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동네 책방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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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동네 책방 생활
  • 서상희
  • 승인 2021.08.1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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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68) 강화여고 도서부와 모모프로젝트 - 서상희 / '꿈공작소 모모' 책방지기
강화여고 책마루도서관과 꿈공작소 모모의 콜라보 홍보글
강화여고 책마루도서관과 꿈공작소 모모의 콜라보 홍보글

 

문제입니다. 빈 칸 ○○에 들어갈 알맞은 말은 무엇일까요?

‘세상에는 아주 중요하지만 일상적인 비밀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 비밀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대개 이 비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비밀은 바로 ○○이다. 우리의 잃어버린 ○○을 되찾아야 할 시기다. 그 ○○으로 사람들은 일하러 가다가도 창가에 놓인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새에게 모이를 줄 ○○이 생긴다. 의사들은 환자들 한 사람, 한 사람 정성껏 돌볼 ○○이 생긴다, 노동자들은 일에 대한 애정을 갖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다. 저마다 무슨 일을 하던 자기가 필요한 만큼 자기가 원하는 만큼 ○○을 낼 수 있다.

갑자기 무슨 문제인가 싶으실텐데요. 이 문제는 강화여고 책마루 도서부에서 준비한 인문 실험 프로젝트랍니다. 책마루 도서관과 꿈공작소 모모의 콜라보로 진행되었습니다. 위의 글을 읽고 ○○에 들어갈 단어와 이유를 꿈공작소 모모의 인증샷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미션이었어요. 물론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분은 준비된 종이에 글을 적어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막상 해보니 수기로 작성한 답변이 더 많기는 했습니다. 바쁜 일상 잠시 멈추어 나와 우리를 돌아보는 공간, 꿈공작소 모모에 맞춤옷 같은 문제다 싶었어요.

문제를 보고 맨 처음 ○○에 떠올린 말은 무엇이었나요? 문제를 볼 땐 너무 뻔한 답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어봤다면 정말 빠르게 답을 떠올리셨겠지요. 맞습니다. 미하엘 엔데는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들어주는 주인공 모모를 통해 우리들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의 비밀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인데요. 강화군민과 강화 여행자들의 답 또한 ’시간‘이라고 말한 분들이 가장 많기는 했습니다. 왠지 문제라고 하니까 조금 어려워하는 분들이 계셔서 살짝 힌트를 천기누설한 것도 한 몫 했지만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나름대로 나만의 정답을 찾는 분도 꽤 있었답니다. ‘순수, 정, 여유, 존중, 자유, 인연, 사랑, 공간, 의지, 습관, 행복 등......’ 우리 삶에 정답이 없듯이 사실 ○○에 대한 정답도 없습니다. 하나의 정답만을 찾는 프로젝트가 아니었으니까요. 바로 지금 소중하게 떠올리는 말이라면 그것도 적합하고 정확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모프로젝트 공지글과 참여자 인스타그램 게시글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소소한 미션인데요. 코로나 19 단계가 격상하면서 책방에서 뭔가 시작할 용기를 내기 어려울 때 이루어진 콜라보 활동, 재기발랄한 도서부 학생들과 열성적인 사서선생님과 함께하는 지역연계 활동이라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책방 방문객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들어 볼 수 있어 좋았는데요. 사실 몇 줄 정도의 글이긴 합니다. 하지만 머릿속 떠오른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미션을 대하는 태도는 다양했습니다. 누구는 즐겁게 적극적으로, 누구는 권유로 흔쾌히 무난하게, 그리고 또 조심스러운 망설임까지. 그런데 미션 후 참여자들이 후기처럼 저에게 들려준 말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더라’, ‘좋았다’, ‘모모를 다시 읽고 싶다’ 등 긍정 답변이 거의 다였어요. 그러면 되었다 싶은 미션 달성입니다.

