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도움이 필요해" "너는 어떤 도움이 필요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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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도움이 필요해" "너는 어떤 도움이 필요하니?"
  • 고진이
  • 승인 2024.11.0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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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교육 현장에 심은 예술의 씨]
(2) 누구나 ㅇㅇ이 필요해 – 고진이 / 시각예술인
지난 4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부평여고의 특수학급하고 [누구나 ㅇㅇ이 필요해] 프로젝트를 6개월에 걸쳐 실시했습니다. 여기에 5명의 예술가들이 함께 했습니다. 인천in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벌어졌던 일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부평여고 등굣길 전경(2024년 10월 30일)
부평여고 등굣길 전경(2024년 10월 30일)

 

해가 길어진 여름, 5인의 예술인들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았습니다. 부평여고 도움반(특수학급) 학생들이 예술로 표현하려 했던 주제는 장애와 비장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예민한 주제인 만큼, 아이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깊이는 생각보다 더 깊었습니다. 남아있는 시간이 길지 않은 상황에서, 예술로 장애와 비장애 사이의 벽을 허무는 활동을 실질적으로 계획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고진이(미술): 방학 전 학생들과 함께 한 회의에서 ‘도움반’이라는 명칭처럼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은 학교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겉돌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 명칭이 애석하게 느껴졌어요. 이에 7명의 학생들과 예술인들 만의 또 다른 팀 이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어 팀명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투표를 통해 ‘유니크랜드’라는 팀명을 정하고 방학을 맞이했습니다. 현재 팀 이름 외에는 정해진 바가 없네요.

 

도움반 학생들과 예술인들의 회의 장면
도움반 학생들과 예술인들의 회의 장면

 

김재우(연극/음악): 누구나 다르지 않은 점이 있다는 것을 도움반과 원반(통합 학급) 학생들이 함께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요? 도움반뿐 아니라 원반 학생들에게도 ‘누구나 도움이 필요해’는 메세지를 전하는 활동을 하는 거죠. 학생들에게 ‘너는 어떤 도움이 필요하니?’라는 질문을 던지고 돌아온 그 답에 도움반 친구들이 답으로 도움을 주면 어떨까 싶어요.

이성준(사진): 좋은 생각이에요. 결핍이나 도움이라는 말을 직접 쓰기보다 ‘누구나 ㅇㅇ이 필요해’와 같이 그 부분을 비워두면 좋겠어요. 그런데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 같아요. 누구나 보이지 않는 도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나와 같은 부분을 찾아야 공감할 수 있어요. 누구나 그러하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어떤 캐릭터나 인물의 예를 들어 그들 역시 어떤 결핍(도움)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하면 어떨까 싶어요. 우리 예술인들이 직접 예시를 보여주는 것도 좋겠네요.

김영균(음악): 그러게요. 도움반 학생들은 우리 예술인들에게서 좋은 모습을 보고 있을 테니, 우리 각자도 보이지 않는 결핍 혹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면 ‘누구나 ㅇㅇ이 필요해’란 주제 공감을 이끌어내기 좋을 것 같아요.

또한, 원반 친구들에게 주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다루며 생각하게 하는 것 자체가 결과물일 수도 있어요. 어떤 생각을 하게 하는 질문을 만드는 것 자체가 저희 프로젝트일지 몰라요.

어렵지 않게 다가서고 학생들에게 직접 그 질문을 건네보는 방법은 없을까요?

 

누구나 ㅇㅇ이 필요해’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예술인들
누구나 ㅇㅇ이 필요해’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예술인들

 

나지은(특수교사): 원반 친구들과 만나는 방법은 교내에서 협력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ㅇㅇ이 필요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유니크랜드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다름(고유성)’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누구나’에 본인도 포함할 수 있을 테니 프로젝트에 다가가기 위한 세부적인 단계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김태진(미술): 그래서 학생들과 공감 주제 토론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아요. 유니크랜드 친구들의 생각을 듣고 공유해야 합니다. 도움의 정의와 개인의 경험을 나누며, 각자의 결핍을 이해하고 사회 문제로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접점을 찾아 공통된 이해를 만들어가려면, 유니크랜드 친구들로부터 틀을 깨겠다는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유니크랜드’팀 명만 정해져 있어 팀의 고유성을 생각해보고 찾아가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고진이(미술): ‘유니크랜드’는 이름처럼 아이들만의 가상의 나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나라의 국기나 국가, 지도, 그리고 아이들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법을 만들어보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러면서 그 나라에 살고 있는 각 개인의 강점과 약점을 다각도로 생각해보고, SNS형식으로 만들어 시각화해보면 ‘누구나 ㅇㅇ이 필요해’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로 진행된 예술교육 장면.
프로젝트로 진행된 예술교육 장면.

 

2학기가 시작되며 도움반 친구들만의 고유성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진 뒤, 원반 친구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고 학생들에게 예고했습니다.

앞서 회의에서 다루었듯 어떤 질문을 부평여고 원반 친구들에게 건넬지가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는 대답을 돌려받기 위해 무슨 질문을 건넬지 9월 예술인 회의에서 또다시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 힘들거나 혼자 있다고 느낄 때 누군가에게 ‘받고 싶은 질문이 뭐야?’라는 질문을 건네기로 했습니다. 질문을 질문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학생들 마음속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답으로 돌아오길 바랬습니다.

9월 마지막 주에 1학년 3학급 학생들과 예술인들의 만남이 예정되며 ‘누구나 ㅇㅇ이 필요해’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윤곽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종착지인 ‘등굣길’에 어떻게 다다르게 되었는지 다음 편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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