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질문하는 손님과 안하는 손님 - 문서희 '책방모도' 책방지기
서점에 방문하는 손님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질문을 하는 손님과 하지 않는 손님으로요.
전자에 해당하는 손님들은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책방 문을 몇 시에 열고 닫는지, 심야 책방은 언제 여는지, 여기 있는 책은 전부 몇 권인지, 어떤 책을 가장 추천하는지, 왜 할인이 안 되는지 묻습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질문이지만 친절함을 잃지 않고 답변하려고 노력합니다. 정보의 접근성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평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검색 한 번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책방 운영은 저의 일이고 일과 관련된 고객들의 질문에는 성실하게 응답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하는 질문도 많습니다. 나이가 몇인지, 어느 대학 출신인지, 사는 곳은 어딘지, 누구와 사는지, 애인이 있는지, 결혼을 했는지, 성소수자인지 묻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조금 불행해진 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손님, 우리가 만난 지 아직 5분도 되지 않았는데요.’
이런 질문들은 책방이라는 공간이 아니라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작은 책방일수록 운영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하다고는 하지만 사적인 질문에 저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답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질문하지 않는 손님들은 말수가 적은 편입니다. 그들과 제가 나누는 대화는 ‘계산해드릴까요? 삼만 원입니다. 봉투 필요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이 정도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방금 은행에서 찾아온 빳빳한 지폐를 내미는 손님, 책에 난 작은 흠집을 신경 쓰지 않는 손님, 불필요한 봉투는 사양하는 손님, 수줍게 간식과 선물을 건네는 손님까지. 저는 또 언제 불행했냐는 듯 행복해집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렇겠지만 서점의 일도 사람 때문에 울고 사람 때문에 웃습니다. 슬기로운 서점생활을 꿈꾸며, 부디 내일은 조금 울고 많이 웃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