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고 생존 환경에 따라 옮겨 다닙니다. 번식지와 겨울을 나는 월동지가 따로 정해져 있지요.
멸종위기에 처한 1급 희귀종으로 보호하는 여름 철새가 있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저어새입니다. 남쪽 나라에서 겨울을 난 저어새가 봄이 되어 강화도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알을 낳아 새끼를 번식하기 위해서지요.
전 세계 6,000여 마리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저어새는 약 90%가 한반도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천 강화도와 남동공단에 있는 유수지를 비롯하여 서해안이 주 번식지입니다. 최근에는 충남 서천 인근 개펄에서도 저어새가 집단으로 번식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립니다.
멀리 보이는 번식깃과 길고 까만 주걱부리가 저어새임이 분명합니다. 작년 이맘때 모내기철에 봤는데, 올해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세 마리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주걱부리로 연신 논바닥을 휘젓습니다. 먹이를 보고 젓는지 그냥 젓다가 걸려드는 먹이를 찾는지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저어새는 넓적한 주걱 모양의 검은 색 부리가 특이합니다. 검은색은 눈 주위까지 연결되어 있고, 길쭉한 다리도 검습니다. 번식기가 되면 뒷머리에 장식깃이 발달하는데, 목의 앞부분과 가슴 윗부분 노란색 띠가 두드러집니다.
저어새는 주로 4월 말에서 6월 초순까지 짝짓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컷이 먼저 암컷의 목을 문지르는 구애 활동은 정다워 보입니다. 보통 두세 개의 알을 낳고 암수가 교대로 25일간 품어 부화합니다.
깊이 20cm 이내 물골에서 망둑어, 칠게, 새우까지 부리에 걸려들면 죄다 저어새 먹이가 됩니다. 어찌 보면 저어새만큼 뛰어난 어부도 없을 것입니다. 저어새란 이름도 물을 휘휘 저어 먹이를 구한다 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강화도 화도면 장화리 낙조마을. 이곳 앞바다는 드넓게 개펄이 펼쳐졌습니다.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해넘이가 아름다운 낙조마을입니다. 여의도 면적의 약 50배가 넘는 강화도 개펄이 더욱 유명한 것은 붉은 노을도 노을이지만 귀한 저어새 서식지이기 때문입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사람들은 낙조마을 조망지를 많이 찾습니다.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인근 펜션에 머물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낙조를 사진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의 발길도 잦습니다.
개펄은 하루에 두 번 물이 들고나는 변화무쌍한 공간입니다. 물이 넘실대도 좋지만, 물이 쑤욱 빠진 너른 개펄에서 먹이 사냥을 하는 새들을 보는 재미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물이 서서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밀려드는 물결과 떨어지는 해가 한 폭의 그림입니다. 하늘과 함께 바닷물도 붉게 타오릅니다.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릅니다.
등 뒤 무논에서 먹이 사냥을 하는 저어새가 눈에 띄었습니다.
"잠깐 뒤를 돌아보세요! 저 녀석들이 저어새예요?"
"그래요? 저어샌 개펄에서만 노는 줄 만 알았는데."
"주로 개펄에서 먹이 사냥을 하지만, 들에서도 볼 수 있어요."
"미꾸라지 같은 것도 먹겠네요."
저어새를 가까이서 보게 되어 사람들이 기뻐합니다. 카메라의 초점이 이제 저어새로 쏠립니다.
카메라 줌을 당겨 저어새를 관찰하는 사진작가가 한마디 합니다.
"와, 저 녀석 저렇게 논바닥을 저어대면 고개 빠지지 않나! 저어새가 달리 저어새가 아니군! 참 신통방통하네!"
바다 위로 붉은 태양이 저무는 빛나는 순간! 저어새도 어느새 멀리 날아갑니다. 하루의 느낌표 하나를 찬란히 찍습니다.
강화도에 머무르고 있는 저어새들도 가족을 많이 늘리고 건강하게 지내다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