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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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 이상하
  • 승인 2023.05.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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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이상하 / 조각가

작업(미술)하는 사람으로 살다 보니 미술과 삶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자리하고 있다. 생활 중에 무시로 떠오르는 미술과 삶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구해 혼자만의 해결책(?)을 내놨다가 거둬들이기를 반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평소, 미술로 삶을 영위(營爲)하는 것이 나 같은 사람(미술 관련 종사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 학생들과 공부할 때도 그렇고, 다른 자리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술은 우리의 삶에서 아주 밀접하게 관계 맺고 작동되어 합의된 약속 안에서 유지되기 때문에 우리가 생활의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사실이다. 미술은 우리의 일상에서 직간접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만 그것을 당신이 인식하는지, 아닌지의 문제일 뿐, 우리가 숨 쉬며 살 듯이, 생활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우리의 일상에서 정교한 규칙과 약속으로 작동하고 있다. 미술은 분명히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우리네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영향을 미치는 미술이 우리가 생활하는 도시와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고, 또 그 안에서 어떻게 도시는 경쟁력을 갖게 되는지 다른 도시에 사례를 찾아보고, 인천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경쟁력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려 한다. 분명한 것은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하게 정리되거나 짧은 논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보다 광의(廣義)에 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인천에서 이런 논의가 활성화되어 그것으로 인천의 도시 경쟁력이 강화되고, 세계인 찾는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생각을 적어본다.

 

1. 사람들은 무엇으로 도시를 기억하고 찾아가는가?

많은 사람이 도시를 터전으로 살아간다. 도시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대부분에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도시는 사람이 만들지만, 그 도시는 사람을 키우고 살게 한다. 도시의 이미지와 정체성은 지역적, 환경적 특색이나 시간의 기록, 기억해야 할 역사와 언어 외에도,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들과 그것의 결속(結束)과 해체(解體)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有機體)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도시를 기억하는 방법은 특별한 건축이나 기념할 만한 이야기가 있는 모뉴먼트(monument)로 기억하기도 하고, 그 도시의 환경이나 그들의 선조가 남겨준 유산으로 기억하기도 한다. 때로는 맛(음식)으로, 축제로, 도시의 역사와 기억해야 할 사건이나, 도시를 상징하는 인물로 기억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은 도시가 주는 다양한 이미지에 개인적 경험(經驗)을 더해서 도시를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도시들은 각자의 방식과 장점을 내세워, 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하고 세계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 신생 도시는 기존 도시와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내걸고, 천문학적인 투자와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摩天樓)가 만들어 내는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희망의 미래를 약속하는(모든 사람에게 미래가 희망적일 거라는 믿음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도시계획으로 기존 도시의 위상에 도전하고, 기존 도시는 자신들이 발전시키고 쌓아 올린 명성과 지나온 시간을 부정당하지 않고, 지금의 위상을 지키려 힘을 쓴다.

이제 사람들은 어느 나라의 국민인지보다, 어느 도시의 시민인지, 어떤 도시에서 삶을 영위하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도시가 경쟁력을 가지고 진화(?)하며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매력적인 것들을 가져야 한다.

한때 도시가 초고층빌딩의 높이로 순위가 매겨져 유명세를 치르고, 관광지로 주목받게 되면서 세계의 도시들은 높이 경쟁에 사활을 걸기도 했었지만, 초고층 건축으로 대변되는 높이 경쟁은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사례에서 보듯 이제는 투자에 비해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사람들에게 높이가 주는 경외감이나 호기심 같은 것이, 이제는 많이 흐려졌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과거 초고층 건축물로 단번에 이목을 끌고, 세계가 주목하고 찾는 곳으로 발돋움한 도시의 사례들도 있지만, 점점 높이나 물량보다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간(장소)이나 건축물, 기억해서 남겨야 할 모뉴먼트 같은 것이나, 천혜의 자연환경이 주목받고, 경쟁력이 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출처 다음)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출처 다음)

 

도시라는 거대한 유기체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고, 도시를 평가하는 가치 중에 예술은 도시가 가질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가치가 된다. 그중에 그림(조각)은 도시를 알리고, 다시 찾게 하는 큰 힘이 있고, 한 번의 투자(?)만으로도 꾸준한 경제적 실익을 기대할 수도 있으며, 초기 투자에 비해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경우가 다반사(茶飯事)다. 또 작품으로 수익을 내는(주로 관광산업) 과정서 추가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없고(전통적인 굴뚝 산업으로 대변되는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등하게 적다. 최소한의 유지 관리 비용 정도만 발생한다) 과정 중에 에너지 소비가 거의 없는 친환경 산업이다. 물론 관광객의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나, 체류 중에 발생시키게 되는 환경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문제가 인류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지금 시대에 미술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환경적 우위에 있다.

 

파리 루브르 소장 모나리자 (출처 네이버)
파리 루브르 소장 모나리자 (출처 네이버)

 

모나리자를 가진 루브르가 있는 파리는 수많은 여행자가 가고 싶어 하는 도시 순위에 언제나 상단을 차지하고, 소용을 다 해 소멸해 가던 공업도시를 미술관 하나로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킨 빌바오의 사례는 도시 재생의 고전이자 모범 답안이 된 지 오래다. 빌바오는 세계의 도시들이 앞다투어 벤치마킹하는 도시 재생에 전형(典型)이 되었다.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있거나, 큰 이슈로 인기를 얻거나 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목받는 도시들은 이 순간에도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하지만 모든 도시가 모나리자를 가질 수 없고, 빌바오가 될 수 없으니, 모나리자를 대신하거나, 빌바오와는 다른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다만 이런 정도(모나리자로 대표되는 명화를 대신할 작품)의 작품은 제한적이고 귀해서 구입할 기회가 적은 데다, 설령 기회가 온다 해도 경제적인 부담이 생각 이상으로 큰 경우가 많고, 빌바오와는 다른 식의 접근 방식은 검증된 사례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감당해야 할 위험이 크고, 위험을 감수한 만큼의 성공이 매번 보장되지는 않는다. 파리의 루브르에 모나리자나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같은 사례들은 분명 안전하고 매력적인 방법인 것은 틀림없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출처 네이버)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출처 네이버)

 

그러나 이제는 창의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와 접근 방식으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도시에 뒤를 밟을 것인지, 새로운 대안과 합의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누군가는 결정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책임(또는 보상)이 따르겠지만 고민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다만 이런 광의의 문제는 개인이나 일부 집단의 생각과 일의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무조건 강제할 일은 아니다.

도시가 경쟁력을 갖는 데 있어, 미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고 기존에 미술품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도시들과의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위해서는 어떤 방향과 노력이 필요한지 또 인천은 무엇을 하고,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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