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안부두에서 가까운 천혜의 섬, 팔미도
팔미도에 가기 위해 연안부두 상트 베테르브르크 광장에 도착했다. 상트 베테르브르크 광장은 2011년 10월 조성됐고, 2013년 11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문한 곳이다. 푸틴은 이곳에 있는 러시아 바라그 순양함과 코레예츠 전함 추모비에 헌화했다. 두 함선은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일본군의 요격을 받고 함선을 일본군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 선원들이 자폭했다고 한다. 이를 기념하는 100주년 추모비가 이곳 광장에 설치되어 있다. 2020년 러시아 우호 교류 합의로 인천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와 자매결연 체결 후 우호의 상징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 광장으로 이름 지어졌다.
러시아의 상징 마트료 시카 인형 조형물도 있다. 큰 인형을 열면 계속 작은 인형이 나오는 양파 같은 마트료 시카 인형이다. 인천항은 이렇게 일대가 중국타운, 일본타운, 러시아 공원 등의 국제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 근대화의 성지임을 일깨우는 개항장이다.
또한 광장이 있는 이곳 연안부두는 인천 앞바다의 크고 작은 150개의 섬들을 이어주는 교통 요지이다. 인천의 섬들과 멀리 제주도에 가는 여객선, 중국에 가는 국제 여객선까지 이곳 연안부두 터미널에서 출발을 한다.
설연휴 기간인 1월30일, 배 정원의 1/4 정도를 겨우 채운 승객이 천천히 팔미도 유람선 배에 올랐다. 팔미도 유람선의 이름은 금어호. 금으로 만든 붕어의 형상을 하고 있다. 멀리서 보아도 눈에 띄는 멋진 형상이다.
가이더를 하고 있는 가수 박건아씨의 안내에 따라 팔미도가 소개된다. 팔미도는 한문으로 여덟 팔자의 형상이다. 본섬(팔미도)이 오른쪽 획이라면 작은섬(소팔미도)은 왼쪽의 획이다. 소팔미도는 시스택(sea stack)으로 형성되었다. 시스텍은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생긴다. 산처럼 쌓여 있던 흙이 파도로 인해 침식되고 그 과정에서 흙이 무너져 내려 조그만 소팔미도가 된 것이다. 본섬과 작은 섬 사이는 연안사준 (모래톱)으로 연결 되어 있다. 썰물이 되면 모래톱으로 두 섬이 연결된다.
팔미도 등대
1903년에 조선 왕조에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이다. 역사적으로 러일전쟁, 중일전쟁, 한국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위치에 있었다. 6. 25 전쟁이 발발하고 9월 15일 새벽 1시 45분 캘로부대요원(한국군 군번 없는 용사들) 6명이 팔미도 등대를 탈환하면서 전투함 163척의 10만 UN연합군이 인천으로 상륙하는 발판이 되었던 장소이다. 1903년 6월에 설립된 등대는 높이 7.9m 지름 2m의 형상이었다. 2003년 100년 사용을 하면서 새로운 등대가 건설된다. 새 등대에는 높이 26m 전망대와 100주년 상징 조형물 ‘천년의 빛 번영의 바다’를 설치했다. 옛 등대는 인천지방문화제 제 40호이다.
섬에는 담쟁이 넝쿨, 패랭이 꽃, 칡, 행송, 소사나무 군락 등이 서식하고 있다. 본섬은 지름이 300m 정도이다. 팔미도를 이루는 돌은 중생대 쥐라기 화강암이다. 면적은 75.7 ㎥ 이다. 인천항에서 15.7km 무의도에서 900m 떨어져 있다. 그래서 주소도 무의동 373번지이다. 이 섬은 일반인에게 개방이 되지 않았으나 2009년 최초의 등대 설치 106년 만에 민간인에게 개방되었다.
오늘의 간단한 행사는 각자의 소원을 메모지에 적어 작은 소원통에 넣어 팔미도 등대 앞 소원함에 넣는 것이다. 가이더는 소원통과 메모지를 나누어준다. 승객들은 즐겁게 이야기하며 소원을 적는 시간을 갖는다. 잠시 후 구명조끼 착용법을 설명하였다. 설명이 끝나고 3층 문 밖에 가면 갈매기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여 많은 사람들이 3층에 올라가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기 시작한다.
동네 공원에 비둘기가 사람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진 것처럼 갈매기들도 새우깡을 주식으로 먹고 사는 듯하다. 그런데 사람들에게서 새우깡을 받아먹는 순서도 갈매기들 사이에 힘의 세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힘센 갈매기는 우리의 머리 위에서 날갯 짓 하며 공중에 머물러 있으면서 주는 새우깡을 계속 먹으며 날아가지 않는다. 심지어는 서너 개의 새우깡을 입속에서 씹어 넘기며 대기하는 자세을 취하고 있다. 배에서 조금 떨어져서, 던져주는 새우깡을 먹는 갈매기들과는 조금 달라 보이기도 한다. 새우깡을 머리 위로 들고 있으면 가까이 와서 먹을 것을 낚아 채 가는 갈매기들. 이제 야생 갈매기도 비둘기처럼 변하는 것 같다.
