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이사하는 작은 책방 ' - 김미성 / '백투더북샵'(옛 '그런대.책방') 책방지기
2020년 여름 호기롭게 책방을 준비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작했지만 2021년 여름이 채오기도 전에 그런대. 책방을 고이 접어 새로운 곳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고이 접어 옮겨 펼쳐놓을 책방은 지역도 이름도 그리고 책장 주인장의 마음가짐도 새로운 것으로 하게 되었어요.
책방 이름은 원래 쓰던 그런대. 책방으로 그대로 쓸까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처음 책방 이름을 생각할 때, 언어유희적인 이름으로 이것저것 고민하다 짓게 된 이름이었는데, 독일어인데다, 명령형이라 설명을 구구절절 해야 하는데 듣는 사람도 설명하고 있는 저도 지치는 듯하여, 어차피 새로이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거, 이름도 바꾸고 처음부터라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자 마음을 고쳐 먹게되었습니다.
몇 해 전, 일본으로 출장을 빙자한 외유를 갔을 때, 서점에서 받아 온 책갈피에 “책으로 잘 돌아오셨습니다.”라는 문구가 한동안 저의 마음에 울림을 주었습니다. 늘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는 저에게 질책은 커녕, 책으로 잘 돌아왔다고 반겨주었거든요. 어쩌면 그때 우연히 잡은 책 속에 꽂혀있던 글귀 하나가 나비의 날개 짓이 되어, 지금의 책방이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번 책방(백투더북샵)의 이름은 지난 날, 저의 마음에 작지 않은 울림을 주었던 그 글귀처럼 많은 사람들이 책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언어유희적인 요소를 포기하지 못했지만요;;
지금 책방 공사가 한창입니다. 원래는 지난주에 공사와 이사를 마무리하고, 남은 5월은 가오픈 하는 것을 목표하였는데, 처음보다 더 커진 책방에 대한 저의 마음과 욕심에 비례해 공사기간이 늘어나게 되어버렸습니다. 어쩌면, 어디선가 본 듯한, 좋아 보이는 듯한 인테리어에서 지금 이 공간에 가장 접합한, 제일 잘 어울릴 법한 인테리어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 것 같기도 하구요.
새로이 시작되는 책방에서는 하고 싶은 모임이 참 많았습니다. 독서모임은 물론이지만, 요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고독사 이전의 고독생에 대한 이야기들이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가 부자가 되기만을 바라는 현상에 대한 문제 등, 1인 가구이면서 자본주의 사회 부적응자인 저는 늘 혼자 고민하고 싸워나갈 수 밖에 없었는데 책으로 돌아오신, 돌아오실 분들과 함께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이런저런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더해가며 쌓아가고 싶습니다.
백투더북샵에서는 독서, 읽기모임도 물론이지만 사회 문제나 개인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고 싶어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글을 유창하게 쓰기 위함이고, 말을 유려하게 하기 위함이지 않겠어요?
바쁠 거 없는 인생이고, 내일 죽음을 맞이한다 생각하면 더더욱 서두를 필요 없는 인생이기에 조금은 느긋하게 가보려 하는데, 자꾸만 마음이 먼저 저 멀리 앞서가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네요.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줄래?”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려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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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틀림없이 어딘가에 도착하게 될꺼야. 계속 걷는다면 말이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