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기후위기 시대 대응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이다. 석탄발전, 핵발전 중심의 사회에서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태양광, 풍력발전이 확대되고 있다. 넓은 바다를 둔 인천에서도 해상풍력이 추진 중이다. 해상풍력 입지가 어민들의 어장 혹은 이동경로와 중첩된다면 생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주민수용성이 관건이다. 이에 인천시는 민관협의회를 발족해 해상풍력 발전사업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으나 여전히 논란이다. 해양생태계 영향에 대한 검토와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러 이해관계와 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앙부처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해상풍력발전사업 추진에 핵심 환경 사안으로 해양성 조류 공간 이용을 꼽는다. 이에 국내 해양성 조류의 공간이용을 분석하고 충돌 민감도 평가 및 DB 구축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해상풍력발전 환경조사, 평가매뉴얼 및 환경성 평가 협의지침을 수정,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기초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해상풍력 관련 환경,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공주도 해상풍력 적합입지 발굴을 위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2021년~2022년은 1차 연구로 보령, 군산 등 지역에서 연구를 진행했으며, 2차 연구지역으로 인천을 선정해 연구를 시작했다. 해양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이용행위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갈등의 수준을 파악하고, 적합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풍속, 풍향 등 풍황자원 조사, 분석을 비롯해 어업활동 뿐만 아니라 해양생태, 지질 등 객관적인 공간데이터 수집이 연구의 시작이다.
인천 앞바다는 어민들의 생계터이면서 국제적인 철새들의 이동과 번식에 있어 중요한 공간이다. 점박이물범, 상괭이 등 해양포유류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따라서 해상풍력 입지 선정에 해양성 조류 등 해양생물의 이동과 서식현황을 조사, 고려해야 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해양성 조류의 서식공간과 해상풍력발전의 입지 조건이 서로 동일하기 때문에 계획 수립 단계부터 생태환경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자칫 재생에너지 확대가 오히려 생물다양성의 추가적인 손실과 생태계 서비스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어 환경영향을 방지, 최소화 및 상쇄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환경연구원이 발간한 연구자료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해상풍력발전의 생태환경적 쟁점 및 개선방향'에서도 해상풍력발전을 위한 주요 시설물은 '해상-해저-육상'으로 이어지는 복합적인 생태계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연쇄적이고 종합적인 영향을 고려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해양성 조류의 번식, 취식, 이동 등 생활사 상황, 해상풍력 용량과 비행고도에 따라 충돌로 인한 영향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으나 생태환경적 특성을 고려한 입지선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해양포유류의 분포와 이동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해상풍력사업은 거대한 산업이다. 육상부와 연결하는 송전, 배전시설과 배후항만 등 여러 시설이 필요하고, 입지를 지정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은 적지 않을 것이다. 사업자가 신청하는 해상풍력사업에 대해 건별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 사회적 논란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공공이 가이드를 제시함으로써 오히려 사업자도 사업 추진에 있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가이드에 주요 수산자원보호 필요지역 및 해양보호구역 제척, 해양성 조류 및 해양포유류 서식 등 해양생태계 현황에 대한 기초데이터와 기준은 분명히 담겨야 한다.
인천앞바다는 공공자원이다. 공공자원은 공익적 관점에서 가꾸고 활용해야 한다. 인천앞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어민의 생존권 보장, 해양생태계 보호 책임도 다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전환도 우리 인류의 시급한 과제다. 이 모든 것을 고려, 조율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에너지전환과 어민의 생존권, 해양생태계 지속성을 고려한 입지 판단 근거는 선제적으로 갈등을 조율, 해소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