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되살아나는 망령 - 녹지축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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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되살아나는 망령 - 녹지축 훼손
  • 박주희
  • 승인 2021.08.0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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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주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한남정맥 구간
가현산, 계양산, 천마산, 원적산, 만월산, 거마산으로이어지는 한남정맥 구간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거실 너머에는 마치 정원처럼 초록빛 나뭇잎이 가득하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덕분일까. 3층까지 뻗은 나무들은 집 안 분위기를 운치있게 만들어주고,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어 고마운 마음이다.

연일 폭염에 나무 한 그루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인천내륙의 유일한 녹지축을 훼손하는 도로계획이 확인되어 논란이다. 수년간 녹지축을 훼손하는 각종 행정계획들이 확인될 때마다 시민들은 행동에 나서 막아냈지만, 녹지축 훼손 망령은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다.

인천내륙 유일 녹지축은 가현산, 계양산, 천마산, 원적산, 만월산, 거마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 인천구간에 더해 문학산, 청량산으로 이어진다. S자 모양을 이뤄 S자 녹지축이라고도 불린다. 이 녹지축은 콘크리트로 둘러싼 도시의 숨구멍이자 미세먼지와 도시열섬현상을 완화시켜주는 공간이다. 다양한 생명들의 서식지로 생태적으로도 우수하다. 하지만 도시개발 과정에서 도로와 택지개발 등으로 단절되거나 산림이 훼손되어 왔다. 녹지축을 다시 잇겠다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생태통로를 설치하기도 했다.

녹지축을 다시 잇겠다는 생태통로 추진 계획이 무색하게도 녹지축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검단-장수간도로 민자사업이 2009년 추진되었다. 이 도로계획은 서구 검단신도시부터 남동구 인천대공원까지 20.7km에 달하는 왕복 4차선 도로로 교량 17개, 터널 8개로 녹지축을 어묵꼬치 꿰듯 관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도로예정지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학교와 아파트가 인접하는 그림이었다. 2010년 본격적으로 도로계획지 인근 주민들은 검단장수간 민자도로 전면 철회 범주민대책위원회를 꾸렸고, 환경시민단체들도 반대활동에 나섰다. 결국 인천시는 검단장수간도로 폐지를 약속했고, 2012년 2025인천도시기본계획에서 삭제되었다.

도시기본계획에서 삭제된지 3년만인 2015년, 녹지축을 훼손하는 검단장수간도로 망령이 되살아났다. 인천도시공사가 부채해소방안으로 검단신도시 분양율을 높이기 위해 검단장수간도로 추진을 주요 사업으로 수립한 것이다. 인천시는 2030인천도시기본계획에 검단장수간도로를 반영했다. 땅투기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인천도시공사의 부채청산을 위해 인천시민들의 숨구멍을 막아버리겠다는 발상이었다. 인천시민들은 분노했다. 또다시 인천지역사회는 도로 조성계획 철회를 촉구하며 행동에 나섰고, 인천시는 인천도시기본계획에 검단장수간도로계획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시민들은 두 차례에 걸쳐 인천내륙유일 녹지축을 지켜냈다. 하지만 끈질기게도 녹지축을 훼손하는 도로계획은 계속 고개를 처들고 있다. 계양구 둑실동의 수도권매립지수송도로와 서구 공촌동의 경명대로를 잇는 3.6km의 ‘검단신도시연결도로’(2019)와 시민사회의 대응으로 취소된 한남정맥 녹지를 훼손하는 ‘검단중앙공원 민간특례사업’(2020),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계양구 봉오대로와 서구 경명로를 잇는 3km의 도로 개설사업(2021)이 녹지축을 훼손하는 망령이다.

한남정맥, S자 녹지축은 매일 수만명이 찾고 있으며, 코로나 시대에 자연을 찾는 사람들은 더 늘어나고 있다. 이런 곳에 미세먼지와 소음을 유발시키는 도로가 필요한지, 인천 도심 유일한 숨구멍으로 보전해야 할지 굳이 물을 일도 아니다. 산림을 훼손하고 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탄소중립 정책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녹지축을 훼손하는 망령이 확인될때마다 시민들이 행동에 나서 계획을 주저앉히기도 했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언제 또 추진될지 모르는 일이다.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녹지축 실태조사와 보전, 복원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박남춘 시 정부는 시민들의 오랜 요구에 2019년, 5,641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52개의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새로운 녹지공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고, 있는 녹지를 잘 보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천내륙 유일 녹지축을 잘 보전, 관리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쾌적한 삶을 만들어주어야 할 시 정부의 책무이다. 이제 녹지축의 중요성을 ‘언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관리, 보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시민들의 환경권을 보장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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