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쨍한 햇빛이 매력적인 여름을 맞아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7월과 8월은 여름방학과 휴가가 있어 가족나들이가 많은 시기다. 어디로 여행을 가야하는지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인천을 추천한다.
올해 여름, 아이와 함께 인천의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 등을 방문해 직접 지식을 체득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여름방학, 인천 전시관 도장깨기' 첫 순서로 쾌적한 실내에서 한반도의 생태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인천 국립생물자원관에 방문하길 권해본다.
인천 서구 경서동에 자리한 국립생물자원관은 6,000여 점의 자생생물 표본과 독특한 기획전이 준비돼 남녀노소 모두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1전시실 ‘생물’ ▲2전시실 ‘한반도의 생태계’ ▲3전시실 ‘생물자원의 가치와 활용’ ▲실내온실 ‘곶자왈생태관’ ▲기획전시실 ▲야외체험학습장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미디어 아트 특별전 ‘메타 감각의 숲’이 지난 6월부터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관람 가능하다. 단,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관람료와 주차료는 무료로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방문해 직접 듣고 보고 만지며 한반도의 자연을 실내에서 느껴보자.
■ 가상의 사계 숲을 거닐다
“반투명한 스크린을 통해 사계 숲이 재현된다.”
미디어 아트 특별전 ‘메타 감각의 숲’이 2023년 1월 31일까지 국립생물자원관 기획전시실Ⅱ에서 열린다.
박상화 미디어아티스트가 사계절의 자연 풍경들을 소재로 재구성한 영상설치 작품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거울의 방 안에는 반투명한 스크린이 겹겹이 설치돼 하나의 숲을 연상시킨다. 거울에 반사되며 숲은 몸집을 더욱 부풀린다.
가상의 자연이지만,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색감과 소리에 의식을 맡기게 된다. 잠시 동안 현대인들에게 휴식의 공간을 선사한다.
각양각색의 꽃의 이미지에서 숲은 시작된다. 봄을 대표하는 벚꽃이 피어나며 꽃잎을 흩날린다. 하늘하늘 내리던 꽃비는 직선의 비가 되며 여름으로 옮겨간다.
여름이 되자 단단한 나무 기둥과 함께 생생한 잎이 모습을 드러낸다. 쨍쨍했던 한낮의 여름 숲은 점차 어두워지며 푸른 밤에 도달한다. 보름달과 반딧불이가 밤을 수놓는다. 가상임에도 불구하고 넋을 놓고 여름밤의 향연을 바라보게 된다.
곧 노란색 이미지가 확산되며 가을이 온다. 노란 은행잎과 붉은 단풍이 점차 섞이기 시작한다. 가장 선명한 색감으로 이루어진 계절이다. 나뭇잎은 빠르게 뒤엉키며 가을의 막바지를 알린다.
마지막으로 가늘고 기다란 나무만이 남아 겨울을 지킨다. 여름과는 달리 빼빼 마른 백색 나무의 이미지다. 눈이 내리며 빈 공간을 채운다. 색감이 피어나길 기다리며 겨울은 백지로 정돈된다.
사계절의 숲은 직접 스크린 사이사이를 거닐며 느낄 수도 있지만,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빈백에 앉아 차분히 감상할 수도 있다.
작품 안에 들어갈 경우 바닥에 있는 화살표를 따라 걸어야 한다. 벽면이 거울로 이루어져 벽에 부딪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획전시 ‘으스스 뼈 박물관’이 오는 8월 28일까지 기획전시실Ⅰ에서 진행된다. 무척추동물부터 포유류까지 다양한 동물들의 뼈를 만나볼 수 있다.
■ 동양 최대 규모의 표본 수장고
인천 국립생물자원관은 동양 최대 규모의 표본 수장고로 6,000여 점의 자생생물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의 전시용 표본은 로드킬, 환경오염 등에 의해 희생된 동물을 이용해 제작됐다.
1전시실에서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생물은 생물분류학에 따라 ▲고군계 ▲세균계 ▲원생동물계 ▲균계 ▲유색식물계 ▲식물계 ▲동물계로 구분해 표본을 전시 중이다. 다양한 생물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2전시실은 한반도의 생태계를 실내에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산림과 동굴, 하천, 갯벌, 해양 등을 실제처럼 조성해 표본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중앙에 자리한 멧돼지 표본은 직접 만져볼 수 있다.
3전시실은 생물자원의 자치와 활용을 주제로 구성됐다. 생물산업 분야를 알아보며, 실제로 생물자원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해한다. 소영상실에서는 국립생물자원관에 대한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 ‘제주 곶자왈’ 인천에서 재현되다
제주 곶자왈의 서식하는 식물들로 구성된 ‘곶자왈 생태관’에서는 작은 제주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곶자왈은 바위와 자갈이 요철 지형을 이룬 곳에 나무와 넝쿨이 엉클어져 숲을 이룬 지역을 말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제주도 식물의 절반을 이루는 896종의 식물이 곶자왈에 서식하고 있다.
긴 원통의 생태관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에는 멸종위기 식물이 자라고 있는 ‘돈내코 계곡’을 그대로 조성한 공간이 있으며, 제주에서 서식하는 ▲오색딱다구리 ▲되지빠귀 ▲콩새 ▲동고비 ▲때까치 표본도 전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