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정상과 비정상 사이를 오가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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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정상과 비정상 사이를 오가며 산다
  • 윤세민
  • 승인 2023.11.22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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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민의 영화산책] (12)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윤세민 /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시인, 평론가, 예술감독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상과 비정상 사이를 오가며 사는 우리 모두에게 자신과 타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상과 비정상 사이를 오가며 사는 우리 모두에게 자신과 타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온갖 자극적인 소재와 비현실적인 장르 드라마가 판치는 요즘 영상 환경 속에서 동화적이면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누군가는 정신병동을 다룬 의학 드라마로 찬찬히 들여다보는가 하면, 누군가는 아기자기하고 애틋한 로맨스에 설렘을 느끼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내 이야기 혹은 내 주변의 이야기로 깊이 이입하고 공감하게 된다.

 

아침을 선사하는 의학 드라마요 힐링 드라마

이라하 작가의 동명의 네이버 웹툰 시리즈를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화 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병동을 소재로 삼은 의학 드라마요 힐링 드라마다.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정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글로벌 화제작이었던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했던 이재규 감독의 신작으로 박보영,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 이상희, 노재원, 이이담, 장률, 전배수 등이 출연해 따뜻한 체온을 전한다.

‘정신병동’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 사람들만의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였다. 실제로 정신병 환자를 간호하던 주인공 다은마저 끝내는 우울증으로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되고, 오히려 정신병 환자들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치유 과정을 거친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는 것처럼, 마음(정신)이 아프면 당연히 치료해야 함에도 사회적 편견이나 관습으로 인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이 드라마가 작은 위안과 용기, 그리고 배려로 다가온다. 이 드라마에 한없이 스며들며 함께 웃고 울다 보면 어느덧 우리 정신 건강에도 아침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은 이유다.

 

누구나 마음의 병을 가지고 살아간다

총 12화로 구성된 시리즈는 어느 하나 지나칠 수 없다. 매화 다른 정신 장애를 앓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공황, 우울증, 망상, 조현병, 양극성장애(조울증), 자해, 가성치매 등 익숙하기도 낯설기도 한 장애들이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기혐오와 불안증세를 겪는 환자, 가족의 죽음으로 죄책감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자살생존자 등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보호자와 치료하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통해 다층적으로 정신병을 다룬다.

주인공인 다은에게 ‘우울증’이 온 것은 아마도 가장 흔한 정신병 중 하나인 우울증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사소한 것으로 치부돼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안내서’다.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옆에 있는 주변인들에게도, 무심코 내 마음을 돌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정신병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럽고도 일상적인 병’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우울하거나 불안감에 숨이 안 쉬어질 때, 당황에서 끝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거나 해야 할 일을 알려준다.

환자의 주변인들에겐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전한다. 우울해하는 다은을 억지로 즐겁게 해주려 애쓰는 송유찬(장동윤 분)에게 과외선생님이자 정신과 의사인 황여환(장률 분)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현관에 나가 운동화를 신을 기운이 없어. 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사람에게 숟가락을 들라고 하면 폭력이겠지?”라고 말해준다. 진정으로 건네는 “괜찮다”는 말 한마디는 실제로 많은 걸 괜찮게 할 것이다.

누구나 마음의 병을 가지고 살아간다. 정신병은 늘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병이다. 그 병을 어떻게 마주하고, 대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그래서 이 사실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해 알려준 이 드라마가 반갑고 신선하다.

 

애써 공 들인 연기, 촬영, 편집

이재규 감독은 각 에피소드마다 누구나 하나쯤은 있을 법한 마음속의 병을 다루면서도 ‘괜찮아. 그럴 수 있어’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소근거려준다. 정신병동 환자들의 사연을 자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도파민을 터뜨리는 대신 시청자의 마음속 공감대를 서서히 확장해준다. 슬쩍슬쩍 흘리는 러브라인도 과하진 않다. 그동안 K-의학드라마가 자주 범하는 오류, ‘기승전-멜로’로 끝나지 않게 ‘다은’과 ‘고윤’(연우진), ‘유찬’(장동윤)의 삼각관계를 산뜻하게 다룬다.

박보영은 평범한 줄로만 알았던 간호사 ‘정다은’의 이면을 세심하게 표현해낸다. 이 덕분에 8화 이후 ‘정다은’이 더욱 빛이 난다. 보는 이도 ‘정다은’의 트라우마와 성장을 지켜보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잠자고 있던 자아를 토닥거리게 된다. 여기에는 주인공인 박보영 배우가 지닌 특유의 사랑스럽고 건강한 에너지, 그리고 나름의 강단 있는 면모가 크게 한몫한다.

그리고 망상 환자인 ‘서완’을 생생하게 연기한 노재완을 위시해 여러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십분 소화해 냈다. 그밖에도 공을 들인 촬영과 편집을 통해 바닥에 깊이 파묻혀 버리는 우울증 증상이나 공황이 엄습하는 순간, 물이 찰랑찰랑 차올라 숨을 쉴 수 없게 되는 모습, 평소 깜박이는 위기의 노란 불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기를 방치한 워킹맘과 직장인, 게임 속으로 피신한 공시생, 칭찬일기와 자서전 쓰기 등 병증을 디테일하게 묘사했고, 사실적인 에피소드로 현실감을 더했다. 특히 안개 가득한 아침 출근길과 석양 노을 지는 저녁 퇴근길, 다은-고윤-유찬이 종종 함께 걷는 자그마한 천변까지 다은의 집과 주변 풍경은 불안하고 우울하고 아픔이 가득한 현실을 동화 같이 덧칠해 주었다.

 

우리 모두는 정상과 비정상 사이를 오가며 산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아침’이라는 장치가 갖는 의미는 중요하다. 정신병 환자에게 위험 도구로 쓰일 수 있어 커튼을 없앤 정신병동은 ‘다른 병동보다 아침이 제일 빨리 찾아오는 곳’이다. 아침이 제일 먼저 오는 정신병동에서, 우리는 스스로 마주할 용기를 찾는다. 아직 혼자서만 병을 안고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드라마는 말한다. “편견과 낙인이라는 얼룩도, 언제 어디서 생긴 지 모를 크고 작은 얼룩도, 흉터에 가려져 얼룩인지도 몰랐던 얼룩도, 내가 스스로 엎지른 물 때문에 생겨버린 얼룩도, 모두 깨끗이 씻어내고 털어버리자! 언젠가 올 깨끗한 아침을 기다리며.”

“우린 모두 낮과 밤을 오가며 산다. 그렇듯, 우리 모두는 정상과 비정상 경계에 있는 경계인들이다.” 이 드라마 마지막 화(12화)의 엔딩 장면에 나오는 내레이션 대사이다. 결국, 우리 모두는 정상과 비정상 사이를 오가며 산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위로해주며, 타인을 그릇된 시선이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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