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경 / 인천간재울초교 교사
필자는 2022년 가을, 캠핑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겨울 캠핑을 즐기고 있는 캠린이(캠핑+어린이)다.
우연히 친구의 감성 캠핑 텐트에 초대되어 간 후, 캠핑에 푹~ 빠져 있다. 그것도 겨울 캠핑을. 마음이 맞는 이들과 함께 길지도 짧지도 않은 1박 2일의 장봉도 캠핑을 하고 있다.
인천 삼목 선착장에서 30분간 배를 타고 가면 도착하는 그 섬, 장봉도. 장봉도에 도착해서 10여분 운전을 하면 도착하는 곳, 한들 해변 .. 그곳이 나의 캠핑지이다.
캠핑지에 도착하면 2시간여에 걸쳐 텐트를 쳐서 우리가 지낼 임시 공간을 만든다. 아직 나는 초보 캠린이여서 시간이 꽤 걸리고, 갈 때마다 하나 씩, 둘씩 짐이 늘어나서 시간이 더 걸린다.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텐트를 치는 일이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조금씩 텐트 안이 꾸며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과 만족스러움에 입가에 웃음이 묻어난다. 텐트를 치고 나면, 이제는 자연 속에서 일상의 멈춤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도시의 분주함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으로 일상의 탈출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더없이 좋다. 그래서 텐트를 치는 수고로움은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것이다. 함께 한 동행들 역시 처음에는 힘들지만, 이 순간을 잘 넘기고 나면 ‘장봉도 오길 참 잘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곳 캠핑장은 여느 다른 캠핑장과 달라서 마음이 편안하다. 사전에 예약하지 않아도 되고, 다음 날 11시에 퇴실하지 않아도 되서 한껏 마음에 여유가 있다. 캠핑장에 도착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 텐트를 칠 수 있어서 더 좋다.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취향도 제각각이어서 선호하는 자리도 제각각이다. 나는 주로 모래 밭 사이로 솔방울과 솔잎이 떨어져 있는 소나무 두 그루 사이에 텐트를 친다. 덤으로 솔향까지 맡을 수 있으므로...
비록 길지 않은 1박 2일이지만 장봉도의 바다는 여러 개의 모습으로 다가와 흥미롭게 해준다.
밀물일 때는 바닷물이 찰랑 찰랑거리는 소리를 들려주고, 썰물일 때는 바다 깊이 속살을 드러내는 갯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어디 이뿐이랴 내가 장봉도 겨울 캠핑에 푹 ~ 빠진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낭만을 버무리는 요리
집에서는 그렇게 즐겨하지 않는 요리도 캠핑을 가서 하면 낭만이 된다. 지글거리는 소리, 눈 부신 햇살에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김 덕분에 입맛이 절로 살아난다. 아마도 낭만이라는 감미료가 첨가 되어서 일 듯 하다. 텐트 안 등유 난로 위에 올려둔 주전자의 보글거리는 물 끓는 소리, 고구마가 익어가는 구수한 군고구마 냄새는 보너스이다.
불멍 - 깜깜한 밤이 추억 여행의 놀이터로
‘야 ~ 불이 춤춘다.’ 옥슨 80의 오래된 노래가 자동으로 튀어 나오는 불멍의 순간 춤추는 불은 여러 가지 빛깔을 갖고 있다. 깊은 곳의 푸르디 푸른 빛과 다홍 빛, 붉은 빛들이 어우러진 불꽃들의 향연 ... 여기에 탁탁탁 타는 장작의 소리까지 더해지면 ... ‘야 ~ 불이 춤춘다.’
소나무 밑에 떨어져 있는 솔잎을 주워서 태우면 솔향 가득한 불 향이 나서 좋고, 멍~ 하니 타오르는 불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시골에서 엄마가 불을 피워 저녁 밥을 지으시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유년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추억의 놀잇감으로 손색이 없다. 캠핑장 가로등 불빛 아래 춤을 추는 불멍이 있고, 함께 한 동행이 있어서 영하의 추위 따위는 더 이상 캠핑의 장애물이 아니다.
파도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청량한 겨울 아침
잔잔한 바닷물의 작은 찰랑거림과 무리를 지어 아침 비행을 하는 겨울 철새들의 울음소리로 장봉도의 겨울 아침은 시작된다.
식빵 한 조각과 모닝 커피로 아침을 먹고, 비록 바람은 차갑지만 햇살 만큼은 따사로운 겨울 햇살을 받으며 도란 도란 얘기를 나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노라면 인생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바다 해안길 산책
장봉도 캠핑의 또 하나의 묘미는 바닷가 둘레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둘레길을 걷다 보면 어느 샌가 눈 앞에 시원한 바다가 펼쳐지는 풍광이 마음을 상쾌하게 만든다. 바닷물 위로 흠뻑 쏟아지는 윤슬( 윤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은 또 하나의 장관이다.
이렇듯 나는 장봉도와 여전히 열애중이다.
따사로운 겨울 햇살과 간간이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텐트를 접는다. 들뜨는 마음으로 도시를 떠나 왔고, 이제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장봉도를 떠나려 한다. 못내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장봉도를 떠나는 배에 오른다. 다음에 또 올 것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