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영 / 공감미술치료센터 기획팀장
밤낮으로 육아 일상을 보내던 초보 엄빠는 아가의 100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기적이 일어나길 기다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100일이 가까워질수록 아가의 잠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었다.
“우와... 진짜 있나보다..100일의 기적, 하루하루가 달라! 너무 신기하다!!!”
잠자는 시간이 늘면서 하루 분유섭취량도 많아졌으며 접종 맞추러 다녀온 소아과 병원에서는 비슷한 시기 아가 중에는 상위 10% 몸무게라는 흥미로운 소식도 전해 들었다.
“우리 아기... 아주 장군감이네, 나중에 키도 쑥쑥 크려고 그러나???”
그러고 보니 잠자는 시간과 몸무게 등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들 말고도 아이의 눈빛과 행동에서 재미난 변화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엄빠를 보는 눈빛은 좀 더 또렷해지고 앉고 있으면 허리를 꼿꼿히 피려는 동작, 누워있으면 엉덩이를 들려는 시도들과 함께 특히, 오른 손을 들어 한참을 지켜보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아이는 오른손을 눈앞으로 가져가 한참을 지켜보고는 내렸다가, 또 다시 들어올리고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우리 애기 뭐하니??? 지금.. 혹시 손보는 거야?? 응??”
그렇게 줄창 손을 바라보던 아이는 몇일이 지나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쥔 주먹을 입으로 가져가 쪽쪽 빨아대기 시작했다.
“우리 애기 뭐해??? 주먹고기 맛있어?? 응??”
그렇게 손가락을 쪽쪽 빨았다가 지켜보았다가 손의 방향을 돌리는가 하면 손에 쥐어진 딸랑이를 꽉 쥐고 크게 흔들다가 자기 이마를 때리고 울기 시작했다.
“으앙~~~~ 으아아아앙”
10초 정도 울던 아이는 울음을 뚝 그치고 또다시 손을 입안에 넣어 쪽쪽 빨아댔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아이가 손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 과정은 아이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해가는 심리적 과정으로 여겨졌다.
정신분석적 관점으로 아동기 정신병을 개념화하였던 마가렛 말러(Magaret S. Mahler)는
아이와 엄마의 상호작용에서 드러나는 행동관찰을 통해 언어사용 시기 이전의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심리적 과정을 추론하였다.
정신분석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이 이론은 유아가 엄마와 융합되어 있다고 경험하며, 엄마와 하나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공생(symbiosis) 단계로부터 엄마로부터 자신이 분리되어 있다는 심리 내적 느낌을 가진 분리(seperation) 단계, 그리고 내가 하나의 실체라는 느낌을 갖는 개별화(individuation) 단계를 설명하고 있다.
즉, 우리 아이가 겪고 있는 의미있는 변화들은 자신이 세상과 하나인줄 알았던 아이가
세상과 분리되면서 자신을 독립된 개체로 인식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 우리 아이의 역사적 현장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매일 매일이 새롭고 참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