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책 출간, 작심이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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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책 출간, 작심이 절반
  • 위원석
  • 승인 2024.01.1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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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따라하기]
(2) 무엇을 쓸까? - 위원석/ 딸기책방 대표

 

인디펍 화면 캡처: 인디펍은 독립출판물을 유통하는 플랫폼이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면 어떤 책들이 어떤 모양으로 독립출판되어 있는지 살펴 볼 수 있다.
인디펍 화면 캡처: 인디펍은 독립출판물을 유통하는 플랫폼이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면 어떤 책들이 어떤 모양으로 독립출판되어 있는지 살펴 볼 수 있다.

 

책이 없지 이야기가 없나

또래들을 만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머니들이 푸념하며 들어놓던 관용구들이 집집마다 너무 똑같아 신기하고 재밌기도 하다.

‘내가 이 집안에 시집와서…’로 시작한 어머니 푸념은 ‘이날 이때까지…’를 지나 ‘고생하고 속 썩은 걸 책으로 쓰면…’ 세 권이 나온다고도 하시고, 열 권이 나온다고도 하셨다. 식민지와 전쟁까지 겪은 세대, 그 후로도 줄곧 퍽퍽했던 시절, 쪼들리는 살림에, 자식들 걱정, 시집 식구들 극성에, 마음 몰라주는 남편까지… 그 사연과 감회를 다 글로 적어 책으로 묶는다면 정말 책 한 권쯤은 뚝딱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 다만 대다수 어머니가 자기 경험을 차분하게 글로 정리할 만큼 녹녹한 삶을 살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까지 책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 특별한 사연을 담아내야 출간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날 이때까지’ 살아온 날들에 대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된 사례는 드물고, 그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책은 세상 어머니들의 가슴속에만 머물다 사라졌다.

다행히 세상이 바뀌었다. 편집이나 인쇄와 관련된 기술이 발전하면서 출판의 문턱이 낮아졌고, 누구라도 적당한 노력과 준비로 자신의 책을 출간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만 해 보아도 책을 편집하고 인쇄하고 제본해 줄 수 있는 업체들을 쉽게 검색할 수 있고, 수천 부씩 제작해야 했던 것과 달리 소량으로 인쇄하고 소량으로 제본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러니, 이전처럼 내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의 높은 문턱을 통과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기존 출판사의 시스템이나 기존 출판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각자의 형편과 준비에 맞게 책을 만들고 유통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이제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나에게 다른 사람과 나눌 이야기가 있는지, 내게 그 이야기를 글자로 쓰고, 책으로 남길 의지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꾼으로 태어난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 암각화가 있다. 이 반구대에는 가로 10미터 세로 5미터 정도의 거대한 크기의 그림 세상이 열려 있다. 누가 어떤 이유로 바위 위에 그림을 새겼을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 천 년 세월 동안 여러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바위를 쪼아 그림을 남겼을 것이라 한다. 고래 사냥이나 가축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며 그렸을 수도, 조각배에 몸을 맡기고 고래 사냥을 떠나는 사냥꾼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그려졌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고래의 종류나 특성을 알려 주기 위한 교육 자료, 혹은 근심 걱정 없이 풍요로웠던 한때의 영광을 추억하기 위한 것일지 모르겠다. 바위 위에 그림을 새긴 이유가 무엇이든, 이 모든 것은 이야기다. 인간은 어떻게든 이야기를 만들고, 만든 이야기를 남긴다. 글씨가 없다면 그림으로든 말로든 자신의 이야기를 남긴다. 숨을 들이마시면 곧 내쉬어야 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소통을 통해 그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어떠한 형태로든 남기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본능에 가깝다.

그러니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구에게든 책 몇 권쯤 묶어낼 만큼의 이야기가 있다. 어렴풋한 내 마음속 이야기 중 쓰고자 하는 이야기 하나를 찾아냈다면 그 생각을 이정표로 세워놓자. 나의 첫 책은 이곳에서 시작하자.

 

내 책의 독자는 누구인가?

무엇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인지 정했다면, 그다음은 내 책의 독자를 상상해 보는 것이 좋다. 내가 만들 책의 독자가 어린이인지 청소년인지 혹은 청년인지 노년인지에 따라 내 이야기의 결과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독자가 누군지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나, 문장의 표현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기에 내 책의 독자를 정해 두면 글을 쓸 때 좀 더 명확하고 자신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다.

간혹 더 많은 사람이 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대상 독자를 두루뭉술하게 두는 경우를 보기도 하는데, 독자가 명확하지 않은 글은 누가 읽어도 그저 두루뭉술한 글이 될 뿐이다. 많은 독자를 원할수록 핵심 독자를 분명하게 상상하는 것이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낼 가능성이 크다.

독자를 상상해 보라는 권유가 번거롭다면, 내가 이 책을 어떤 이유에서 쓰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먼 훗날, 나 자신이 지금의 시절을 추억하기 위한 것이라면 핵심 독자는 나 자신이 된다. 자신과 같은 세대의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이라면 구체적으로 내 친구 누구누구를 생각하면 된다. 청소년을 위한 내용이라면 이웃집 고등학교 1학년 누구누구를 생각하면 된다.

글을 쓸 내용이 세워지고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려줄지가 정해졌다면 내 책 만들기 프로젝트의 여정이 시작된 셈이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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