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전국으로 보급된 경서동 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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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전국으로 보급된 경서동 청자
  • 류소리 객원기자
  • 승인 2023.10.1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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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속으로]
(3) 경서동 녹청자
인천in이 인천시립박물관과 협력하여 본관 및 분관 소장 유물들을 탐사하고 독자·시민들에 소개합니다. 인천의 역사·문화를 대표하는 박물관 속 유물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떤 유래와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아보며 지역 역사문화의 소중함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녹청자(완성품)
녹청자 완성품 - 인천시립박물관

 

인천시 서구 도요지로37, 인천국제컨트리클럽 부지안에 들어가면 '인천 경서동 녹청자 요지'라는 팻말과 함께 고려시대 가마터를 찾을 수 있다.

경서동 가마터는 1965년~1966년 인천시립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 발굴하여 알려지게된 조질(粗質)청자 가마터다. 조질 청자란 고급 청자에 비해서 태토(胎土)와 만듦새가 양호하지 않은 청자를 말한다. 인천 서구 경서동 385번지 일대 완만한 경사의 구릉지대에 위치하며, 현재 국가 사적 211호로 지정되어 있다.

가마는 단실요(單室窯)로 두 차례에 걸쳐 개·보수되었다. 잔존 길이 7.3m, 아래 너비 1.06m, 윗 너비 1.2m가량이며 굴뚝부와 아궁이가 훼손된 상태다. 가마 안에 도자기를 적재할 때는 경사진 도짐이(도침 陶枕)을 이용하여 수평을 맞추었다. 출토된 청자는 유색이 녹갈색이나 황갈색을 띠고 있어 고(故) 최순우 선생에 의해서 '녹청자' 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경서동 가마는 고려 중기 12세기경에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생산된 청자는 작업 과정을 최소화하고 대량 생산하여 수도 개경 이외의 지방 수요자들에게 공급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점에서 경서동 가마터는 고려시대 폭넓게 확산된 청자의 생산, 소비 양상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경서동 가마터 출토 유물

인천시립박물관: 경서동 가마터 출토 유물
인천시립박물관: 경서동 가마터 출토 유물
녹청자박물관
녹청자박물관; 경서동 가마터 출토 유물

 

경서동 가마터에서는 소량의 흑유, 도기편과 함께 청자류가 출토되었다. 청자는 발(대접), 완, 접시류가 주종으로, 이곳에서는 대부분 음식이나 음료를 담기 위한 그릇들을 생산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밖에 자배기, 반구병, 항아리 등도 포함되어 있다. 대체로 만듦새가 그다지 정교하지 못하며 유색은 녹갈색이나 갈색을 띤다. 그릇은 내외면 4~5곳에 내화토(耐火土)를 받치고 포개 쌓아 구워냈다.

 

녹청자(綠靑磁)

녹청자는 녹황색을 띠는 유약이 고르게 녹아내리지 않아 표면이 울퉁불퉁한 것이 특징이다. 경서동 녹청자는 고려의 상류층을 위한 청자는 아니었으며, 주변의 민가나 작은 사찰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담기 위한 식생활 용기로 사용되었다.

도자기 하면 흔히 청자를 많이 떠올리는데 청자가 상류층을 위한 그릇이었다면 녹청자는 일상을 위한 모두의 그릇이었다. 의, 식, 주에서 먹고 마시는 음식들을 담아내었던 녹청자는 청자에 가려져 있었지만 일상의 삶을 살아내는 우리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고 있었다.

녹청자는 양질의 고급 청자에 비해 그릇 표면이 다소 거칠고 투박하게 보이지만, 독자적인 색을 보여줘 다른 도자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멋을 지니고 있다. 우리 도자기 역사에서도 중요한 맥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녹청자를 복원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있다.

인천 공예명장 1호 고상순 명장은 인천 서구 경서동의 녹청자 가마터를 기반으로 사라진 녹청자를 처음으로 재현에 성공했다. 또 계속해서 녹청자 재현에 이바지를 하고 있다.

