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숲이 한가롭게 만나는 곳, 송산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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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숲이 한가롭게 만나는 곳, 송산숲에서
  • 유광식
  • 승인 2022.07.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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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람일기]
(83) 영종도 송산숲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송산숲 입구(중구청소년수련관 방향), 2022ⓒ유광식
송산숲 입구(중구청소년수련관 방향), 2022ⓒ유광식

 

짧아진 소매에 반바지 차림이 일상이 된 것을 보니 진짜 여름인가 싶다. 안 그래도 될 텐데도 올해 무더위는 보름이나 일찍 도착했다고 한다. 외부 통제가 제법 풀어지면서 외출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동안 코로나19로 리스트에만 있던 장소를 해외로 국내로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은 장마 기간이니 신중해야 할 것 같다.

복잡한 마음을 식혀보려고 가까운 영종도로 향했다. 남쪽의 인천대교를 건널 일은 드물고, 북쪽의 영종대교를 건너는 마음이 꼭 소풍 나온 아이처럼 신난다. 그런데 차량은 많고 뻘 매립은 안타깝게만 보인다. 세어도가 보이는 풍경을 뒤로 한 채 백운산 남쪽(운남동) 송산으로 향했다. 

 

특색 있게 개화하는 어느 나무, 2022ⓒ유광식
특색 있게 개화하는 어느 나무, 2022ⓒ유광식

 

그 많던 제비로 한 때 ‘자연도’라 불리던 영종도. 영종도 남동쪽에 위치한 송산(松山, 88.9m)은 송산숲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바다와 맞닿은 높지 않은 산으로, 인근 하늘도시 주민들의 동네 앞산이자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산책 장소이다. 송산은 씨사이드파크 공원의 중간 지점에 거북이 등처럼 봉긋하게 솟은 모습으로, 앞에는 드넓은 남단갯벌이 펼쳐지고 인천대교가 저 멀리 보인다.

주말을 맞아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레일바이크 페달을 열심히 밟고 있었다. 이용객이 많아서인지 레일바이크가 정말 기차처럼 보이기도 했다. 레일과 방조제 사이에는 건널목이 있고 안전바가 일정 시간마다 오르락내리락했다. 철도건널목을 건너는 듯한 긴장감이 느껴졌는데, 아마도 레일 특유의 소리 때문인지 마치 전철역에 와 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볕이 너무 뜨거운데 어부로 보이는 주민 몇 분이 방파제에 앉아 김밥을 드시며 갯벌 노동을 마무리하고 계셨다. 낮의 볕이 강렬해 서둘러 그늘을 찾아 송산으로 올라갔다.

 

씨사이드파크, 2022ⓒ유광식
씨사이드파크, 2022ⓒ유광식
방파제 위 어부와 레일 위 관광객, 2022ⓒ김주혜
방파제 위 어부와 레일 위 관광객, 2022ⓒ김주혜
공동 어업을 위해 사용되는 궤도 운반 기계, 2022ⓒ김주혜
공동 어업을 위해 사용되는 궤도 운반 기계, 2022ⓒ김주혜

 

송산숲은 말 그대로 소나무가 많다. 능선길이 잘 정돈되어 있고 필요한 경사지 빼고는 데크가 없이 땅 위에 멍석이 깔려있어 걷는 데 무리가 없다. 소나무가 많아서인지 송홧가루가 참나무에 내려앉은 모습이 흔하다. 여러 입구 중 하나를 택해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걸으면 되는데, 일단 숲에 들어서면 외부 소리가 차단되는 노이즈 캔슬링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산새 소리가 너무도 맑게 들려온다는 것이다. 마치 “나를 따라오시게나”라며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새소리가 전혀 거슬리지 않고 집중하게 되었다.  

 

송산숲 헬기장(H), 2022ⓒ유광식
송산숲 헬기장(H), 2022ⓒ유광식
마음 편히 자란 참나무, 2022ⓒ김주혜
마음 편히 자란 참나무, 2022ⓒ김주혜
잎에 떨어진 송홧가루, 2022ⓒ유광식
잎에 떨어진 송홧가루, 2022ⓒ유광식
팔각정자(송산 정상), 2022ⓒ유광식
팔각정자(송산 정상), 2022ⓒ유광식

 

송산에는 올해 개관해 7월 1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간 중구청소년수련관이 있고 송산배수지도 있다. 아담한 헬기장도 있다. 북서 방향의 백운산(255.5m)은 듬직하다. 오르락내리락 가뿐히 리듬을 타며 걷다 보니 서쪽 송산정에 도착했다. 망루에 올라 갯벌을 바라보며 바다 위 하늘의 부피를 가늠해보았다. 무엇보다도 잔잔히 불어와 안기는 해풍의 맛이 일품이었다. 자유롭게 자라난 모습의 참나무가 흔들거리며 심신에 안정을 주었다.

어느 반려 강아지는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인사를 하고 갔다. 높은 곳에서 보니 빠른 속도로 밀물이 들어오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땀을 조금 식힌 후 다시 레일바이크 반환점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카라반 캠핑장도 인기인지 많은 가족이 체크인 후 캠핑을 즐기는 중이었다. 조용한 줄만 알았던 송산숲 주변이 살랑살랑 북적이고 있었고 공간마다 색채가 뚜렷했다. 

 

송산정, 2022ⓒ유광식
송산정, 2022ⓒ유광식
송산정 앞 남단갯벌, 2022ⓒ유광식
송산정 앞 남단갯벌, 2022ⓒ유광식

 

세상은 늘 반복 같은 새로움이다. 이곳에서 다시 저곳으로 돌아가야 하며, 좋고 나쁜 기분은 계속 회전하기 마련이다. 레일바이크가 한 바퀴 회전하여 방향을 바꿔 다시 돌아간다. 친구들로 보이는 나이 든 아주머니 네 분이 함께 민요를 부르며 레일바이크 페달 위 즐거운 한때를 기록한다. 해변 산책로 화단에는 해당화가 가로등을 대신해 옹기종기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바다에 빠지겠다는 마음이었건만, 숲에 빠진 마음이 나쁘지 않다.

 

으~악!, 2022ⓒ유광식
으~악!, 2022ⓒ유광식
공원 산책로에 심어진 해당화, 2022ⓒ유광식
공원 산책로에 심어진 해당화, 2022ⓒ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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