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반한 대구맑은탕, 겨울이 더 기다려 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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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반한 대구맑은탕, 겨울이 더 기다려 져요
  • 유영필
  • 승인 2023.10.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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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7) 주안동 '용인정' - 민어회와 대구맑은탕
미추홀구 주안동 옛 중앙극장 옆에 위치한 '용인정'
미추홀구 주안동 옛 중앙극장 옆에 위치한 '용인정'

 

푹푹 찌는여름이 오자 보양식이 생각났다. 여름 보양식의 대명사인 삼계탕은 필자가 먹지 못해 다른 음식을 생각하다 여름 대표 생선인 민어를 시식하기로했다.

몇년전 친구의 소개로 가본 적이 있었던 '용인정'으로 정했다. 민어 전문점은 아니었으나 탕맛이 일품인지라 장소를 정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3명의 좋은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할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식당으로 향하였다. 위치는 미추홀구 주안사거리 부근 옛 중앙극장 옆에 있었다. 외관은 정말 볼품 없었다. 70년대의 일반 가정집 분위기가 떠올랐다. 대문 아닌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최근의 현대식 식당과는 다른 옛날 정취를 느끼게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민어회 소자와 대구맑은탕 중자를 주문했다. 원래는 민어맑은탕으로 하려했으나 이집의 대표메뉴가 대구탕이라고해서 바꿨다.

잠시 후 민어회가 먼저 나왔다. 친구들에게 소주 한 잔씩 권하고 회를 맛보았다.

 

용인정 민어회
용인정 민어회

 

역시 민어의 찰진 맛은 명불허전이라할 만했다. 활어의 쫄깃함과 신선함의 느낌과는 다른 숙성된 민어의 맛은 입안에서 착착 감기는 맛 즉 칠진맛과 적당한 단맛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부레 또한 일품이었다. 기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그 고소함이 내눈을 지긋이 감게해 주었다. 씹으면 씹을 수록 입안에서 나오는 고소함은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민어회는 나의 10여년전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신포동에 있는 민어 횟집에서 나는 아버님하고 나의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났다. 다들 민어라는 매개체로 인해 세대간의 벽이 없어젔던 즐거운 기억이었다.(물론 술의 힘이컸었지만... ㅎㅎㅎ) 그 당시 70대 후반이셨던 아버님은 지금은 벌써 90이 코앞이신 연세가 되셨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

인간 세상에서 제일 빠른게 세월이란 말이 실감이 났다. 지금은 약주는 안하시지만 그래도 건강이 무난하신거 보면 평소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등 건강관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문득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물론 민어 전문점이 아니라서 그런가보다 이해는 됐지만 민어 껍질의 오독거리는 맛과 민어전의 부드러운 맛을 못본 것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민어(民魚)! 이름에서 보듯 이 생선은 국민생선이다. 허나 지금은 국민 누구나 먹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과거에는 강화도 앞바다에서도 민어를 잡아 올렸는데 지금은 전라도 앞바다에서만 나와 귀해졌다고 하니 그동안 인간이 자연을 너무 막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움이 느껴질 때 쯤 대구맑은탕이 나왔다.

 

대구맑은탕
대구맑은탕

 

대구라는 생선은 과거에는 동해, 남해에서만 잡혔었는데 요즘은 서해에서도 많이 잡힌다고 하니, 좋으면서도 자연 생태계가 안좋아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약간은 무거워졌다.

아주머니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야채부터 먹기 시작했다. 미나리의 향긋함과 곤이라고 불리는 대구 내장의 고소함이 섞여 입안에서 부드러움과 감칠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참을 끓이고 난뒤 드디어 국물 맛을 보게되었다.

그 국물의 맛은 대구맑은탕!!! 딱 그맛이었다. 대구의 뼈와 살에서 우러나오는 진국!! 시원함과 구수함을 넘어 내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탕속의 대구살을 수저로 떠서 입에 넣으니 엥? 깜짝 놀랬다. 굉장히 부드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약간은 퍽퍽한 느낌이 들어 약간은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는 마치 좋은 사골이 자기의 모든 영양분을 국으로 내보내는 이치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구라는 생선이 달리보였다.

수년전 생태탕을 먹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생태탕의 살맛은 아무리 끓여도 매끄럽고 부드러운 맛이었는데 대구탕의 살맛은 마치 영양분이 다빠져나간 그냥 생선살을 먹는구나하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탕의 국물과 비교했을 때 무언가 빠진 맛이었다. 약간의 서운함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탕의 국물 맛이 워낙 뛰어나서 약간의 서운함은 상쇄되고도 남았다.

그래서 그런지 같이 모인 친구들도 민어회보다 대구맑은탕에대해 말이 많은 것을 보니 이 집의 대표는 대구맑은탕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시는 아주머니의 상냥한 접대와 친절한 안내도 이집의 매력이라 할 수 있었다. 인심 또한 훌륭하여 밑반찬은 물론이고 탕의 국물이 없어질 때에는 아주머니께서 육수를 넣어주시는 것을 보고 마음이 넉넉해짐과 푸근해짐을 느꼈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이곳의 음식은 생태탕이든 대구맑은탕이든 뜨끈한 국물의 오묘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한겨울이 어울릴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운날에 와서 팔팔 끓는 국물을 한 수저 떠서 입으로 후후 불고 온갖 인상을 쓰면서 입에 넣고 “으~~~좋다!!!!” 하는 감탄사를 내밷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생선탕이 그리워질때면 아마도 나는 주안동 이집 용인정이 생각날 것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용인정 차림판
용인정 차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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