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예산 파행' 속 3월 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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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예산 파행' 속 3월 개교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1.12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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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구 당초 지원 약속 외면... 교육계, 이재호 구청장 “생각 짧다”

 
국내 두 번째 과학예술영재학교인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시교육청과 지자체 간 운영 예산을 분담키로 했으나, 연수구가 청장이 바뀌면서 당초 약속된 분담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결국 파행 속에 오는 3월 개교하기로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일부 합격자들이 입학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나오며 연수구를 향한 교육계의 지탄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인천시교육청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예산 일부를 확보하지 못한 채 오는 3월 개교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교는 당초 총 29억 8,000만 원의 운영비를 확보해 개교할 예정이었다. 시교육청이 절반에 해당하는 약 15억 원, 그리고 인천시와 연수구가 이 절반을 다시 나눈 7억 4천여만 원을 절반씩 부담하는 것으로 협약했던 바가 있었기 때문.
 
그러나 연수구가 이를 분담하지 않겠다고 나서 학교 운영에 제동을 걸었다.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지난해 기자회견을 통해 “전임 구청장이 체결한 협약인 데다, 기초단체에서 영재학교에 운영비를 준 사례가 없는 만큼, 지역 학생에 대한 안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분담금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 청장의 태도는, ‘전임 구청장의 약속’인 만큼 자신은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도 책임이 없고, 이 학교가 연수구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며 소위 ‘정치적인 이유’로 어깃장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교 운영에 파행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불안을 느낀 일부 합격자가 입학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 학교의 최초 입학예정자는 당초 78명이었으나, 연수구가 입장을 바꾸자 이에 불안감을 느낀 일부 합격예정자들이 입학을 포기했다는 것.
 
이에 시교육청이 후순위자들을 추가 합격시키는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재 신입생은 77명으로 결정돼 있는 상황이다.
 
교육계는 이러한 이 청장의 행정 태도에 즉각 비난을 제기했다. 구청장이 바뀌면 ‘말바꾸기’가 이어지는 행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학교에 입학 예정인 한 학생의 학부모는 “구청장이 바뀐다고 약속된 예산을 안 주겠다는 건 학부모들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저버리는 것”이라면서 “구가 했던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 관계자는 한 관계자는 “연수구에서 영재학교가 운영되면 결국 연수구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끔 돼 있고 영재학교 인근의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재호 구청장이 생각이 많이 짧은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구청장의 이러한 태도는 결국 연수구와 시교육청의 ‘감정싸움’으로까지 이어져 시의회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연수구가 예산지원을 거부하면서 이 과정에서 박융수 시교육청 부교육감과 이재호 구청장의 문자 내용이 공개됐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었던 것.
 
당시 공개된 문자 내용은 “시의원 시절 못 만난 게 원통하다”, “전화는 왜 피하냐”, “(예산 지원 문제로) 한 숨도 못 잤는데 떳떳하면 토론회에 나와라”,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하겠다”, “선출직에게 감히 명령하고 협박하는 거냐” 등의 표현이 오고 갔다. 정책과 행정을 두고 감정싸움까지 벌였던 것. 이러한 문자메시지가 연수구의 예산지원 거부 이후 공개된 것이었음에도, 일각에서는 “어른들 싸움에 애들이 피해본다”는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반면 시교육청이 전면에 나서서 모자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기는 하다. 지난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단위 과학예술영재학교를 공모할 당시, 인천시교육청이 가장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인천 외에 세종시가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밝히며 결국 지난해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를 개교한 바 있고, 세종과 인천을 제외하면 대전이나 경남 등의 시도교육청이 공모를 했음에도 더 적극적이었던 인천을 최종적으로 선정한 것이라는 논리도 일부 있다.
 
이러한 정황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과학예술영재학교 설립은 지역 인재들이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상황을 막고, 인천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관련 지자체들의 예산지원이 약속된 만큼, 향후 추가경정예산 등의 절차를 통해 운영비 분담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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