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동 문화서로, 휘뚜루마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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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동 문화서로, 휘뚜루마뚜루~
  • 유광식
  • 승인 2020.08.07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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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36) 구월3동 문화서로 주변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구월3동 서쪽의 주택가, 2019ⓒ유광식
구월3동 서쪽의 주택가, 2019ⓒ유광식

 

연일 계속되는 비 피해 소식이 코로나 소식을 잠재우고 있다. 산샤댐 붕괴설까지 나돌던 중국의 피해에 이어 한국도 재난의 예외가 될 순 없었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엄청난 폭발로 6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자연재해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인간은 늘 속수무책이다. 바이러스 정국에 홍수와 가뭄, 기후변화로 지구는 혼란의 진퇴양난 속을 걷는 중인데, 걱정을 넘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미국 NASA의 화성 사진이 전해주는 건조한 땅 모습에 쾌감마저 느끼게 되는 형국이다.

 

올림픽공원 사거리에서 바라본 시티빌딩(우유1L 팩 같다), 2020ⓒ유광식
올림픽공원 사거리에서 바라본 시티빌딩(우유1L 팩 같다), 2020ⓒ유광식
구월문화 어린이공원 인근 주택가 골목, 2020ⓒ유광식
구월문화 어린이공원 인근 주택가 골목, 2020ⓒ유광식

 

구월3동 문화예술회관 양옆으로 다양한 모습이 펼쳐진다. 과거 15년 전의 모습을 상상했다가는 시대를 붙들고 있는 아재감성이라는 꼬리표를 달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과거 형상의 모양을 새기는 센 표현만 아니라면 그리 나쁘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구월동의 뚝심인 씨티빌딩을 중심으로 문화예술회관 좌측엔 로데오거리가, 우측으로는 문화서로가 있다. 문화서로는 속칭 ‘문화의 거리’로 불린다. 문화의 거리란 과연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늘 네온LED사인이 혼재하는 붉고 푸른 상가들만 줄줄이 있는 모습을 문화라고 인정하기는 좀 갸우뚱하다. 그런 상점들의 합체가 문화를 대변하지 못함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문화서로-문화서로23번길, 2020ⓒ유광식
문화서로-문화서로23번길, 2020ⓒ유광식

 

올해는 ‘무궁화 명품 가로수길’을 조성한다며 이전까지 잘 자라던 감나무를 뽑고 무궁화나무를 심었다. 전시했던 장소는 ‘D피자’로 바뀐 지도 오래다. 그나마 골목 3층 집들의 자태는 여전하지만, 앞날을 기약하기 힘들다는 무언의 호소도 하는 것 같다. 길가와 맞붙은 가로변에는 개발수익을 떨치지 못했는지 새 건물이 많이 올라왔다. 문화서로의 중간 지점인 수협사거리는 여전히 복잡하다. 간판의 나이만 보아도 새로 바뀐 게 많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안쪽 주택가에서 새롭게 변한 것이 있다면 커피집이 상당량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그저 창고나 집수리점 같은 업체들의 보고였다면, 지금은 소위 ‘청년’ 소상공인의 약진이 두드러진 인테리어와 상품 판매를 위한 공간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이런 걸 과연 숨통이 트였다고 봐야 하는 걸까?

 

구월동 로데오거리의 느낌 아닌 느낌?, (2019, 2016)ⓒ유광식
구월동 로데오거리의 느낌 아닌 느낌?, (2019, 2016)ⓒ유광식

 

인주대로의 육교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N포털 지도상에는 지워지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것을 보며 기억의 본산이 웹 지도가 될 판이라 잠시 웃어 보았다. 올림픽공원 안의 호돌이는 늘 씩씩하게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V’를 그리며 비둘기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세수를 좀 하면 좋겠으나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인천고용센터 옆 ‘J’ 수입차정비센터는 코로나 여파이겠지만 최근 송도센터와 통합한다면서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최후의 대피소처럼 송도에만 맹수들이 모여들고 있다. 더불어 중앙공원에는 녹지 연결사업으로 보행육교가 설치되었는데, 오가는 부분은 편리해졌지만 그렇다고 녹지가 연결되는 건지는 의문이 든다.

 

올해 설치한 인천시청역 사거리 부근의 보행육교, 2020ⓒ유광식
올해 설치한 인천시청역 사거리 부근의 보행육교, 2020ⓒ유광식
2011년 중앙공원 내 중국 옌타이시가 우호 도시 결연기념으로 기증해 설치된 조형물(다른 우호도시 조형물도 숨바꼭질하듯 나무 사이사이 숨어 있다), 2020ⓒ유광식
2011년 중앙공원 내 중국 옌타이시가 우호 도시 결연기념으로 기증해 설치된 조형물(다른 우호도시 조형물도 숨바꼭질하듯 나무 사이사이 숨어 있다), 2020ⓒ유광식

 

2017년 기록적인 폭우로 문화서로 인근 주택지에 물난리가 난 적이 있다. 주변 지인들의 관련 지하 공간도 상당량 피해를 보았다. 지금은 지상어린이공원에 빗물펌프장이 있다. 그래도 늘 조심할 비 피해 지역이라 최근의 비가 좀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도로변에 주차로 포진된 자동차만 치워진다면 감성도 함께 넓어질 듯도 하지만 그러진 못할 터. 감나무 가로수는 사라졌지만, 문득문득 골목을 걷다 담장 너머로 빼죽이 나온 감나무 가지를 보면서 구출해달라는 손짓인지, 메롱을 하는 것인지도 마음에 녹일 부분이다. 

 

지상어린이공원 인근 어느 상가주택(과연 부동산不動山에 낙원이? 손만 부들부들ㅎ), 2018ⓒ유광식
지상어린이공원 인근 어느 상가주택(과연 부동산不動山에 낙원이? 손만 부들부들ㅎ), 2018ⓒ유광식

 

젊은 기운의 총아인 로데오거리와 문화서로의 음식문화의 거리. 어설픈 문화의 거리는 인천문화예술회관의 양팔을 담당한다. 자고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격언이 있다지만 어느새 치우친 저울의 형국이다. 마지막으로 당부하자면, 구월동이 워낙 뜨거운 감자밭 같은 구역이라지만 왠지 그런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턱에 걸치거나 착용하지 않은 예도 많았고 걸으며 흡연하는 분도 적잖이 관찰할 수 있었다. 학생과 노령층이 아닌 청장년층의 노력이 더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더운 여름이지만 방역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을까. 지명이 문화서로인데 공중문화 똑바로 문화서로가 되었으면 한다. 동네 상권도 상권이지만 그에 앞서 문화예술 활동의 바로서기(OFF-LINE)가 이 시국에 더욱 절실해 보인다. 대면 없이 예술을 하기란 정말이지 면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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