인천 공예 명장 2호 김갑용 명장은 녹청자를 연구하여 복원에 기여했다. 현재까지도 녹청자의 제작과 연구를 하여 녹청자의 계승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인천에 ‘도연요(경서동 녹청자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녹다완’이라는 브랜드로 녹청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녹청자는 생활 자기로 실내에서 사용하는 그릇입니다. 녹청자는 자연 그대로의 흙을 사용하여 유 약재료가 황토, 재 등을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공이 생기게 되어 숨 쉬는 옹기입니다. 즉 내면의 아름다움이 있는 그릇이며 이는 다른 도자기와의 차별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갑용 명장

 

녹청자 제작 과정

녹청자 제작과정
녹청자 제작 과정

 

수비→ 반죽 → 성형 → 시문 → 시유 → 번조

① 수비

흙을 곱게 분쇄하여 물에다 풀고 불순물 제거를 위해 흙물을 체에 거른 후 가라앉은 앙금을 채취하여 그늘에 건조 시킨다.

② 반죽

건조된 흙에 적당한 물을 첨가하여 발과 손 또는 떡메를 이용하여 잘 반죽하면 흙이 부드럽게 되고 공기가 제거된다.

③ 성형

준비된 흙을 물레에 얹어놓고 발로 돌리면서 손으로 원하는 모양의 그릇을 빚는다.

④ 시문

그릇의 표면에 무늬를 넣는 단계이다. 경서동 녹청자는 무늬를 넣지 않은 것이 대부분 이지만 해남 진산리 출토 녹청자에서는 철화, 퇴화기법도 발견된다.

⑤ 시유

그릇에 유약을 입히는 과정이다. 시유를 하면 그릇의 세기가 강해질 뿐만 아니라 위생과 장식의 면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⑥ 번조

가마에서 불을 때서 그릇을 구워 완성시키는 단계이다. 경서동에서는 그릇의 바닥에 내화토를 받치고 포개쌓기로 구웠다.

 

기법

1) 철화기법

철화기법
녹청자박물관: 철화기법 녹청자

 

청자 위에 유약을 시유하기 전 초벌상태에서 산화철이 주성분인 철화안료를 사용하여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식기법이다. 철화안료는 소성전에 적갈생을 띄고 있으나 유약을 발라 구워내면 흑갈색으로 발색된다. 철화기법에서 많이 사용되는 문양으로는 국화문, 당초문, 모란문 등의 초화무늬가 대부분이다.

 

2) 음·양각기법

녹청자박물관: 음·양각기법 녹청자
녹청자박물관: 음·양각기법 녹청자

 

성형 후 건조한 상태에서 조각칼을 이용해 문양을 선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음각 기법이라 하며, 문양 주변을 깎아 면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기법을 양각기법이라고 한다. 특히 양각기법의 경우에는 도범(陶範)이라고 하는 문양틀을 이용해 문양을 찍어서 표현하는 압출양각 기법이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음각기법과 양각기법은 독립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함께 사용되기도 한다. 음·양각기법에서 많이 사용되는 문양으로는 연꽃무늬, 앵무무늬 등이 있다.

 

녹청자박물관

인천시립박물관에서 녹청자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면 인천 유일의 도자기 전문박물관인 녹청자 박물관 방문을 추천한다.

가마터 복원 모형과 철화기법, 음·양각기법으로 만들어진 녹청자를 만나 볼 수 있다.

녹청자박물관은 국가사적 제 211호로 지정된 인천 경서동 녹청자 요지에 대한 학술자료 제공과 이곳에서 출토된 녹청자에 대한 학술조사와 연구를 위해 2002년 10월 녹청자 도요지 사료관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개관 후 2010년 현재의 건물로 신축 이전 하고 ‘경성동녹청자도요지사료관’에서 ‘녹청자박물관’으로 명칭도 변경하였으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의거한 등록박물관의 요건을 갖추어 2012년 2월 1종 전문박물관으로 정식 등록되어 운영되고 있다.

녹청자박물관은 녹청자의 역사와 정체성을 밝힐 수 있는 유물 수집으로 더욱 전문화된 전시 콘텐츠를 제공하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사업 기획 등으로 복합 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체험으로는 일일 도자기 체험, 도예 정규 교육 과정이 있으니 참여하면 도자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녹청자박물관
녹청자박물관
녹청자 박물관 가마터 복원 모형
녹청자 박물관 가마터 복원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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