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영종도 미단시티 주변/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적지 않은 상흔을 남긴 2020년 여름 장마는 우리의 기억데이터를 자랑스럽게 차지했다. 코로나 못지않았다. 뒤이어 폭염이 습기를 머금고 준비운동을 하며 기지개를 켠다. 또한,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도 있어 당국과 지역사회가 다시금 긴장모드로 전환하는지라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올해는 여러 분야에 위기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천재 해법은 하나다. 개개인이 각별히 방역수칙을 지키며 생활해 나가는 것이다.
철도를 타고 공항 방향으로 건너가 본다. 영종대교를 지나, 우측으로 준설토 매립장을 지나니 이윽고 짓다 만 뼈대 골조가 하나 보인다. ‘미단(MIDAN:美緞)시티’ 구역의 복합카지노빌딩이다. 해상을 앞마당으로, 금산(168m)을 뒷산으로 두고 자리한다. 그곳을 바라보면 재미난 간판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금.나.와.라.뚝.딱’이라는 대형 간판이 차창 너머로 보이는 것인데, 곧 영종도에 들어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종도는 네 개의 섬을 깁고 붙였다. 돌산을 깎고 바다를 메운 뒤 공항을 만들었다. 미단시티도 2003년 첫발을 디뎠고 지금도 이러저러한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뭔가 잘못되어 가는지 스산함만 묻어난다.
영종역에 내리면 그 옆으로 영종초 금산분교가 자리한다. 작은 시골 학교 같다. 그러나 그 주변이 국내외 자본의 각축장이라는 걸 아이들은 모를 것이다. 아니 모르는 게 나을 것이다. ‘아름다운 비단’이라는 미단의 뜻은 좋은데, 20여 년 가까이 영종도의 첫인상이 되었다는 것은 조금 울적할 따름이다. 거친 구역에서 홀로 일광욕을 하며 휴일을 보내는 한 청년에겐 흡족함이었을까? 신호등이 채 갖춰지지 않았지만, 자동차 운전 연습을 하는 차가 더러 보인다. 트럭들이 주차와 수리를 하기도 하며, 일찍이 자리한 식당이 조금 있을 뿐이다. 수악끝산(66m)의 지킴이 역할은 지속될 것이다.
이 구역에 있는 예단포항은 100년 전 한 독립운동가가 유배 생활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예단포항은 강화도와 영종도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며 번성했던 항구인데, 이젠 칼국수를 먹으며 갈매기와 4차원 대화를 할 뿐 김빠진 모습이다. 근처 교회와 커피숍은 행인에게서 눈길을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한편 미단시티 사업에는 외국계 두 회사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대규모 사업이 늘 그렇듯 문제 발생은 필수다. 정비가 된다 한들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구역 이름에 걸맞지 않게 심히 유감일 따름이다.
도깨비방망이가 오래도록 영종도 이곳저곳의 땅을 두드려 보았지만, 미단시티에는 아니었나 보다. 주변 구획과 도로정비 등은 마쳤지만 찬바람만 분다. 영종의 서북쪽 공항철도 입구에 자리한 얼굴! 얼굴값을 못하고 있으니 너나 나나 속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놓아두어도 좋으련만. 드리워진 그늘만큼이나 미단시티는 거리 두기 딱 좋은 어둠길이다. 최근 레바논 베이루트시의 질산암모늄 폭발과 모리셔스 섬의 일본 선박 기름유출 사건을 보면서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재차 깨닫게 된다. 본인의 영역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보아야 하는 공간이 있고, 지속적인 관심을 두어 감시해야 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상이 넓어지는 게 아닌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는 느낌은 적은 분야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방치된 시설과 거대 계획은 우리 생활을 조금씩 위태롭게 하고 있다.
바다 매립을 통해 만들어진 놀이터는 이후 고래는커녕 새우조차 찾아오기 힘든 곳이 되어버릴 수 있다. 공존을 위한 마음과 노력만이 바다의 생명을 지킬 수 있고 미래 역사를 보장할 수 있다. 인천의 절반 인구가 사는 섬나라, 모리셔스의 해상오염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또한 2007년 태안 기름유출사고를 되새기게 된다. 바다는 하나고 우리 생명도 하나라는 소중한 의미가 있다. 공항철도를 타고 차창 밖 미단시티의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이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