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ch Potato : 소파에 앉아 감자칩을 먹으며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게으른 사람
공간 '듬'의 프로젝트 짓거리[짇:꺼리]의 다섯 번째 전시 이름은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다. 김우중 작가(feat. 장의령 최바람 이철민 나누리)의 기획이다. 2일(목)부터 25일(토)까지 진행되며,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이다.
전시에 온 관람객은 수동적으로 작품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작품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즉, 카우치 포테이토가 되어야 한다.
관객은 한 사람씩 입장해 방의 오랜 주인처럼 행동하며 최대한 게으른 자세를 취하고 감자칩을 먹어야 한다. 그러는 동안 피처링으로 참여한 4명의 작가들의 잡념들이 흘러나오고, 소파 맞은편 벽에서는 잡념의 주체가 상징화된 영상이 재생된다. 타인의 잡념으로 표현한 가상의 머릿속은 어느 순간 운동성을 갖게 된다. 체험이 끝나면 이번엔 관객이 본인의 잡념을 적어 종이에 적어 “잡념박스”에 넣어놓고, “행동박스” 에서 한장의 문구를 뽑아 들고 퇴장한다.
"소파에 앉아서 감자칩을 먹어보자."가 주제인 것이다.
작가는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라는 말에서 게으름이 가진 관성, 그리고 순차적으로 심화하는 게으름의 특징에 대해 생각한다. '게으름'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는다. 그것을 극적으로 표현한 단어가 영어의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인 것이다.
작가는 스스로를 게으른 편이라고 하는데, 게으른 구간일 때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 때의 자신이 더 자신답다고 여긴다. 문제는 게으르기 때문에 실천과는 점점 멀어진다는 것이다. 자각은 커지는데 좀처럼 수행되는 일은 없으니 자기혐오만 쌓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더 치열하게 생각을 한다. 게으름의 구간이 길어질수록 기어가 걸리지 않은 엔진처럼 머리 속의 생각은 거침없이 빠르게 회전한다. 이런 순환을 겪다보면 생각과 결심을 요란하기만 한 하찮은 것으로 취급하게 된다.
그러나 작가는 결국 어떤 생각들은 에너지를 발생시키고야 만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침대에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생각 말이다.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라는 이름의 전시는 게으름을 피울 때에 등장하는 생각들, 그 생각 속에 파묻힌 사람, 그리고 그 생각이 멈추고 몸이 움직이는 시점을 관객이 직접 체험하고 떠올리게 한다. 모든 생각들이 부질없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짓거리[짇:꺼리] 프로젝트의 모든 전시는 '나누다' 라고 이름 붙여진 시간이 포함돼 있다. 관객이 참여하고 함께 소통하는 장이다.
이번 전시의 나누다(1)은 전시 초에 이루어진다. 관객들과 함께 소파에 파묻혀 지내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파를 벗어날 때 했던 생각이나 행동이 무엇이었는지 대화를 나눈다. 그것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후, 관객들이 뽑아갈 “행동박스”에 넣을 것이다.
전시 마지막 날에 진행되는 나누다(2)에서는 전시 기간 동안 모인 '잡념박스' 를 개봉한다. 본인의 잡념을 타인의 목소리를 통해 듣고, 나의 목소리를 통해 타인의 잡념들을 낭독해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공간 '듬'은 미추홀구 신기촌에 위치한 비영리 복합문화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