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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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의 방식
  • 김선
  • 승인 2021.02.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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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당의 고전읽기 도전하기]
(2)이방인-㉟검사와 뫼르소의 간극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Jacob 김선(춤추는 철학자),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서정혜(의류디자이너), 소순길(목사), 이광남(명상활동가)’ 등이 원서와 함께 번역본을 읽어 내려가며 삶의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두 번째 고전읽기- 알베르 카뮈(김화영 역), 이방인 L’Etranger, 민음사.

: Jacob 김 선

 

 

Mais je ne comprenais pas bien comment les qualités d’un homme ordinaire pouvaient devenir des charges écrasantes contre un coupable.

보통 사람에게 장점인 것들이 어떻게 죄인에게는 결정적인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뫼르소가 옳게 이해한 것이라면 검사 측 생각의 요점은 뫼르소가 범죄를 사전에 계획했다는 것이었다. 사전에 계획할 만큼 부지런하지 않은 뫼르소로서는 난감할 것 같다. 그래서 검사는 적어도 그것을 증명하려고 애를 썼다. 실제로 그 자신은 그것을 양면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하는데 첫째로는 명백한 사실에 비추어서, 둘째로는 이 범죄적 영혼의 심리 상태가 제공하는 어두컴컴한 조명 속에서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사실이라고 하니 그렇다 치더라도 둘째 범죄적 영혼을 단정짓고 서술하는 검사의 증명방식에는 뭔가 어두컴컴함이 느껴진다.

검사는 엄마가 죽은 뒤의 여러 가지 사실들을 요약했다. 뫼르소가 냉담했다는 것, 엄마의 나이를 몰랐다는 것, 이튿날 여자와 해수욕을 하러 갔다는 것, 영화 구경, 페르낭델, 그리고 끝으로 마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지적했다. 사실의 나열을 통한 증명방식은 검사의 방식이지 뫼르소의 이해방식인지는 의문이다. 그때 뫼르소는 검사의 말을 이해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그가 그의 정부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뫼르소에게는 마리였을 따름이다. 그리고 검사는 레몽의 이야기를 했다. 검사의 말을 듣고 있다보니 사건을 보는 그의 방식은 나무랄 데 없을 만큼 명쾌하다고 뫼르소는 생각했다.

검사의 이야기는 그럴듯했다. 검사의 증명방식에 피의자도 인정할 정도로 검사는 자신만의 논리를 전개한다. 뫼르소는 레몽과 합의하에 그의 정부를 유인해 품행이 수상한 사나이의 악랄한 손아귀에 넘기려고 편지를 썼다. 뫼르소의 의도는 검사에 의해 각색된다. 바닷가에서는 뫼르소가 레몽의 상대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상황을 상상하면서도 단정 짓는 검사의 단순함이 돋보인다. 레몽이 다쳤던 것이다. 뫼르소는 레몽에게서 권총을 달래서 그것을 사용할 생각으로 혼자서 되돌아갔다. 레몽이 다친 결과를 바탕으로 거꾸로 뫼르소의 악마적 의도를 포착한 듯 계속 말한다. 그리하여 계획대로 아랍인을 쏘아 죽인 것이다. 아랍인을 죽인 이유가 조금 과장된 듯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검사의 논리는 그럴듯한 것은 사실이다. 검사는 그럴듯함에 범죄의 의도성을 확인시켜 준다. 기다려서 일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네 방의 탄환을 침착하게 말하자면 의도적으로 쏘았다는 것이다.

 

루트비히 요제프 요한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1889~1951)
루트비히 요제프 요한 비트겐슈타인
(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1889~1951)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과 달리 검사는 말할 수 있는 영역과 말할 수 없는 영역을 혼용해서 자신의 증명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상과 같이 검사가 말하고 나서 자신은 뫼르소가 고의적으로 살인을 하게 된 경위를 말하는 것이고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의 고의성이 있어야 살인죄가 성립하기에 검사는 그것을 입증하기 위한 스토리에 필사적이다. 뫼르소의 경우는 보통의 살인,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는 충동적인 행위가 아닌 것은 뫼르소는 똑똑한 사람이고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행동했다고는 할 수 없다고 검사는 말했다. 검사가 말하는 뫼르소에 대한 일련의 사실들이 살인의 명백한 위도성과 계획성을 내포하는 단초들이었는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가 법정에 퍼지고 있는 듯하다.

귀를 기울이고 있던 뫼르소는 자신을 똑똑한 사람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똑똑함이 무엇을 위한 똑똑함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래서 보통 사람에게 장점인 것들이 어떻게 죄인에게는 결정적인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뫼르소는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뫼르소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점이었다. 피고인에게 평범한 인간의 능력마져도 피고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하게 한 것은 분명 검사의 능력이다. 뫼르소는 그 뒤 검사의 말에는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윽고 다시 검사의 말이 들려왔다. 뫼르소가 하다못해 후회하는 빛을 보이기라도 했는지 검사는 되물었다. 본성에 충실한 뫼르소의 행동은 자신에게 불리한 솔직함에 불과했다. 예심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는 단 한 번도 자신의 가증스런 범행을 뉘우치는 것 같지 않았다고 검사는 또 말했다. 뫼르소는 검사가 볼 때 살인자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러니 뫼르소에게로 돌아서서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계속해서 통렬한 비난을 퍼부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뫼르소는 그 이유를 잘 알 수가 없었을 것 같다. 검사와 뫼르소는 뭔가 모를 큰 간극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뫼르소는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는 했다. 뫼르소는 자신이 한 행동을 그다지 뉘우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토록 악착스럽게 덤벼드는 것이 뫼르소에게는 의외였다. 의외라고 생각하는 뫼르소는 검사의 직업적 투철함을 분명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뫼르소는 그에게 다정스럽게, 거의 애정을 기울여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뉘우치는 일이란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해 주고 싶었다. 끝가지 뫼르소스럽다. 뫼르소는 항상 앞으로 일어날 일, 오늘 일 또는 내일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다. 뫼르소는 자신의 정신이 몰두하는 일 자체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것이다. 피고인인 자신의 처지에서는 누구에게도 그러한 어조로 말할 수는 없었다. 뫼르소는 누군가를 다정스럽게 대하거나 호의를 보일 권리가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정스런 어조로 말해 주려고 하는 영혼은 억누를 수가 없었나 보다. 검사가 뫼르소의 영혼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으므로 뫼르소는 다시 귀를 기울이려고 애를 썼다. 뫼르소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영혼에 대해 검사가 이야기하니 궁금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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