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환불 문제 진전 없고 학생들만 속 태워
누리꾼들, 세금 통한 지원에 반대, 쌓인 적립금 활용 요구
올 하반기 수업도 비대면 가능성 높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등록금 반환 문제’를 보고 있노라면 이 옛 말이 무색해진다. 바다는 커녕 산으로도 가지 못한 채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각 부처, 국회, 대학 등이 말만 무성한 지금, 힘없는 대학생들은 종강을 앞둔 25일 현재까지도 피켓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특이한 점은 배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사공들이 설정한 목적지가 제각각이어서가 아닌, 그들이 노 젓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대학생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대학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양과 질이 모두 떨어졌으니 학비를 그대로 받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대학은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목을 당한 대학은 “등록금 환불과 관련된 법령도, 교육부의 지침도 없다”면서 “대학 재정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데 소요된 예산도 막대하기 때문에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응수한다. 이미 낸 등록금인데, 학생들이 감수하라는 것인가?
대학생은 다른 사공인 정부에 “교육부령에 대학등록금과 관련된 규정·규칙을 추가해 각 대학의 대응을 촉구하거나, 관련 예산을 편성해서 학생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정부는 “등록금 문제는 대학과 학생간의 문제이며,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정부 각 부처간 입장이 달라 나서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각에서 정부 부처인 교육부, 국회 등이 추가경정예산, 기존 재원활용 등의 방식으로 노를 저으려 하고 있지만, 배가 워낙 큰 탓인지 혼자만의 힘으로는 영 움직임이 없는 실정이 반복되고 있다.
대학생들의 불만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한 올 6월이 되서야 당정청은 ‘책임소재 미루기’에서 벗어나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등록금 반환에 대한 규정이 없어 대학에 어떤 선택을 강요할 수 없고, 각 대학의 재정 상황이 달라 일반화 된 규정을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 예산을 통한 지원은 결국 시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인 만큼 현실적인 방안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에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다음학기 등록금을 일부 감면해주면 정부가 이들 대학을 지원하는 간접지원 방식이 논의되고 있으나, 대학들이 얼마나 참여할지는 미지수이며 재원조달 방식도 정부 부처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불만은 폭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앞서 인천대와 경인교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부당이익 반환 청구 소송’에 나선다고 지난달 예고한 바 있으며, 인하대 총학생회도 대학 측에 등록금 반환을 공식 요청했다.
전국적으로도 대학생들과 일부 청년단체들이 시위를 이어가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5일 정오께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는 ‘2020 정치공동체 정치하다’를 비롯한 13개 단체가 시위를 진행했고,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 등은 오는 26일 교육부와 각 대학을 상대로 한 등록금 반환 소송에도 나설 계획이다.
인하대에 재학 중인 A학생은 등록금 문제가 막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3월 헌법재판소에 등록금 환불 관련 소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이 부당이득을 얻고 있는 만큼 학생으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등록금 반환에 드는 비용을 메꿀 때가 아니라, 일정 등록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교육 서비스와 시설물 이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 해당 학교가 등록금을 감액해야 한다는 규칙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 다수는 “대학 등록금 반환에는 동의하나, 국민 세금을 이용한 반환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와함께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대학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누리꾼 B씨는 “전국 대학에 쌓인 적립금이 수조원에 달하는데 대학이 돈이 없다는 것은 핑계”라며 “가만히 앉아 정부가 쥐어주는 콩고물만 떠 먹으려 할 것이 아닌 지금이야말로 쌓아둔 돈을 써야 할 때”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실제로 대학알리미 사이트서 인천지역 국·공립대 발전기금회계 결산 내역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경인교육대학교는 약 4억5천만원의 차기이월금을, 인천대학교는 약 90억원의 차기이월금을, 인하대학교는 약 10억원의 이월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 각 대학들은 구체적인 예결산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학생으로서는 자신이 낸 등록금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쓰이는지, 왜 대학이 돈이 없다고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날까지 등록금 반환이나 2학기 등록금 감면을 결정한 대학은 건국대학교와 한성대학교 단 두 곳이다. 엄밀히 말해 등록금 문제는 ‘대학의 문제’다. 대학이 먼저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오히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가 적어도 올 가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대학 수업 역시 한동안 비대면 강의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학생들은 속을 태우며 대학의 목소리만을 기다리고 있다.
평생학습에서 등록금은 곧 학점이다. 내가 몇 학점 이수하느냐에 따라 등록금이 결정 되는 것이다.
만약 등록금을 반환 되거나 감면 되기를 원한다면 학점을 이수하지 말고 또한 졸업도 다음 학기로 미루는게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