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은 생존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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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생존의 문제
  • 박병상
  • 승인 2021.06.2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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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지난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선 민주당 대표는 기후위기를 대비하자며 목이 쉬는 환경운동가는 물론, 연구에 매진하는 기후과학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지금보다 1.5도 낮추지 못하면 파국”이라면서 극복할 대안으로 과학적 근거 제시도 없이 ‘소형핵반응로’(SMT)와 핵융합 도입을 주장한 것이다.

교섭단체 대표 자격으로 사실을 파악하지 않고 국회에서 연설하는 용기의 원천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그의 주장을 ‘신박하다’라고 냉소한 언론도 있었는데, 전혀 신박하지 않았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섭씨 1.5도 낮춰야 하는 기준 시기는 “지금”이 아니다.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대규모로 배출되기 시작한 시점, 다시 말해, “산업화 이전”이다. 바쁜 대표이므로 몰랐다고 양해를 구할 수 있을까? 보좌관은 뭐 했나? 연설문을 검토하는 장치가 여당 안에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검토 따위를 용납하지 않은 걸까?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나라는 핵발전소를 줄이면서 핵발전을 수출하는 모순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의 내용은 탈핵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허탈하게 했다. 우리 핵발전을 확대하려는 요구였기 때문이다. 원자력이라고 강변하는 사람도 있지만, 원자의 힘으로 무슨 전기를 생산하나?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핵을 분열해서 얻는 파괴적인 에너지를 말하는 게 아닌가. 따라서 “핵발전”이라고 주장해야 옳은데, 그 에너지는 진정 탄소중립을 향하고 있나?

휘발유나 경우를 태우는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를 탄소중립을 위해 퇴출하지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크다. 수소차로 대체할 수 있을까? 연료를 화석연료에서 수소로 바꾸면 신박하게 해결될까? 수소를 추출해 저장하는 과정에 화석연료를 무시할 수 없게 사용해야 한다면 탄소중립의 의미는 사라진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화석연료를 막대하게 사용해 얻는 전기라면 기후위기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연료를 바꾸기보다 자동차와 전기가 거의 필요 없는 사회를 서둘러 구상하고 실현해야만 한다.

석탄화력발전을 핵발전으로 연료를 바꾸면 탄소중립이 가능해질까? 핵이라는 연료를 채굴, 정제, 사용, 폐기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에너지, 그 과정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는 왜 생략할까? 극미량만 노출돼도 생명과 생태계에 치명적인 핵폐기물을 수십 만년 안전하게 관리해야 그 시나리오에 진정성이 생길 텐데, 그런 과정마다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에너지는 왜 무시할까? 연료를 바꾼다고 친환경으로 변하는 건 아니다. 60년 넘게 외치는 핵융합? 막대한 연구비 챙길 연구자라면 모를까, 밑 빠진 독에 비견하기 민망한 신기루에 불과하다.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시기보다 벌써 1.0도 올랐다. 0.5도 이상 더 오르지 않게 절박하게 탄소중립에 노력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인류는 물론, 생태계에 파국이 온다.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사라질 수 있다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분명하게 강조했다. 생태계 안정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인류는 탄소중립을 위해 핵발전은 고려대상에서 제외해야 옳다. 내연기관을 가진 석탄화력발전은 물론이고 비행기와 자동차도 엄격히 제한해야만 한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보호를 국제적으로 약속한 송도갯벌을 고속도로로 관통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생존을 반드시 보장받아야 할 우리 후손이 듣기에 참으로 가소로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교통량이 15% 줄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게 고속도로 고집의 이유가 아닌가. 코로나19는 비행기와 고속도로를 타고 세계 곳곳으로 순식간에 퍼졌다. 1년 이상의 고통을 겪고 이제 터널의 끝이 보이는데, 돈벌이를 위해 15% 교통량 감소도 감내하지 않겠다고?

돈벌이를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등한시하는 기업이 지탄받는 이때, ‘국토부’라는 정부가 후손의 건강보다 돈벌이에 혈안이라는 인상을 짙게 풍긴다.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 화석연료 소비를 늘리는 시설을 확장하면서 2050년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회의를 거듭하면서 위기를 모면할 기준을 수정하는 IPCC 산하 학자들은 2050년보다 서둘러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생태계 파국을 피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국제 환경단체에서 “기후 악당국가”로 지목하는 우리나라의 과제가 무엇일까? 생존보다 절박한 과제는 없다. 존재 이유마저 망각하려는 걸까? 우리 정부는 탄소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갯벌을 파괴하려 한다. 국회는 여야 구별 없이 핵발전을 옹호한다. 후손은 생존할 수 있을까? 감히 청년을 앞세우지 말라! 다음 세대의 생존을 생각한다면, 탄소중립을 향한 진정성 있는 정책부터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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