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설·명절’, 북한이탈주민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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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설·명절’, 북한이탈주민을 생각하며
  • 이병철
  • 승인 2022.02.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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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
이병철 / 어울림이끌림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사회복지학 박사

지난 28일 인천지역 봉사단체 사무실에는 '명절' 임에도 불구하고 고향에 갈 수 없는 몇몇 북한이탈주민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은 설 연휴 중에 이곳에서 '북한 음식'을 나눠 먹기로 하였으나 급속히 확장되는 오미크론 때문에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이모씨(48)는 북한이탈주민이지만 미얀마 재정착난민 카렌족의 초기 사회적응을 도운 봉사자이기도 하고 후원자이기도 하다. 카렌 재정착난민들은 가족과 동반된 이주를 하여 가족 지지면 에서는 북한이탈주민 보다는 가족 정서가 높고 그들에게는 설·명절이 여유로운 연휴 휴일이지만 북한이탈주민 봉사자 이모씨(48)에게는 설·명절이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우울한 명절 일 뿐 그 외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고 한다.

출처 : www.unityinfo.co.kr│포토뉴스│600×637 즐거운 민속놀이의 하나 팽이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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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북한이탈주민 취약계층 조사(2021)에 의하면 연구참여자 1582명 중 약 47%가 정서적·심리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특히 북한이탈여성의 일과 가족생활 경험연구 문헌(2021)에 의하면 북한이탈주민에게는 경제적·정서적·심리적인 어려움이 다층적으로 교차되어 그 어려움이 더더욱 배가 된다고 한다.

북한이탈주민 봉사자 이모씨(48)에 의하면 남한에 온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들은 마치 꽃이 화분에 옮겨진 것 같고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꽃이 어려운 환경에 처하듯 그들도 남한사회에 정착을 하지 못하면 곤경에 빠진다고 한다. 최근 새해 벽두에 발생된 북한이탈주민 '월북사건' 뉴스를 보면서 어려운 처지를 한 번 더 공감하게 되었다고 하며 본인도 초기적응생활이 너무 어려울 때는 재입북도 순간적으로 생각이 났었다고 한다. 이런 생각이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발표(2021)한 조사에 의하면 407명의 응답자 중 재입북 생각이 있다는 응답자는 75명으로, 전체의 18.5%에 달한다는 것을 볼 때 그들의 초기 적응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모씨(48)외에도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인천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김모씨(51)의 경우는 남한사람이 자신들을 다르게 보는 '불편한 시선'은 물론 거침없이 ‘빨갱이’이라고 표현하는 직장동료 태도 때문에 일상생활이 위축 되었었고 결국은 직장까지 그만두었던 경험이 있다고 하였다. 또 북한이탈주민 공동체에서 만난 또 다른 북한이탈주민 학부형 강모씨(38)의 경우는 “북한 억양 때문에 학부모로서 학교 학부형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혹시라도 학부모들의 입소문으로 그녀의 자녀가 북한이탈주민 자녀라고 알게 되고 그 자녀가 왕따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반면에 한 주민은 북한이탈주민을 돕고 싶었지만 거리감을 느꼈다고 하였다. 40대 남동구 주민 이모씨는 "이것저것 알고 싶어 하여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의사소통도 잘 안 되고 남한사회의 사회규범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스스로 벽을 쌓는 것”을 보았을 때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고 하였다.

전문가에 의하면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체제에서 그리고 탈북과정에서 이미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남한에서도 사회적·문화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상대적인 빈곤도 경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민속의 설·명절을 보내며 고향이 있어도 갈 수 없는 우리의 이웃, 북한이탈주민에 대하여 우리는 편견을 불식하고 함께 살 수 있도록 이해 할 수 있는 인식 개선은 물론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응 지원을 위해 한번 더 깊이 생각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이병철 대표
이병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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