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판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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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판에서 살아남기
  • 김영수
  • 승인 2012.11.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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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김영수 / 인천YMCA 갈산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안철수 후보가 제시한 복지재정 확충방안에 김무성 새누리당 선거총괄대책본부장은 “안 후보는 복지 재원 확충에 대해 ‘능력대로 내고 필요한 만큼 쓴다’는 말을 저서에서 언급했는데 이는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사회를 주창하면서 쓴 슬로건”이라고 주장했다. 협동조합운동과 조세 형평성, 국가의 공공적 책임과 관련해 기본 상식이 된 이야기가 마르크스의 슬로건으로 규정되고 안후보는 졸지에 소위 ‘좌빨’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논쟁은 어떻게 흘러갈까?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도 있고, 좌파가 아님을 방어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은 차분한 설명은 다루지 않고 방어적 태도는 의심을 받는다. 고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논쟁은 진행된다.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언론에서는 ‘실패한 정권의 실세’와 ‘유신독재의 잔재’의 대결로 논쟁을 귀결시키고 있다. 이건 싸움이다. 상대방은 용납할 수 없는 ‘척결대상’이다. 피가 튀고, 유배와 사형이 반복되지 않아 다행이지만 사생결단의 살기는 전사회적으로 퍼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충분한 살기와 안전한 좌석이 보장된 흥미진진한 싸움의 관전자가 될 것인가?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의 모임에서 우리는 세 가지 주제를 주의해야 한다. 종교, 프로야구, 정치가 그것이다. 이 주제에 대해 확고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아예 주제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 공감과 이해가 파고들 틈도 없는 고집과 점점 도를 더하는 육두문자로 오래된 관계에 금이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우리는 연예인의 사생활에 집착하고 버릇없는 아이들을 함께 성토하는 것으로 모임의 평화를 찾는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면, 사석에서 단어 조차 조심스레 사용해야하는 싸움의 한 복판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심하게 아프거나, 직장에서 잘리거나, 늙거나, 가족을 잃을 때 위기가 시작된다. 돈이 없거나, 마음이 아프거나 갈등이 심해지거나 한 가지 문제가 다른 문제를 연쇄적으로 발생시키며 위기를 심화시킨다. 복지서비스 대상자의 대부분이 이러한 위기의 순간 넘어서지 못한 분들이다. 삶의 위기, 가족의 위기가 지척에 있는 시대에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문득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을 깬다. 힘겹고 애달프던 시절에도 자식교육에 전력을 다한 민족이었지만 이제는 교육조차 부익부 빈익빈의 과정에 들어섰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에 넘쳐나는 오락거리에도 우리 삶은 우울하다.

이러한 때이기에 우리의 삶을 안전장치를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납득되고 공평하다면, 나의 삶의 안전이 마련된다면 세금을 더 부담할 있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도 넓어지고 있다. 복지제도가 앞선 나라들의 경험은 우리로 하여금 함께 노력하고 합의한다면 소망을 현실에서 조금씩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더한다. 모든 후보가 복지정책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살기어린 싸움의 기세가 공론을 집어 삼키고 있다.

현실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구체적 소망들이 실현 가능한 이야기들로 모아지는 시민사회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온라인 상에서든, 현실 공간에서는 개방적이며 점차적으로 공감을 마련하는 지속성이 보장된 논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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