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물질 매몰 의혹이 제기된 경북 칠곡군 미군기지 캠프캐럴과 경기도 부천시 옛 미군부대 캠프머서에 대한 현장조사가 2일 시작되면서 인천시 부평구 미군기지 캠프마켓에서도 정부차원의 환경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역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캠프마켓을 둘러싸고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규명해야 한다'며 내부조사를 주장하지만 정부는 '단순 의혹 제기는 조사 착수의 근거가 안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게 통신의 설명이다.
◇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 = 캠프마켓에서 유독물질을 폐기처리했다는 의혹은 지난달 24일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미 육군 공병단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처음 제기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1989년 캠프마켓에 독성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s) 448드럼을 한국 처리업자를 통해 처리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에는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2009년 환경부에서 실시한 캠프 마켓 2차 환경기초조사 결과를 재검토한 결과, 이 지역에서 맹독성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검출됐던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안치용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캠프캐럴에서 발생한 모래쓰레기를 매년 100t씩 캠프마켓에서 처리했다'는 내용의 미 육군 공병단 보고서를 추가 공개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캠프마켓 내 유독성 폐기물 처리 의혹은 이같이 문서를 통해 잇따라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결정적인 증언이나 진술은 나오고 있지 않다.
◇ 지역사회 움직임 = 인천시는 3일 캠프마켓 부지였으나 반환된 부평구 부영공원 일대 9개 지점에 대한 환경오염 기초조사에 착수했다.
시는 이곳에서 토양과 지하수 시료를 채취해 시 보건환경연구원과 한국환경공단에 보내 폴리염화비페닐(PCBs)과 다이옥신 검출 여부 등을 분석해주도록 의뢰할 예정이다.
부평구도 다음주 중 캠프마켓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계획 중이며 인천시와 함께 기지 환경조사를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인천지역 정당 및 시민ㆍ종교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1일 부평구청에서 가칭 '부평미군기지 맹독성폐기물 진상조사 및 조기반환 인천시민 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기지내부 환경조사 ▲캠프마켓 폐기물처리기록 공개 ▲부지 조기반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촉구 등 대책위의 목표와 방향을 정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캠프마켓 정문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오고 있으며 오는 8일 대책위 출범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 캠프마켓은 왜 조사 안 하나 = 정부차원의 환경조사를 촉구하는 지역여론은 고조되고 있지만 정부는 '조사에 착수할 만한 근거가 미약하고 미군기지는 우리가 마음대로 조사할 수도 없는 지역'이라며 현재로선 조사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상 미군기지 내부는 자국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미군 측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캠프마켓 내부조사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캠프캐럴의 경우 미군에 의해, 미국내에서 고엽제 매몰 의혹이 처음 제기되면서 미군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 한ㆍ미공동조사를 하게 됐지만 캠프마켓은 내부조사를 착수할 만한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캠프마켓에 대해서는 의혹만 제기될 뿐 결정적인 증언이나 진술이 나오지 않고 있고, 2009년 실시한 기지 주변 환경기초조사 결과에서도 오염원이 기지 내부에서 외부로 확산됐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혹 제기 수준이 아니라 미군 측에서 객관적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있어야 하고, 확증이 있어도 미군이 동의하지 않으면 내부조사를 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부평구 산곡동 주민 송모(48)씨는 이에 대해 "기지 오염에 대한 확증이 있다면 환경조사를 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라며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이 내부 조사를 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보는데 정부와 미군이 캠프마켓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 캠프마켓은 어떤 곳 = 캠프마켓은 1951년 8월 부평구 산곡동 일대에 60만6천㎡ 규모로 조성됐으며 산림청과 국방부가 전체 부지의 97%를 소유하고 있다.
평택미군기지가 완공되면 미군 측의 계획에 따라 2016년께 이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지 내 폐품처리소(DRMO)는 올해 안에 경북 김천시로 이전하기 위한 한ㆍ미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인천시는 정부 지원을 받아 해당 부지를 매입한 뒤 공원(43만㎡), 도로(6만1천㎡), 체육시설(4만7천㎡), 문화.공연시설(3만5천㎡)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캠프마켓은 지난 2008년과 2009년 2차례에 걸친 기지 주변 환경조사에서 토양ㆍ수질의 오염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