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in 기획연재 [작은 책방, 그 너머의 기록]의 필진이 추천하는 도서목록을 3일부터 격주로 소개합니다. 추천해주시는 분들은 '나비날다책방' '딸기책방' '우공책방' '책방산책' '책방시점 ' 책방지기 5분입니다.
◇ 책방산책 추천도서 :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 김현 외 28인 지음, 알마
시인, 소설가, 에세이스트 17명, 그림 작가 12명 등 모두 29명의 작가가 참여한 앤솔로지.
‘팬데믹 블루’의 시간을 견디는 독자들에게 안부와 위로를 전하고자 하는 작가들의 13편의 에세이, 12편의 시 그리고 18점의 드로잉 작품이 담겼다. 이십 대 후반부터 팔십 대에 이르는 29명의 작가들은 소소하고 번다한 일상, 집과 작업 공간이 주는 위로, 잠든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안녕, 그리고 세상이 절망으로 침잠해가는 그 어떤 위기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고립의 시대를 함께 견디는 시대의 공감, 소중한 삶의 통찰을 잊지 말자는 간절한 응원의 메시지를 함께 펼쳐보면 좋겠다.
◇ 딸기책방 추천도서 : 《꼬깽이 1권 시골 이야기》, 김금숙, 보리
방학이 되어봤자 딱히 갈 곳도 없던 우리는 시골에 사는 가까운 친지, 혹은 먼 친척댁을 찾아 단 며칠이라도 묵다가 돌아왔다. 방학이면 꼭 그래야 하는 것처럼. 낯설게 찾아간 그곳엔 꼭 개구쟁이 꼬깽이 같은, 방귀 대장 영구 같은, 삐치기 대장 예은이 같은, 잘난 척 대장 대진이 같은 아이들이 있었다. 처음엔 쭈뼛쭈뼛 눈치를 보거나 기 싸움도 했지만, 며칠 보내는 사이 정이 들어 집으로 올라오는 날엔 아쉬워 눈물이 찔끔. 친구들, 어디서건 잘살고 있지? 나, 잘 산다.
◇ 책방시점 추천도서 :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한승혜, 바틀비
'베스트셀러니까 읽어볼까?' 싶어 책을 골랐다가 낭패를 본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시죠? 좋은 책을 읽고 싶은데 '자꾸 낚이는 경험'만 하는 분들께 오늘 이 책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베스트셀러 28권(판매부수를 합하면 1,400만부!)을 읽고 잘 팔린 비결에 대해 분석합니다. 그 분석이 아주 신랄하고 통쾌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모 작가의) 글쓰기 강의보다 마케팅이나 세일즈 강의 쪽을 더 듣고 싶다." 이 책 하나로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이 생기진 않겠지만, 적어도 '베스트셀러 상술'에 속지 않을 내공은 조금은 다질 수 있지 않을까요?
◇ 나비날다책방 추천도서 : 《고양이가 머무는 책방 묘한 서점》, 캔따개들 함께 만들다, 새벽감성
전국 고양이가 사는 16곳 책방을 찾아다니며 그곳에서 만난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책방과 인연을 맺은 고양이들의 사연은 읽을수록 빠져듭니다. 책방 이름보다 더 많은 고양이들의 이름들이 줄줄 호명될 때면 책방 고양이들이 곁에 있는 듯 눈에 그려지기까지 합니다. 그레이 가족, 나비, 둥이, 나베, 무명이, 쫄순이, 까순, 뚱이, 모모, 삐루, 반달, 구름, 여름, 꼬미, 다방, 가방, 레옹, 후추까지. 아마도 나비날다책방이 묘한 서점 중에 하나라서 더 눈에 밟히는가 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묘한 서점보다 서점을 지키고 있는 고양이들을 빨리 만나보고 싶어 여행 가방을 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16곳 묘한 서점들은 책과 고양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인지 묘하게도 닮아 있습니다. 이 책의 뒷꼭지에는 묘한 서점을 방문하는 손님들께 책방주인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에티켓)를 대신하여 전하고 있으니 방문 전에 꼭 읽고 가시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우공책방 추천도서 :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글·그림, 이진경 옮김, 상상의 힘
이 책은 누가 읽어도 좋을 친절하고 다정한 그림책이다. 소년과 두더지가 만나면서 친구가 되고, 그 둘은 여우를 만난다. 셋은 함께 길을 걷고 이야기를 나눈다. 셋은 또다시 말을 만나고, 넷은 서로 친절하고 따뜻한 우정을 나눈다.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참 속 깊고 그동안 품은 생각에 물음표를 던진다. ‘성공’은 ‘사랑하는 것’이고,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쓸데없는 일’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이며, ‘우리가 어떤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자유’이고, ‘자신에게 친절한 게 최고의 친절’임을, ‘어떤 이유로든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건 약한 모습이 아니라 그만큼 강하다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진정한 용기와 위로, 사랑과 우정이 무엇인지 새삼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