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인천상륙작전에 대하여 - 은옥주 / 공감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할머니 북한이 왜 쳐들어왔어요? "
6.25 전쟁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북한이 벌인 전쟁에 대해 손자는 궁금한 것이 많았다.
"공산주의가 뭐예요? 자유민주주의가 뭐예요?"
어려운 개념이지만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아이는 몇 번이나 되묻더니 그래도 대충은 알아듣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가 위태로웠을 때 유엔군과 미군이 도와주었다고 말했다.세계 여러 나라가 큰 군대를 만들어 우리나라를 를 도와 줬다고 차근차근 일러 주었다.
"유엔군이 누구예요?"
우리는 세계지도를 펴 놓고 유엔에 가입해 우리를 도와준 나라들을 찾아봤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유엔에 들어가서 약한 나라들을 도와주고 있다고 하자 손자는 은근히 자랑스러워 했다.
"그럼 공산주의 중국도 유엔에 들어왔어요? 일본은요? 러시아는요?"
우리는 다시 책방에 가서 우리나라 상세 지도를 골라왔다. 지도를 보니 그때 우리나라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전쟁의 발발, 백마고지 전투, 피란 생활의 비참함 등등 할 이야기가 참 많았다.
손자는 인천 이야기가 나오자 훨씬 흥미롭게 들었다. 내친김에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을 찾았다. 아이는 처음 보는 커다란 탱크가 신기해서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기념탑 뒤에 새겨진 전사자의 이름이 많아 놀랐다.
"할머니,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죽었어요?"
"그래, 다른 곳에서도 셀 수도 없이 많이 죽었어"
나는 우리 가족 중 증조 외할아버지 형제들 이야기를 해 주었다. 3명이나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하신 분들 이야기와 나를 사랑으로 길러주시던 내 할머니의 깊은 슬픔도 말해 주었다. 아이는 조금 고민하며 생각하는 듯했다.
"할머니, 그런데 어떻게 이겼어요?"
나는 8.15 해방을 이끌어냈던 맥아더 장군을 등장시켰다. 맥아더 장군 동상이 인천 자유공원에 있다고 했더니 가서 보고 싶어 했다.
"맥아더 장군은 미국 사람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인천에 왔어요?
우리는 그 길로 자유공원을 찾았다.
"와아! 맥아더 장군이 큰 망원경을 들고 있어요. 망원경으로 뭘 하는 거예요?"
"작전지휘를 하는 거야."
"키가 엄청 커요"
아이는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을 동상으로 만나는 것이 신기한 듯 주위를 빙빙 돌고 신발을 만져 보기도 했다.
자유공원을 천천히 둘러보며 옛날 이름인 만국공원의 유래도 말해 주었다.
내려오는 길에 바닷가가 보이는 예쁜 찻집에 앉았다. 인천 바닷가를 바라보니 인천상륙작전이 충분히 상상이 되었다. 아이는 바다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우리는 역사의 현장에 있는 것 같은 흥분을 느꼈다.
돌아오는 길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구시가지를 보고 신기해했다.
"할머니, 조그만 집이 많이 있어요. 아파트는 하나도 없네!"
구시가지를 돌아보며 인천에 대한 이야기가 풍부해졌다. 자주 이곳를 돌아보며 아이의 고향 인천에 대해 알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학생들이 역사를 '외울 것이 많은 과목'으로 알고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역사를 이야기로 접했기 때문에 힘겹게 외워본 적이 없다. 내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유적지로 나들이 가는 것을 좋아했다. 아이들의 신체발달과 인지능력에 맞는 체험형 역사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현장을 답사하고 예로부터 지금까지 어어져온 시대적 변화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면 좋겠다. 이렇게 공부를 하면 이해를 하게 되고 생각하게 되고 몸으로 체화된다. 그래서 우리 손자에게도 자주 역사적 사실들을 재밌게 이야기 해주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