를 이겨내자 정도의 소식밖에 없다. 마치 생활인으로서의 예술인들만 보인다. 궁여지책으로 각종 예방대책(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띄워 앉고)을 공연을 한다는 소식, 관객이 적어 넓게 앉아 관람할 수 있다는 홍보문자를 보냈다가 된질타의 대상이 된 이야기 쯤이다.
그나마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는 길은 온라인 SNS다.
각자가 읽는 책을 소개하고, <감기>나 <월드워Z>, <킹덤>을 보고, <페스트>를 읽고, 음악을 듣는다. 반려동물과의 생활을 보여주고, 봄 식물의 소식-꽃, 새싹-을 찍어 올려준다. 시를 읽어주기도 하고, 노래도 불러준다. 1주, 2주, 3주, .. 계속 늘어나는 물리적 거리두기 시간 속에서의 우울감과 갑갑함, 두려움을 그렇게 위로하고 격려하며 버티고 있다.
더 장기적으로 갈 때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고민도 조금씩 나누며 전에 보다 깊어진 다양한 글이 쓰이고, 댓들이 대화로 나눠지고 있다.
일상과 문화 그리고 예술, 사람들이 사이에 있다.
'물리적 거리두기'에 따라 보이지 않는 것이 (생활)문화예술이었다. 신기할 정도로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나 있지만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영역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사실이 코로나19로 쉽게 손잡고 인사 나누는 일상의 것들이 멈추고 나니 보였다. 물론 문화예술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것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들이 보였다.
다양한 지역의 낯설고 새로운 공간과 사람을 만나는 대신 익숙하고 편안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누려왔던 보통의 일상, 그 지루한 일상의 소중함을 우리는 아련히 바라보고 있다. 이런 시간에 각자의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아마도 그런 작업이 가능한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전에 없는 낯설고 새로운 시간을 살며 둘러보고 머뭇거리며 서성거리고 있지 않을까?. 만나지 못하니 추측할 뿐이지만, 이 시간을 통해 얻어지는 우리 모두의 경험이 지혜가 되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