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떠넘긴 정부... 인천도 보육대란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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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떠넘긴 정부... 인천도 보육대란 현실화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1.20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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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연합회, 교육청에 책임 묻자 일각서 “정부 책임 더 크다” 반발



결국 인천서도 우려하던 ‘보육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사업’이라고 규정했던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면서 일선 어린이집 교사들의 수당 일부가 결국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등 파국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인천도 예외가 아니어서 결국 수백 명의 관내 어린이집 원장들이 인천시청에 항의 방문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인천시어린이집연합회(이하 연합회)는 20일 인천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교육청과 정부는 어린이집 영유아의 보육 및 교육의 권리를 볼모로 하는 정치적 힘겨루기를 즉시 중단하고,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기자회견이 열린 인천시청 내 기자회견실 앞에서 수백 명의 어린이집 원장 등 관계자들이 모이기도 했다.
 
이들의 기자회견 배경은 지난해 말 인천시의회가 시교육청에 의해 유치원에만 편성된 1년치 누리과정 예산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각각 6개월로 나눠 배치한 것을 이청연 시교육감의 부동의 및 재의 신청으로 인해 이를 집행할 수 없게 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이로 인해 25일 급여일 기준으로 이달부터 본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게 평균 30만 원 정도의 수당이 덜 나오게 되고, 어린이집에 분산 지원되는 운영비 등이 지원되지 않으면서 당장 3월부터는 어린이집 원아들의 부모들이 이를 부담해야 할 판으로까지 가고 있는 상황.
 
연합회 관계자는 “국고든 교육재정교부금이든 모든 세금의 주인은 국민이고, 그중 가장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영유아라는 점을 전제하면 어린이집 재원 3~5세 유아에 대한 누리과정 예산은 당연히, 그리고 반드시 편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연합회의 기자회견은 정부보다는 시교육청을 집중 겨냥한 측면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표준보육과정과 유치원 교육과정을 일원화해 국가가 관리하는 양질의 보육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으로, 아이들은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시도교육감이 어린이집 지원 비용은 복지부 산하 시도 책임인 만큼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은 교육청의 집단 이기주의”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시교육청의 부동의 및 재의신청으로 2,300여 어린이집의 3만 3,000여 명의 유아들과 2,400명 정도의 보육교사들이 피해를 입게 될 상황”이라며 시교육청의 책임론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인천시 어린이집연합회 소속 관계자들이 인천시청 2층 기자회견실 앞 복도에서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대기하고 있다. ⓒ배영수
 
그러나 일각에서는 어린이집의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박근혜 정부가 국가사업임을 천명했던 누리과정을 결국 일선 시도교육청에 일방적으로 떠넘겨 이들 교육청이 일선 초중고 등 학교에 지원했던 기존 사업들이 침해받고 교육청을 빚더미에 앉혀 놓는 행정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누리과정은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국가가 모두 책임지는 것이 옳다는 것. 실제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12년 한 방송사가 주관한 대선 토론회 방송에서 국가가 보육을 100%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당선자 자격인 2013년 초에도 무상보육의 중앙정부 책임을 강조했던 바 있다.
 
때문에 정부 지원을 없애고 전액 일선 교육청에 넘긴 것(2015년)부터가 박 대통령의 패착이며 잘못이지, 감당이 안 되는 일선 교육청에 이를 전부 맡겨놓고 교육감이 하지 못했으니 잘못이라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는 것.
 
실제 정부는 지난 2012년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당시 39조 원 규모에서 세수 증대 등으로 2015년 49억 원까지 늘어난다며 누리과정을 시도교육청에서 부담한다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했던 바 있다.
 
그러나 2013년과 2014년 41조 원을 기록했던 교부금은 2015년 39억으로 되돌아왔다. 사실상 지원이 안 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누리과정을 떠넘겼던 것. 특히 세수 계산을 완전히 잘못한 정부가 다른 재정적 대책도 없이 이를 떠넘긴 것은 야권과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일선 초중고의 교육시설 및 지원사업이 일선 교육청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삭감되는 상황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누리과정 예산을 떠안게 되어 교육청이 허덕이는 모습은 이미 현실이 돼 있는 상황. 이 문제가 지속되면 단순히 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유아 부모와 초중고 학생의 부모들 간 사회갈등 문제도 야기될 가능성을 일각서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집행된 것으로 알려진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현황. 정부의 예상과 약 10조 원 정도 차이가 났음을 파악할 수 있다. (정보 출처 = 이청연교육감 페이스북)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비록 지난해 시의회서 예산심사 당시 시의원과 교육청 관계자들 간 불편한 이야기나 표현 등이 오간 것은 사실이나 이는 각 시도교육감과 한목소리로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정부 지원을 호소한 것을 시의원들이 정치적으로 외면하면서 우리가 동의할 수 없게 된 것”이라며 이날 연합회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반론했다.
 
이 관계자는 “전국 시도교육감들 다수는 이미 누리과정 전체에 대해 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본 만큼 향후엔 유치원의 누리과정까지도 모두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어린이집을 차별하거나 하는 의도가 아님에도, 정부가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교육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부나 인천시의회 의원들 뜻대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정부는 결국 자신들이 국가사업이라 주장했던 누리과정의 책임에서 완벽히 자유로워질 것”이라며 “인천으로 국한하자면 새누리당 위주로 구성된 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당의원들이나 여당 정치인들이 박 대통령의 책임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들을 그 정치적 잣대로 몰아넣어 피해를 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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