이런 거겠지요. 동네마다 작은 책방이 있다면 무얼 할 수 있을까, 어떤 곳이어야 할까 생각해보면요. 지역사회 속에서 서로 협력하며 소통하는 공간, 꿈공작소 모모와 같은 작은 책방은 그렇게 무작정 달려가는 삶에서 잠시 멈추어 나와 이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쉼터같은 시간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고요.

작년 7월 처음 책방을 열면서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위한 문화적 공간을 구상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려웠는데요. 지역에서 먼저 문화 나눔 공간으로서의 책방의 가능성을 보고 손 내밀어 주셔서 힘이 되었습니다. 학교 동아리 체험활동도 이루어졌고요. 강화 청년들의 모임인 ‘청촌내일’의 밍기적 프로젝트의 하나인 독서토론 모임 활동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강하구와 유엔사’를 주제로 이시우작가님의 저자특강도 열렸습니다. 책을 읽고 나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대의 문제를 공감하고 직접 실천을 공유하고 결과물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가려는 모임들을 보며 청년의 미래, 강화의 미래, 강화의 역사성, 지리적 특수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코로나 19의 확산과 더불어 활동은 잠깐 멈추었고요.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니 연속성마저도 기약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강화여고 책마루 도서관과의 콜라보 ‘모모프로젝트’ 역시나 코로나 19 상황이 격화되면서 원래 예정된 기간보다 아주 천천히 느리게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를 꿈꾸며 열린 공간의 가능성을 재확인하는 힘이 되었거든요.

 

소통과 나눔의 발자국
소통과 나눔의 발자국

 

동네마다 사라져 갈 것만 같았던 책방이 이제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다양하게 폭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강화에도 저마다의 프로그램을 지닌 매력적인 책방들이 많이 있습니다. 만나고 싶은 작가를 초빙하여 책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직접 제작자가 되어 책을 만들어보거나 귀촌 청년들의 적응활동을 돕는 멘토링 활동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후발주자로서 강화읍 골목길 작은 동네 책방 꿈공작소 모모 역시 색다른 체험공간이자 나눔의 공간으로서 자리하고자 합니다. 감동 구절로 만나는 블라인드북, 직접 참여하는 릴레이 필사, 나도 북큐레이터처럼 책 추천자가 되어보면서 책과의 거리 좁히기도 하고요. 그리고 때로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별별 체험처로 진로체험의 기회도 제공해주고요. 열린 공간으로 다양한 연령층이 주도하는 독서 모임과 취미 나눔으로 함께 성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물론 코로나 19 상황은 오늘도 끝을 가늠할 수 없습니다. 보폭을 줄이며 조금씩 꾸준히 천천히 느리게 걸어가겠습니다. 책방이 없는 곳은 마을이 아니잖아요. 끝으로 기억에 남는 모모프로젝트 참여자의 답변을 덧붙여봅니다. 강화읍 작은 동네 책방 ‘꿈공작소 모모’ 에서의 소소한 인연이 더 따뜻한 삶을 살아가는 위안이 된다면. 그게 바로 슬기로운 동네 책방 생활이라고 말해주는 듯.

‘이 비밀은 인연이다. 영원하리라 굳게 믿은 인연은 때로 불후하지 않기에 후회와 슬픔을 초래한다. 그게 사람과의 관계일지라도,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일지라도, 언제 공백을 가질지 모르는 인연에 최선을 다하고 마음껏 좋아하자, 그러면 이따금 그대의 인연이 생각날 때 최선을 다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더 따뜻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겠지.‘

‘모모에게 가보세’ 동화처럼, 강화읍 동네 책방 ‘꿈공작소 모모’로 오시겨.

 

인스타그램 게시물
인스타그램 게시물

 

인천 강화군 강화읍 북문길 10

0507.1329.4362

http://instagram.com/momo_ggum

blog.naver.com/momo_ggum

 

지역문화적 공간으로서 책방전경
지역문화적 공간으로서 책방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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