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은옥주 / 공감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온 세상이 꽃 천지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악몽 같았던 바이러스의 공포를 보상이라도 하듯 아름답고 찬란하다. 대지 위의 봄을 몰고오는 자연의 ‘회복력’은 참 신비롭다.
스트레스 상황이나 역경에 처했을 때 그것을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정신적인 면역성을 ‘회복탄력성’ 이라고 한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강한 힘을 발휘하려면 든든하고 건강한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 불과 2달 전, 온 나라를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렸다. ‘코로나블루’ 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우리는 무기력하고 암울한 시간을 보냈었다.
어린 시절 한여름 소나기 올 때의 기억 한토막이다. 시커먼 먹구름이 밀려와 사방이 어두움에 휩싸이더니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우르르 쾅쾅” 땅이 흔들리고 뒷산이 무너져 내리는 듯 했다.
날카로운 칼날처럼 예리한 빛이 창호지를 찢고 들어와 “번쩍” 하고 벼락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양동이로 내리붓듯 쏟아지는 빗줄기에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었다. 세상이 당장 끝장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느새 비가 “뚝” 그치는 순간이 왔다. 거짓말처럼 맑고 청명한 하늘이 보이고 거북이 등가죽처럼 쩍쩍 갈라졌던 마당이 깨끗하고 단정하게 연한 흙으로 단장되어 있었다.
촉촉한 땅을 맨발로 돌아다니며 발 도장을 찍다가 나무 꼬챙이 하나 주워 맘껏 그림을 그렸었다. 폭폭 파이는 꼬챙이의 흔적은 신기했고 커다란 마당 그림판은 하늘이 준 선물 같았다.
역경을 당할 때 유리공 처럼 바닥에 떨어지면 즉시 산산조각이 나서 부서져버리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고무공처럼 강하게 튀어오르며 정신적으로 더 성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개인이 모인 민족도 마찬가지 일 듯하다.
바이러스와 필사적인 전쟁을 치를 때 우리는 바이러스 공화국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여러 나라들이 나라의 빗장을 걸어 잠궈버렸었다.
이 조그만 나라 ‘대한민국’이 어렵게 전쟁을 치르고 이제야 겨우 한숨을 돌리는 시간이다. 그런데 세계가 아니, 여러 선진국들 까지도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어이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 동안 우리의 필사적인 노력을 지켜보던 많은 나라들이 우리의 방역과 정책과 시민의식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며 모범사례로 꼽는다고 한다.
우리민족의 ‘회복탄력성’이 제 기능을 발휘해준 것이다. 우리는 고무공처럼 튀어올라 다시 한번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내 나라 내 민족이 자랑스럽다.
지쳤지만 어렵더라도 답답하더라도 조금만 더 견디자.
먹구름 위에 푸른 하늘과 촉촉한 대지위에서 마당 그림판에 맘껏 자유로운 그림을 그릴 그날을 기대하자.
그런데 우리 민족의 회복탄력성 지수는 얼마나 될까? 궁금증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