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는 산업의 공동화(일자리), 불평등 심화, 기후위기, 지정학적 위기 등 4대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설리반 백악관 안보보좌관, 2023.4.27)... 지난 30여년간 세계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문명의 충돌’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제195차 생명평화포럼이 6일 오후 7시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전 국회의원)을 초청해 미추홀구 주안동 ‘여행인문학도서관 길위의꿈’에서 열렸다.
김 교수는 우리의 할아버지 세대는 ‘왜정시대’의 신민(臣民), 아버지 세대는 전쟁과 피난이라는 집단기억을 가졌다면, 우리는 지난 30년간 신자유주의 시대에 최대 경제성장을 이뤄 풍부한 유동성, 넘치는 부를 누렸다고 회고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신자유시대에 국제정세는 강대국의 기득권 연합으로 강대국 간 직접적인 분쟁은 없었으며 UN, WTO 등 국제기구에도 나름 실효적 규칙이 살아 있었다. 전쟁은 강대국끼리가 아닌 이라크, 소말리아, 코소보 등 ‘불량국가'나 '깡패국가’로 낙인찍힌 약소국을 두들기는 강대국과 양소국의 전쟁, 혹은 약소국끼리의 전쟁이었다. 또 세계의 경제는 상호 의존적 관계에 얽혀있었고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신자유주의의 낙관적 물결은 ‘자유주의, 민주주의의 승리로 역사는 끝났고 다른 시대는 오지 않는다’는 <역사의 종말>(프랜시스 후꾸야마)이라는 저서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세계 6개의 문명이 대결할 것이라는 ‘문명의 충돌’(새뮤얼 헌팅턴)이란 비관적 저서도 등장했다. 불행히도 30년이 지난 지금, 이 낙관과 비관의 두 저서 중 세계는 후자쪽으로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해협 분쟁을 보면 강대국 전쟁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알수 있다.
이제까지는 정치적 이유로 경제가 침해당하는 일이 없었지만, 최근의 미중분쟁을 보면 정치, 군사 문제가 상대국의 자원, 기술, 무역까지 견제와 압박의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국방비가 8천억불인데, 그 내역을 보면 과거처럼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이라크 등 약소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때리는 방향으로 무기, 군사력의 본질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핫 스팟이 대만해협이고 우크라이나다.
우리의 평화문제도 전에는 북핵 관리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대만, 우크라이나 문제가 직접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를 신냉전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단순한 신냉전이 아니다. 이 전쟁의 본질은 모두가 먹고, 살며 경쟁하는 데 영항을 미친다. 세계가 무질서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고 이는 국가 기능의 쇠퇴, 불평등의 심화, 사회분열, 감시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대목에서 김 교수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투키디데스의 말을 빌어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라는 대목을 강조했다. 전쟁은 이념 때문이 아니라 정신적인 믿음, 즉 개연성이 아닌 단지 희박하더라도 그 가능성의 노예가 되어, 논리의 비약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 일부에서 ’미국과 중국은 충돌한다‘는 가능성(세계 패권국가와 도전국 간 분쟁이 있으면 전쟁으로 치닫는다는 가능성)에 사로잡혀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가능성에 갇히고 굴복하는 믿음, 과학이 아닌 주술같은 숙명론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