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인천시의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종료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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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인천시의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종료 계획
  • 전영우
  • 승인 2023.10.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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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영우 / 인천생각협동조합 이사장

 

인천시에서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폐지할 예정이라는 황당하고 당혹스러운 기사를 접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겠다는 발상이다. 인천시 문화관련 관계자들이 무슨 의도로 이런 발상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천아트플랫폼은 모두 인정하다시피 쇠락한 중구 구도심을 활성화시킨 일등 공신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이 들어서면서 중구 개항장 일대에 다양한 문화 시설들이 들어오고 특색 있는 카페와 음식점 등 상업 시설들이 들어서며 쇠락했던 구도심 일대가 활기를 찾고 젊은이들이 찾는 명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구도심의 이런 변화를 주도한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운영하고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수백 명의 작가들이 곧 인천의 홍보대사이며, 인천의 매력에 빠져 아예 인천에 정착한 작가들도 다수이다. 레지던시 출신 작가들이 구도심이 변화하고 발전하는데 있어서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데, 이를 폐지하겠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단순히 국내 작가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유명하여 해외 작가들의 참여 신청이 매우 높고 따라서 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경쟁을 뚫고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에 참여한 외국 작가들은 본국에 돌아가서 인천을 홍보하는 국제 홍보대사가 되고 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레지던시로 자리 잡은 소중한 프로그램을 별다른 공론화도 없이 느닷없이 폐지하겠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레지던시 프로그램 폐지를 보도한 2023년 10월 25일자 경인일보 기사를 보면 해당 프로그램의 폐지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인천아트플랫폼 운영개편(안)은 인천시가 구성한 '인천아트플랫폼 혁신 소위원회'가 제안했다. 인천아트플랫폼 혁신 소위원회에는 인천시 문화 관계 부서와 인천문화재단, 인천관광공사, 인천광역시영상위원회. 인천연구원 등에서 1명씩 모두 10여명이 참여했다. 문화체육관광과장 주재로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3차례 회의를 가졌고 개편안을 마련했다.

인천아트플랫폼 혁신 소위원회가 마련한 인천아트플랫폼 운영개편안 핵심은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기능을 없애는 것이다. 전문 예술가가 아닌 일반 시민을 위한 곳으로 바꿔보자는 취지라고 시는 설명한다."

개편안의 핵심이 레지던시 프로그램 폐지이고 전문 예술가가 아닌 일반 시민을 위한 곳으로 바꿔보자는 취지라는데, 일반 시민들이 누구이며 일반 시민들을 위한 장소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도 없이 그저 뜬구름 잡는 말이다.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여 동네 사생대회라도 개최하겠다는 것인가? 동네 주민들을 위한 잔치는 그저 동네잔치로 끝나고 만다. 전문 작가들이 참여하고 거주했기에 문화 활성화가 가능했던 것이고, 국내는 물론 국제적 홍보효과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전문예술가가 아닌 일반 시민을 위한 곳으로 바꿔보자는 발상을 하는 사람들은 과연 레지던시의 취지와 의미와 성과를 제대로 파악하고 제안을 한 것인지 묻고 싶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에 참여한 몇몇 친분 있는 국내외 작가들의 소셜미디어를 보며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인천 문화 발전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있는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렇게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는 보도를 접하니,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다. 인천의 문화발전을 위해서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대폭 늘려 운영해도 시원치 않을텐데,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인일보 기사에 의하면 레지던시 폐지는 '방향성만 마련해 놓고 아직 확정된 바는 아니'라는 인천시 문화관광 국장의 언급이 있었다고 하니, 확정하기 전에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천시에서 아트플랫폼 인근 모텔을 구입하여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 등 레지던시를 통한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부디 인천시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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