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의 연출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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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의 연출자가 되자
  • 위원석
  • 승인 2024.02.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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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따라 하기]
(6) 반짝반짝 빛내기 – 위원석 / 딸기책방 대표
2018년 텀블벅 클라우드 펀딩으로 출간된 백세희 작가의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같은 해 최고의 화제를 모은 책이었다. 글의 내용과 형식뿐 아니라, 제목, 디자인, 문안들까지 젊은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2018년 텀블벅 클라우드 펀딩으로 출간된 백세희 작가의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같은 해 최고의 화제를 모은 책이었다. 글의 내용과 형식뿐 아니라, 제목, 디자인, 문안들까지 젊은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말할 것도 없이 내용이 최고

세상이 변하면서 식당의 성공 비결도 다양해졌다. 공중파에 방영된 후 손님이 줄지어 대기하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식당의 콘셉이나 음식 디자인이 흥미로워 SNS를 통해 손님을 끌어모으는 식당도 있고, 인테리어나 창문에서 보이는 ‘뷰’가 멋져 빈자리를 찾기 어려운 식당도 있다. 하지만, 식당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맛에 대한 평가가 기본이다. 아무리 멋지고 재밌는 식당이라 해도 맛이 모자란 식당은 반짝 힙플레이스로 주목받다가 얼마 안 있어 간판을 바꾸어 다는 경우가 허다하다.

책 또한 마찬가지다. ‘제목이 절반이다.’, ‘디자인이 중요하다’, ‘용지 선택도 잘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어디 그뿐인가 책 한 권을 잘 만들기 위해 선택해야 할 결정 사항은 수십 가지다. 한 가지 한 가지가 중요하지 않은 결정이 없다. 하지만 음식점이 결국은 맛으로 평가받듯이 책은 결국 내용으로 평가받고, 독자에게 선택받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독자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소개되고 설득력 있게 전달될 것인가는 내 책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이왕 출판할 내용이라면 반짝반짝 빛을 내보자.

 

결국은 말하고 듣는 일

책이라는 물건이 소통을 위한 것이라면, 말하는 사람의 의지와 듣는 사람의 의지가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좋은 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자신이 책을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표현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독자가 귀를 열어줘야 내 메시지가 들릴 수 있을 테니. 독자에게 내가 원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고 독자가 원하는 내용을 말하자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기획 의도다. 기획 의도야말로 내가 이 책을 통해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것, 이 책의 시작, 이 책의 알맹이기 때문에 집필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책을 출간하기까지 전 과정은 이 메시지에 방향을 맞추어 진행하는 것이 옳다.

다만, 이 책이 혼자만의 기록 또는 독백이 아니라면 기획 의도는 독자를 위해 번역되거나 전환되어야 한다. 흥미로운 제목을 고민하고, 매력적인 디자인을 모색하고, 단단하게 책을 만들고, 더 알리기 위해 애쓰는 과정 등은 모두 나의 기획 의도와 독자가 잘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누군가 자신이 정신과 의사와 상담한 내용을 책으로 만들면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가정하자. 똑같은 의도에도 백 사람이면 백 가지 제목이 나올 것이다. ‘나의 우울증 상담 일지’, ‘당신도 편안해질 수 있다’, ‘기분 부전 장애 극복기’…. 그럴 때 누군가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을 자신이 쓴 책의 표지 위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애초 독립출판물로 만들어진 백세희 작가의 동명의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출간된 해 큰 화제를 모으며 당당히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역설적인 이 제목은 작가의 불안정한 기분 상태를 절묘하게 표현하기도 했지만, 비슷한 우울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과 이 책의 주요 독자가 된 20대 여성들의 눈길을 끌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제목뿐 아니라 표지 디자인, 감각적인 표지 문안들과 차례까지, 이 책의 독자가 누구이며, 작가가 누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느껴진다.

 

내 책이 특별해야 하는 이유

출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출간되는 책의 종수는 72,000권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는 그 이상의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성인 중 1년에 책을 한 권이라도 읽는 사람은 두 명 중 한 명 정도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쓰고 만든 책을 누군가 선택해서 읽는다는 것은 보통 인연이 아니다.

귀한 인연의 독자에게도 감사해야 하지만, 내 책 또한 무엇이든 매력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하자. 내 책을 내 책답게 하는 매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용적인 매력 외에 줄 수 있는 내 책만의 매력은 없을지 모색해 보자. 차별적인 장정이나 디자인이나 눈길이 가는 굿즈를 개발하는 것도 좋겠고, 가성비를 좋게 제작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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