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인천인가요’ 연재를 마치며
첫 연재 때 소개한 ‘브로콜리너마저’의 <보편적인 노래>가 생각납니다. 처음 이 연재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가요’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했고, “너무나 평범해서 더 뻔한 노래”, <보편적인 노래>가 시작하기에 가장 알맞은 음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한 달에 한 곡을 선정하며 곡에 맞는 주제로 써보기로 하고, 첫 연재 글 제목은 “보편적인 특별함을 부르는 사랑 노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보편적인 특별함’이라는 표현이 ‘가요’라는 개념과 공유하는 역설적이고 모호한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곡은 ‘한국 음악’, 그리고 ‘대중음악’에 한정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준 자체도 당연히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만, 주관적 판단하에 그때그때 선곡하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요란 무엇일까라는 막연한 질문 아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이유로 떠올린 스물여덟 곡을 소개하게 된 것입니다. ‘인천인가요’라는 기획을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해 둔 몇몇 곡과 주제를 보따리 풀듯 풀기도 했고, 계절에 따라, 상황에 따라 알맞은 주제를 먼저 떠올리고 선곡할 때도 있었습니다.
특히나 공적인 자리에 글을 연재하다 보면 언급할 책임을 느끼는 이슈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럴 땐 음악을 글의 배경음악으로 병풍 세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함께 생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부분에서 가요의 속성을 고민하는 과정이 의미 있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는 걸 얘기하고 싶습니다. ‘가요’는 널리 향유되는 음악이고,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문화의 속성에 따라 가요의 개념 또한 유동적입니다.
사실 ‘인천인가요’의 연재를 준비하는 일은 시간을 거슬러 한국 대중문화의 상징적 순간들을 기행 하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사회의 문화적 흐름을 반영하는 가요라는 카테고리에 제한을 둔 탓에, 자연스레 한국 사회 문화의 단면들을 들여다보게 됐던 것입니다. 가요를 선곡한다는 건 특정 시기의, 특정 사회 문화 현상의 단면을 다시 불러오는 일이었고, 그것이 현재의 사회적 이슈와 함께 환기될 때 드러나는 ‘가요’의 속성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것 같지만 반복되고, 같은 것 같지만 고유한, ‘보편적인 특별함’이 그것입니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곡들을 쭉 둘러봅니다. 최대한 보편적으로 공감할만한 리스트가 되길 바랐으나, 어쩔 수 없이 개인이 겪은 문화적 경험과 주관이 많이 묻어납니다. 가요라는 주제를 사유할 때 중요한 건, 가요 일반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 보다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로서 역사와 문화의 특별한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고 음악으로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확장하는 도시의 욕망은 끝이 없고, 살아있는 동안 누군가의 죽음이 익숙해질 것 같진 않습니다. 장애인이동권에 대한 적대적 인식은 여전하며, 원주 아카데미 극장은 결국 허물어졌습니다. 하지만 어디선가는 예술의 숭고함이 빛나고, 음악으로 하나 되는 사람들의 모습,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계속됩니다.
그동안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사회를 살아가는 주체로서 ‘가요’라는 주제로 함께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이 떠올리는 ‘가요’의 모습은 어떤 모양인가요. 새해에도 음악과 함께 각자의 ‘보편적인 특별함’이 빛나는 한 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