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한권의 진솔한 물음, 바람처럼 밀려드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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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권의 진솔한 물음, 바람처럼 밀려드는 행복
  • 신안나
  • 승인 2021.05.14 0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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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55) 책방의 낮과 밤 - 신안나 / '책방 바람숲' 책방지기

 

북스테이 공간
북스테이 공간

□ 낮의 책방

5월이 가정의 달이라 그런지 가족여행으로 책방 여행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면서 다양한 구성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평소보다 생기 있는 날들이 이어졌다. 얼마 전 나이가 지긋하신 자매 두 분이 책방을 방문하셨다. 그림책이 중심인 책방에 그들의 방문은 책방지기를 약간 설레게 했다. 책방에 진열된 그림책들을 이리저리 구석구석 살피더니 동생이 언니에게 ‘100인생 그림책’을 선물하며 본인도 함께 샀다.

이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100컷의 그림으로 보는 인생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살면서 무엇을 배우셨나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대답을 중심으로 그려진 약간은 두꺼운 그림책이다. 이 책을 산 두 자매는 각각 자기 연령에 맞는 페이지를 펼쳤고, 조용히 글을 소리 내서 읽고 그림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언니가 눈물을 쏟으셨다. 짧은 한 줄의 문장이 커다란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았다. 작은 책방에서 만나는 그림책과의 아름다운 인연이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종종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예약제로 인원 제한을 두고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 날은 예약 인원이 모두 찼음에도 모두 마당과 산으로 나가 실내에 아무도 없고 운영자만 남아있는 특이한 일이 벌어진다. 마당에서 캐치볼이나 배드민턴을 치고, 파라솔 아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산에 걸려있는 해먹에 누워 생각에 잠겨 있는 풍경이 곳곳에 펼쳐진다. 인원 제한을 두고 있는 게 무색해져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사실 너무 보기 좋다. 작지만 앞마당이 있고, 그 옆 나지막한 산이 있어 너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밤의 책방

문 닫을 시간이 되면 순식간에 사람들이 빠져 나가고 사방이 고요해진다. 바람소리와 새소리만 남는 그 시간은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으로 피곤함이 밀려오는데, 그 뒤에 모두가 떠난 텅 빈 공간에서 오는 쓸쓸함이 살짝 스쳐 지나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럴 때 북 스테이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별채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은 그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의 온기가 전해지는 것처럼 따뜻하고 반갑게 느껴진다.

도서관과 책방 공간을 새롭게 바꾸면서 북스테이를 시작해 2년째 운영하고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1층은 전면 서가로 그림책이 가득 채워져 있고, 2층 다락방에는 그림책 관련 이론서와 외국 그림책, 소설책 등이 마련되어 있다. 낮엔 모임이나 워크숍 장소로 쓰고 있는데, 밤엔 오롯이 한 가족이 이곳에 머물게 된다. 책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다락방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도시생활에서 누려보지 못한 낯설지만 운치 있는 밤을 만나볼 수 있다. 밤엔 달빛이 자꾸 잠을 깨우니.. 꼭 블라인드를 내리고 잠이 들어야 한다. 요즘은 개구리들의 협찬으로 우렁찬 개구리 합창까지 들을 수 있다.

 

북스테이를 운영하면서 무엇보다 반가운 일은 재방문 예약이다. 바람숲 북스테이의 만족도를 확인하며 뿌듯함과 안도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지난 주말엔 작년 추석 연휴기간에 머물다 간 가족이 다시 방문했다. 바람숲 지기에게 주는 맛있는 선물까지 한아름 안고 오셨다. 손님에게 받는 선물은 정말 큰 격려가 되어 힘이 불끈 나게 한다. 그 가족의 구성원은 50대 정도로 보이는 부부와 그들의 성인 자녀이다.

어른 셋이 아무 말 없이 몇 시간 동안 그림책에 푹 빠져있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잘 즐기고 갑니다. 행복했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에 책방지기는 덩달아 행복해진다. 그림책 한 권으로부터 가닿는 마음과 진솔한 물음,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이곳을 통해 찾아가는 그런 귀중한 시간들이 그렇게 책방 바람숲과 함께 쌓여가길 바래본다.

 

북스테이공간_다락방
북스테이공간_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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