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그릇, 녹청자에 담긴 천년의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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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쉬는 그릇, 녹청자에 담긴 천년의 혼
  • 채이현 인턴기자
  • 승인 2023.11.02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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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 갤러리, 녹청자 명장 김갑용 도예가 작품 전시
전시 사진 (제공: 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
전시 사진 (제공: 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

 

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 갤러리 ‘나무’(연수구 동춘동)에서 녹청자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린다. 녹청자 명장 김갑용 도예가의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1일(수)부터 9일(목)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녹청자는 인천과 인연이 깊은 고려시대 유물이다. 인천 서구에 국가사적 211호인 경서녹청자도요지가 있기 때문이다. 녹청자도요지는 10~11세기에 걸쳐 그릇을 만들었던 곳으로, 여기서 만들어진 대접·접시·항아리 등은 대량생산 되어 서민들의 생활 용기로 사용됐다. 녹갈색 유약을 발라 특유의 빛을 내는데 대체로 문양이 없고, 표면이 거칠고 투박한 것이 특징이다.

5대에 걸쳐 흙을 빚는 집안에서 자랐다는 김갑용 도예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녹청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녹청자 파편을 모아 성분을 분석하고 쪼개고 깨서 구워보는 등 수천 번의 실험을 거쳐 녹청자의 원형을 상당 부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현재 인천에 ‘도연요(경서동 녹청자연구소)’를 운영하며 녹청자의 계승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녹청자를 사랑하는 김갑용 도예가가 생각하는 대표작은 2022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봉헌한 ‘녹청자 성작(성배)’다. 조선시대 말 천주교 박해를 피해 산 속에 숨어 살며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의 넋과 희생의 의미를 담고자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성지 생가 터의 흙을 사용했다고 한다. 한국 가톨릭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녹청자 성작’은 로마 바티칸에 영구 보전되었다.

귀족을 대표하는 청자와 달리, 녹청자는 서민들의 생활을 담은 도자기다. 자연 그대로의 재료들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공기구멍이 생긴 숨 쉬는 그릇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생명력을 지녔다. 인천의 문화재 녹청자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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