인천 앞바다는 마치 큰 호수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떠나온 연안부두에는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지난해 12월10일, 7년8개월여만에 제주 항해를 재개한 ‘Beyond Trust’ 호를 비롯한 많은 배들이 줄 지어 서있다.
그 옆으로 월미도 공원과 공장들이 간간이 보인다. 또 송도국제도시는 뉴욕의 건물 못지 않게 높은 키를 자랑하는 빌딩들이 병풍처럼 서있다. 바다 건너 영종도가 보인다. 세월이 흐르며 안정된 모습을 하고 있는 섬, 영종도. 하늘에 국제여객선이 계속 인천공항에 이착륙을 하는 모습이 목격된다. 송도에서 연결되어 영종으로 뻗어간 인천대교가 늠름하게 서 있다. 2009년에 완공된 길이 18.38km 로 긴 길이로 세계 순위 7위이다. 주탑 높이는 230.5m이다. 63 빌딩 높이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크고 긴 다리다.
어릴 적, 수인선 협궤열차를 타고 초등학교 수학여행을 인천으로 왔던 시절(1970년), 자유공원은 당시 신문물의 상징 공원이었다. 맥아더 장군 동상이 서 있는 공원에서 인천 부두를 바라보며 마치 아메리카 대륙에서 태평양을 처음 바라보던 스페인의 탐험가 코르테스 처럼 놀란 눈으로 바라보던 인천 앞바다. 이제 더 놀라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그렇게 변한 바다의 인천대교 밑을 유람선이 천천히 지나간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갇혀 지내던 사람들의 즐거운 이야기는 선실 안에서 끝이 없어 보인다.
집에서는 하는 말은 딱 두 마디 말 “밥줘”, “자자” 가 전부라는 우스갯 말도 있지만, 배 안의 사람들은 집에서 못한 말을 다 하겠다는 듯이 정경운 대화가 오간다 배가 팔미도에 도착했다.
선착장을 걸으며 인천 부두와는 비교가 안되게 맑은 바닷물이 보인다. 신선한 공기를 마신다. 연안부두와는 너무도 바뀐 분위기다. 태초에 만들어진 섬에 최초로 상륙하는 기분이다. 등대 기념관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으로 문은 굳게 닫혀있다. 잘 정리된 등대길을 오른다. 주변에 식물들이 잘 자라 겨울에 보는 자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이 잘 나오는 포토존에서 가이더가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준다. 가이더는 노래를 정말 잘하는 트롯트 가수이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주근무가 안내를 하는 가이더로 일한다고 한다. 친절하게 안내하는 덕분에 이번 여행은 정말로 즐겁다.
계단과 언덕을 올라서니 광장이다. 관광객을 위한 사진 촬영 기구가 있다. 옛날에 하던 말뚝 박기 놀이, 하트 모양의 기구들에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사진을 찍는다.
옛날 등대 사무실을 재현한 전시 사무실도 있다. 코로나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개방하지 않고 있어서 아쉬웠다.
등대 앞 광장에는 소원함이 있어서 가지고 간 소원통을 집어넣는다. 어린아이가 아빠의 도움으로 소원함에 넣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소원을 꼭 이루어 주세요.^^
약 120년 전에 만들어진 최초의 등대를 만나본다. 정말 오래된 등대처럼 생긴 작은 등대가 있다. 정말 옛날 집처럼 자그마한 크기이다. 그래도 100년을 바다를 지키며 서 있던 유물의 자태를 가지고 있다.
그 뒤에 바로 우람한 현대식 등대가 있다. 높이 26m 전망대와 100주년 상징 조형물 ‘천년의 빛 번영의 바다’는 코로나로 인하여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기념 촬영을 하고 길을 따라 산책을 한다. 옛날에 설치했던 대포와 기관총 등이 전시되어 있다. 안보 전시관이다. 바닷가 해변에는 기암 괴석들이 파도를 맞으며 서 있다. 개발되지 않아서일까. 정말 멋진 예술품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힘으로는 만들 수 없는 천연의 작품이다. 훼손되지 않는 자연으로 보존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작은 섬, 소 팔미도는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다.
하얀 모래사장과 소라 껍질, 적절한 파도. 여름에는 해수욕 하기에 좋은 곳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기념 촬영에 열중한다. 모래사장에서 껑충 뛰는 사람들, 아이들과 함께 소라를 잡는 사람들..... 오늘 팔미도 관광은 정말 훌륭하다. 배도 타고 해변도 걷고 등대 산책도 하고 소원도 빌었다. 좋은 날이다.
돌아가는 배에 올랐다. 갈 때 보다 함께 온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가족끼리 소원(疏遠)했던 관계도 오늘의 여행으로 더욱 돈독(敦篤)해져 보이는 분위기다. 배는 천천히 느리게 가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느리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빨리 갈 필요가 없는 여행이다. 배가 항구에 도착 하기 전에 일몰이 진행된다. 인천대교 밑으로 해가 떨어진다. 살면서 많은 일몰을 보아 왔지만 해가 다리 밑으로 떨어지는 낙조는 처음이다. 승객들은 선창에 나가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다.
여행은 사람을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는가 보다. 어지럽게 살며 할 일에 쫒겨 늘 정돈되지 않던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된 느낌이다. 인천항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의 섬에 다녀오는 여행이었지만 마음이 뿌듯해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