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소남 인성교육의 중심 - 동몽수지
- 한기홍 인천인성교육추진단장
‘남이 좋지 않은 짓을 했다는 말을 들으면 아래로는 여종이나 남종의 잘못에 이르기까지 마음 속에 숨겨두고 소리 내어서 남에게 말하지 말아야 한다. 당연히 그 사람에게 충고하여 그로 하여금 잘못을 알고 고치게 해야한다.’
‘윗사람이 검사하거나 꾸짖을 때에 혹시 어떤 잘못이 있더라도 곧바로 해명하면 안된다. 잠시 참고 말 없이 있다가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천천히 조목조목 자세하게 말씀드린다.붕우들 사이에서도 이같이 하는 것이 마땅하다’
동몽수지(童蒙須知) 제2장 '말과 걸음걸이'에 나오는 이야기다. 소남 윤동규는 일찌기 아이들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동몽수지를 필사하여 제자들에 가르쳤다.
계양도서관이 진행하는 ‘길 위의 인문학’ - 소남 윤동규의 열 번째 강좌가 ‘이 시대 왜 인성인가? - 소남 윤동규의 동몽수지(童蒙須知)와 인성교육’을 주제로 13일 오후 7시 계양도서관에서 한기홍 인천인성교육추진단장(전 경인교육대학교 부설 초등학교 교장)의 강의로 열렸다.
동몽수지(童蒙須知)는 어린 사내아이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라는 뜻이다. 원저자는 공자, 맹자 학문을 계승하여 주자학을 창시한 중국 남송시대 주희(1130~1200)로 알려져 있다.
동몽수지는 우리나라에는 고려말에 입수되어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에서 어린이 인성교육교재로 널리 활용되었다. 퇴계 이황(1502-1571)도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동몽수지를 썼는데, 그의 제자 유성룡(1542–1607)도 동몽수지 뒤에 이 책이 어린이들에게 왜 중요한 지 설명한 글을 덫붙일 만큼 중요시했다.
유성룡은 동몽수지를 천자문 수학을 마친 어린이를 대상으로 소학 이전의 교재로 활용하였는데, 그 후 성호학파로 전수되면서 소남 윤동규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소남은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동몽수지를 필사하면서 유성룡의 덫붙임 글도 함께 베껴놓았으며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자세한 설명도 하였다.
동몽수지의 특징은 모두 어린 아이들이 지켜야 할 덕목과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아동의 인성교육 지도 자료는 물론 교육적으로 사료가치가 큰 책으로 평가된다.
소남이 동몽수지를 교재로 천자문 습득 후 소학 이전 어린이 교육용으로 활용했다. 이는 어린들에게 좋은 습관을 정착시키고 도덕성을 함양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은 물론, 오늘날 어린이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는데 교육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기홍 인천인성교육추진단장은 이날 강연에서 소남의 동몽수지와 인성교육 설명에 앞서 이 시대 한국 학생의 삶의 만족도가 OECD 48개 국가 중 47위로 떨어져 있으며 82%가 ‘1등 하고파’에, 75%가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문결과를 알리는 한편, 수능은 없애고 정부가 아닌 대학이 입학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한국사회의 병리현상, 인성교육이 필요한 이유 등을 설명하며 소남이 인성교육을 위해 필사한 동몽수지에 대한 강의로 이어갔다.
한 단장은 소남의 동몽수지가 현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5개 항으로 요약했다.
△어린 학생들의 인성교육의 중요성 인식 △기본 생활습관(좋은 습관) 형성에의 관심 △천자문 습득 후 소학 이전의 교재로의 적절한 활용 △초기교육의 중요성 인식(교육심리학의 관점) △동몽수지 내용 중심으로 실제 어린이 교육 실시 등이다.
동몽수지는 1장 옷과 모자와 신발, 2장 말과 걸음걸이, 3장 깨끗하게 청소하기, 4장 책 읽기와 글자 쓰기, 5장 어린이들이 지켜야 할 작은 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내용 중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도 있으나, 여전히 소중히 새겨들어야할 내용들이 많다.
- 모든 자제들은 모름지기 늦잠을 자지 않고 일찍 일어 나야 한다.
- 음식이 있으면 먹지만, 없으면 생각하지 말아라. 죽이든 밥이든 굶주림을 채우면 되고, 밥 먹기를 빠뜨리면 안된다.
- 여러사람이 앉을 때에는 반드시 몸을 사려야 한다. 좌석을 넓게 차지하지 말아야 한다.
- 변소에 갈 때에는 반드시 웃옷을 벗고 마치고 나면 반드시 손을 씻는다.
제5장 '지켜야 할 작은 일들'에 나오는 말이다.
한 단장은 소남 윤동규의 사상과 학문을 계승발전 시키기 위하여 교재를 발간하여 소남 인성학교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향후 인천예절원(소남수련원)을 설립 운영, 인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인천을 빛낸 인물로 초등학교 교과서 수록, 소남 향토사 연구학교 지정 운영, 소남 인문도시 선정 신청 등 앞으로 소남학회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될 과제들에 대해서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