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갯벌이 그려낸 고요한 정경, 황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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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갯벌이 그려낸 고요한 정경, 황산도
  • 유광식
  • 승인 2023.08.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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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람일기]
(109) 강화 황산도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갯벌 함초가 있는 풍경, 2023ⓒ유광식
갯벌 함초가 있는 풍경, 2023ⓒ유광식
황산도 버스 정류장과 간판 모둠, 2023ⓒ유광식
황산도 버스 정류장과 간판 모둠, 2023ⓒ유광식

 

말복(10일)을 향해 달려가는 8월이다. 무엇보다 너무 지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상기후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2년 치 강수가 한꺼번에 내려 베이징은 홍수 도시가 되었고, 폭염경보 문자가 연인 간의 문자만큼이나 빠르게 넘나든다. 장마 이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변 사람들을 좀 더 생각하게 된다. 너무 더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연이은 칼부림 범죄 소식이 들려오고, 학교는 아동과 교권의 전쟁터가 되고 말았다. 6년의 기다림 끝에 열린 잼버리 대회는 준비와 운영 미숙으로 이탈 국가가 생기는 등 사회 곳곳의 낮과 밤이 뜨겁기만 하다. 불볕더위로 지친 마음을 잠시 식히고자 물 건너 강화도로 나가 보았다. 

 

황산도 선착장(좌측으로 초지대교, 건너 대명항), 2023ⓒ유광식
황산도 선착장(좌측으로 초지대교, 건너 대명항), 2023ⓒ유광식
선착장에 나붙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현수막, 2023ⓒ유광식
선착장에 나붙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현수막, 2023ⓒ유광식

 

강화도의 남단 초지대교를 건너자마자 나오는 좌측 길은 주로 동막해변으로 향하는 길이다. 모두가 그렇게 향할 적에 곧장 좌측 좁은 방조제길로 빠지면 작은 섬 하나가 나온다. 황산도(길상면 초지리)다. 강화도는 귀에 익숙한데 황산도는 조금 낯선 것이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강화 남단의 섬으로 망대와 포대가 위치했고, 강화도 남쪽 성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소황산도는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되었고 지금의 황산도만 남게 되었단다. 남북으로 놓인 방조제 길 사이는 바다 낚시터다. 그야말로 거대한 어항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의 민가와 식당, 숙박 시설이 오랜 정취를 첨벙거릴 수 있게 한다. 

 

선착장 포토존(조연: 갈매기), 2023ⓒ김주혜
선착장 포토존(조연: 갈매기), 2023ⓒ김주혜
조업을 쉬는 고기잡이배, 2023ⓒ유광식
조업을 쉬는 고기잡이배, 2023ⓒ유광식

 

섬 초입에는 차박 야영지도 있다. 섬을 한 바퀴 돌 생각으로 신 어판장 쪽으로 갔다. 햇볕이 강렬해서 실눈을 떠야 했고 팔에 쿨토시도 착용해야 했다. 유려한 곡선의 초지대교를 배경으로 선착장에 작은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풍경이 평온하다. 황산도 어판장은 잠시 여름휴가 중이었다. 때를 같이하여 선박을 수리하고 페인트칠 작업도 한다. 몇몇 가게만 영업 중이었다. 갈매기가 낯선 관광객을 안내하려는지 가까이 선회비행을 하는 가운데, 참매미의 호객도 만만치 않았다. 

 

해안 산책로(남쪽 방향), 2023ⓒ유광식
해안 산책로(남쪽 방향), 2023ⓒ유광식
해안 산책로(북쪽 방향), 2023ⓒ유광식
해안 산책로(북쪽 방향), 2023ⓒ유광식

 

황산도는 지형적으로 바위가 많은 바위섬으로, 마치 큰 공룡알처럼 생겼다. 섬의 동편에는 강화해협을 따라 남단으로 향하는 해안 산책로를 마련했다. 휴식의 공간이자 갯벌과 식생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이니 작은 자연학습장과도 같다. 낮 시간의 해안 산책로는 무성하게 우거진 나무들이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어서 한층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고 해협의 바닷물 따라 흐르는 정취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다. 칡넝쿨 사이로 마치 꽈배기처럼 매미와 비둘기, 갈매기 소리가 교차되고 나리꽃, 해당화 등이 붉어진 온도를 서서히 식혀주었다. 

 

해안가 칡넝쿨, 2023ⓒ김주혜
해안가 칡넝쿨, 2023ⓒ김주혜
해양쓰레기와 참나리꽃, 2023ⓒ유광식
해양쓰레기와 참나리꽃, 2023ⓒ유광식

 

800m 산책로를 걷는 동안 마주친 행인은 산책로 아래 갯벌에서 낚시하는 한 사람뿐이었다. 황산도 남단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저 멀리 무인도가 운치를 더한다. 갯골에 물이 차오르면 안개가 피어오른다며 나름 사진 맛집으로도 알려져 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드문드문 찾는 정기적인 방문 장소다. 그런데 어떻게 황산도란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바위가 머금은 태양이 머무는 곳이란 의미인지 생각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던 시간이었다. 섬 안쪽으로는 오밀조밀 민가들이 있지만 극심한 더위에 섣불리 진입하기 어려웠다.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조금 선선한 날씨에 다시 들르면 좋겠다는 기분이다. 강화 역사의 한 장소이자 고기잡이배들이 드나드는 선착장의 풍경, 갯벌의 신비를 고요히 느낄 수 있는 곳 말이다. 

 

개인 채소밭(천연 식료품점), 2023ⓒ유광식
개인 채소밭(천연 식료품점), 2023ⓒ유광식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이 없지는 않다. 낚시꾼이 많은데 낚시 금지 현수막은 그나마 애교로 보였고 방치된 해양쓰레기는 어쩔 도리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유난히 갯벌에 타이어가 많았는데 어떤 사연이 있을까 고심했지만 그만두었다. 섬 서쪽에는 큰 부지의 건설 현장이 있었다. ‘수도권문화재연구센터’였는데 막상 일을 마치고 정리하는 아저씨들의 소금 땀에 젖은 셔츠를 보니 문화재 연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폭염에 대비할 안전을 연구하는 센터를 지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만큼 뜨거운 여름이다.  

 

공사를 알리는 안내판과 정류장(북쪽), 2023ⓒ유광식
공사를 알리는 안내판과 정류장(북쪽), 2023ⓒ유광식
드넓은 인천 갯벌을 맛보는 장소, 2023ⓒ유광식
드넓은 인천 갯벌을 맛보는 장소, 2023ⓒ유광식

 

황산도의 한낮은 뜨거웠지만 어떤 한적함이 지난 시간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주기도 했다. 더위가 좀 더 누그러진 날씨에 바닷길을 걷는 호사를 누린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그나저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야기는 쿨쿨 시원하게 자러 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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